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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Feb 05. 2024

지하철형 인간

매일 쓰는 짧은 글: 240205





나는 지하철형 인간이다. 꼬꼬마 학창 시절 때부터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전철이 나의 주된 교통수단이었다. 남들 딸 때 따 둔 2종 보통 면허는 당연한 수순으로 장롱면허가 되었고,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브레이크는 오른쪽이던가?라고 말을 하면 다들 입을 다물었다.


대중교통이라고 하면 버스파와 전철파로 나뉜다. 물론 보통은 혼재형이지만 기본적으로 더 선호하는 게 있다는 의미이다. 나의 선택은 당연히도 전철. 출발과 도착 시간이 명확하고, 처음 가는 곳도 크게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마음에 든다. 거기에 도착지까지 아무리 오래 걸려도 책이라던가 영화라던가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버스를 타면 책이나 핸드폰을 하는 건 멀미 때문에 나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서 반대파인 버스파의 목소리가 들린다. 버스는 실외를 달리기 때문에 해방감이 있고 주변 경치를 보는 것도 좋은 기분 전환이 된다고. 맞는 말이다. 나도 그래서 종로 쪽이나 경복궁 쪽으로 갈 일이 있으면 버스를 탄다. 그 근방의 풍경은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교통 상황의 예측불가능한 점들이나, 바깥 풍경을 보는 걸 빼면 따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에서 나에겐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전철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또 하나, 전철에는 묘한 거리감각을 느낄 수가 있다는 점이 좋다. 분명 차로 가거나 버스로 가면 꽤나 오래 걸렸던 것 같은데 전철로는 1-2 정거장 만에 도착하니 뭔가 신비로운 기분이 든다. 물론 그 정거장의 간격이 조금은 넓지만 그래도 차로 이동했을 때보다 훨씬 짧게만 느껴져 신기하다. 뭔가 해리포터 속의 거리 축소 마법을 건 기차를 타는 기분이랄까(해리포터를 제대로 보지 않아 그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런 전철 라이프를 즐기지 않을까 싶다.



버스카드 한 장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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