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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Jan 15. 2024

취미는 문장 수집가

매일 쓰는 짧은 글: 240115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 바로 독서다.


20대 초반에 대학교 교정을 걸으면서 설문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설문지 마지막 부분에 취미를 적는 칸이 있어서 망설임 없이, 당연하게도 '독서'라고 쓰려했다. 그러다 그 설문을 하던 또래 대학생 남자아이가 웃으면서 "종종 여기에 독서라고 쓰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라고 했다. 흠칫하며 놀란 마음을 감추고선 속없이 같이 웃으며 "어머, 그래요?"라 말하며 식은땀을 흘린 기억이 있다. 조금만 늦었어도 나도 웃음거리가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약간은 오싹해지는 기억이다.





나에게 독서란 그 책의 내용, 이야기 스토리 라인을 보는 것도 있지만 다른 것을 수집하는 목적일 때도 많다. 바로 그 책에 나오는 멋진 문장들과 어휘들. 그래서 사실상 취미가 독서라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문장 수집가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마음을 울렸던 글들을 발췌해 따로 모아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는 그 묵직함과 볼륨이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자산이 되어주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통찰을 주는 문장보다 새로운 표현의 한국식 어휘를 발견하는 게 더 어렵다. 책이란 게 생각보다 모두에게 읽힐만한 수준의 맥락에서 쓰이려는 노력이 있는지 처음 보는 단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럴 때면 뭔가 새로운 보물을 발견하는 느낌이다. 그 단어들의 뜻을 찾고 기록해 두며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까지 외국어를 배우는 마음으로 경건히 임하게 된다.

 





버르집다와 괴괴하다. 이 두 단어들이 가장 최근에 만난 새로운 어휘들. 대충의 뉘앙스는 읽는 순간 파악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쓰는 것은 본 적이 없어 이 단어들도 나의 '새 어휘' 목록에 착실히 넣어두었다. 참고로 좌측 책은 <살아생전 떠나는 지옥관광>, 우측은 <시소몬스터>란 책이다. 두 권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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