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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Feb 04. 2024

20년 지기의 아기를 보러 간 날

매일 쓰는 짧은 글:240204 

출처: 구글




중학교 1학년때부터 친구로 지내, 어느새 친구라는 표현보다는 가족에 가까운 친구가 있다. 나한테 없는 다양한 재능이 있는 친구라 곁에서 일생 많은 도움을 받아온 귀한 사람이다. 그런 친구가 재작년쯤에 결혼을 하고 작년에 임신을 해 연말쯤에 자신을 똑 닮은 아들을 낳았다. 거의 백일이 되어가는 시점인 어제, 선물도 챙겨줄 겸 오랜만에 친구집에 놀러 가기로 했다. 


이 아이가 중학생 때의 시절을 기억하는데, 아이를 낳았다니. 실제로 아기를 보고도 믿기지 않는 심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는 거리감, 이제는 뭔가 내가 닿을 수 없는 세계에 있는 것 같아 한 편으로는 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나의 이기적인 마음. 작은 몸을 꼼지락거리며 있는 힘껏 생명의 냄새를 발산하는 친구의 그 작은 아이를 보면 그저 미소만 나왔다. 정말 누가 처음 사용한 표현인지 '꼬물꼬물' 그 자체로 움직이는데 이 작은 몸이 언젠가 어른이 되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집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근처 맘카페에서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여태까지 몇 번 산책 겸 다녀본 경험이 있다고 해서 마음 편히 길을 나섰다. 그렇게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온 세상은 너무나 위험하게 보였다. 길은 왜 이렇게 울퉁불통하고, 계단은 왜 이렇게 많은지. 덜커덩거리는 승차감에 아이는 울듯 말 듯 언짢은 표정으로 코끝을 찡그리고, 내 마음도 같이 조마조마해졌다. 그렇게 졸이는 마음으로 집 근처 카페에 가기 전 길목에 있는 다이소에서 잠시 필요한 물건을 사기로 했다. 혼자서는 몇백 번을 들락거렸을 그냥 평범한 다이소. 유모차와 같이 들어가려니 뭔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들었다. 뭔지 모를 눈치도 보게 되고 아이와 이런 곳에 방문해도 되는지 걱정까지 들 정도였다. 아이가 있는 엄마로서의 삶은 또 새롭구나,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짧은 다이소 관광을 마치고 목적지인 카페로 이동. 그곳에는 이미 다른 아이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안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저 누가 먼저 와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곳에는 있어도 된다는 면죄부를 받은 기분. 다이소때와는 달리 마음 편히 친구와 자리를 잡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티 타임을 갖게 되었다. 부지런히 아이의 기분을 살피며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는 임신과 출산 전의 화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가 생겨도, 내 친구는 그저 내 친구일 뿐이구나,라는 당연한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며 아이의 코 찡그림이 더 커지기 전에 다시 집으로 향했다. 


같이 엽떡을 시켜 먹으며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 친구의 작은 아이가 오늘밤에는 통잠을 자 친구를 조금은 덜 힘들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돌아오는 길이 조금은 추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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