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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Feb 03. 2024

맥도날드에 앉아있는 엄마아빠

매일 쓰는 짧은 글: 240203 






우리 집은 조금 특이하다. 70을 바라보는 엄마아빠와 30대 중반을 넘어서려는 오빠, 그리고 그 밑에 나. 슬슬 가족 구성원들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을 할 때면 다 같이 움직인다. 퇴근 후 장보기라던가, 미용실을 간다던가, 별도의 약속이 없으면 꼭 다 같이 움직인다. 약간 이게 암묵적인 룰같이 되어 버려서 별다른 일이 없는데 이런 소소한 가족 활동에 참여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왜?라는 의문과 함께 약간의 참여 강제성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나이도 솔찬히 먹어가는 와중에 이렇게까지 가족들과 행동하는 게 뭔가 웃기기도 하지만 이제는 우리 집의 특색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오죽하면 어느 날은 다 같이 백화점으로 옷구경하러 갔다가 아빠는 잠시 화장실 다녀오느라 자리를 이탈한 적이 있었는데, 가게 종업원이 오늘은 왜 아버님은 안보이시냐,라고 물을 정도였다. 역시 남들이 보기에도 조금은 특이해 보였나 보다. 


그렇게 어느 날처럼 마트에서 장을 보고 다 같이 외식을 하고 후식이 고파 근처 맥도날드로 간 날이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키오스크 훈련을 시켜 부모님이 주문을 하도록 한 후, 픽업은 우리가 할 테니 먼저 2층에 자리를 잡아달라 부탁드렸다. 그렇게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서 부모님을 찾았는데, 우리를 보고 웃으며 맞이해 주는 부모님의 얼굴이 뭔가 조금 마음에 남았다. 


평소에는 늘 같이 다니고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고 있다 보니 나이가 들어가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했는데, 그 넓은 맥도날드 매장에 주변에는 중고등학생, 젊은 친구들이 가득한데 약간은 이질적으로 나이가 있는 부모님이 앉아계시니 여러 의미로 조금 눈에 띈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뭘 이렇게 많이 시켰냐~라고 말하는 부모님과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뭔가 슬퍼졌다. 밝고 환한 곳에서 부모님의 연로함을 본의 아니게 확인하게 된 것 같아서. 가끔은 이렇게 다 같이 움직이고 밥도 항상 같이 먹고 하는 것들이 답답하고 귀찮게 느껴졌다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미워져서.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실 이런 시간들도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지, 속으로 냉정하게 생각해 보는 내가 있었다. 조금은, 앞으로 한동안은 더 이렇게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조용한 안도 속에서 차가운 아이스크림 한 입을 넘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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