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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Jan 14. 2024

외삼촌과 야식 후라이드 치킨

매일 쓰는 짧은 글: 240114 



내가 아직 어렸을 때에는 여러 가지 규칙들이 있었다. 탄산음료는 마시지 않는 것. 길거리, 배달 음식은 먹지 않는 것. 야식? 그런 건 아예 접해보지도 못한 단어이고 그 외에 과자나 군것질, 라면 이런 거는 특별한 날에만 먹는 수준이었다. 근데 그게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 그냥 원래부터 그런 건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살았고 먹지 않는다고 생각나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 잔잔한 식생활 속에서 한 번씩 이벤트가 있었던 건 역시 사랑 충만한 외할머니 댁에 갔을 때. 그때면 밤늦게까지 부모님과 할머니, 외삼촌과 시간을 보내다가 외삼촌의 손을 잡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들고 옛날 후라이드 치킨, 양념 치킨을 잔뜩 시켜 콜라를 곁들여 야식으로 먹고는 했다. 키가 190이 넘는 큰삼촌의 손을 오빠와 내가 한쪽씩 잡고 같이 밤을 걸어 몸에 안 좋은 음식도 듬뿍 먹는 것. 지금 떠올려봐도 가슴이 간질거려지는 기분 좋은 추억의 한 장면이다. 






어른이 되고서도 배달 음식은 자주 시켜 먹지는 않는다. 주택에 살고 있어 배달을 받으러 가는 것도 귀찮기도 하고 어렸을 때 습관이라 그런지 그렇게 당기지 않는다. 그래도 종종 밥을 차리기 귀찮을 때, 반찬으로 급하게 메인 반찬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고는 한다. 밥반찬으로도 훌륭한 순살 치킨 등을 말이다. 시킬 때마다 매번 새로운 가게를 도전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오늘도 오랜만에 새로운 치킨집을 찾아 주문을 해보았다. 


나름 체인의 치킨 집인데 양도 많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느낌이 옛날 그 어렸을 때 먹었던 외할머니댁 치킨과 맛이 비슷했다. 크게 기교가 있진 않지만 정직하고 치킨이라는 음식에 충실한 맛. 달달하고 살짝은 매콤한 양념 치킨과 고소한 후라이드 치킨. 이제는 치킨에 탄산음료를 먹는 나이는 지나 냉장고에서 500ml의 캔맥주를 꺼내 단숨에 반 가까이 비워버릴 수 있는 호탕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치킨 한 점과 맥주 한 잔. 어렸을 때 추억을 양손을 써가며 부모님과 같이 이야기하며 먹었던 저녁 시간에 마음까지 풍족해진 밤이었다. 앞으로는 종종 시켜 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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