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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Feb 12. 2024

하나씩 지워보는 버킷리스트: 김밥말기

매일 쓰는 짧은 글: 240212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 중 하나이다. 잘하는 것 하나 없지만 매번 실패해도 계속 시도를 해보는 데 망설임이 없는 것은 만드는 행위가 유일할 것이다. 


만들기,라는 것에는 굉장히 다양한 범주가 있다. 집밥에서부터 베이킹, 나아가 공예품들까지. 뭐든 손으로 만드는 것이 즐겁지만 막상 어떤 세계에 들어가려고 하면 기본 준비물이나 재료, 진입장벽들이 높아 설렁설렁 시작하기에는 요리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그렇다고 쉽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엄마가 장만해 놓은 살림살이에서 조금조금 도둑질을 하며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대신 뒷정리를 깔끔하게 해 줘야 내 등짝을 지킬 수 있는 것이 나름의 요령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긴 설연휴에 도전해 본 김밥 말이. 만들어보고 싶다, 만들어보고 싶다, 말만 어느새 몇 연차. 이대로 가다는 삶이 끝날 때까지 못 만들어볼 것 같아서 마트에 장 볼 때 조심스레 엄마의 장바구니 카트에 김밥 만들기 세트를 한 봉지 넣었다. 요즘은 참 편리한 세상이라 새삼 느끼며 냉장고에서 계란 3개와 당근 1개 반을 꺼내 밑재료를 만들기 시작. 제일 걱정되었던 지단 부분도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얇게 채를 써니 나쁘지 않게 완성됐다. 이제 남은 건 싸는 것뿐!





총 10줄의 김밥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의 세트구성에 나도 10줄 만들기를 목표로 열심히 재고관리를 하며 김밥을 말아갔다. 하지만 역시나 초보의 실수, 밥양을 적게 잡아 재료가 남아 몇 줄은 본의 아니게 키토 김밥으로 당근과 계란 등만 넣어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인기가 좋았으니 인생사 정말 새옹지마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큰 그릇에 쭈욱 쌓아 올리니 그럴듯하다. 마치 결혼식 뷔페에서 자주 보던 모습이 같다. 그런 장소에서는 김밥을 담아 오면 너는 뭘 이런 데까지 와서 배부르게 김밥을 먹냐, 핀잔을 듣기 일쑤이니 지금 이 자리에서 김밥을 양~껏 먹으며 그 한을 풀어볼 수 있다니 기쁘다. 놈놈뇸. 여기에 의외의 분식집 친구 메뉴인 떡만둣국까지 같이 먹으니 설날과 버킷리스트, 둘 다 잡아버려 가성비가 넘친다. 남은 김밥은 타파스타에 넣어 보관해 오며 가며 입이 심심할 때 한 알씩 넣어주니 또 아주 간식으로 그만. 다음에는 묵참김밥에 도전할 예정이다. 뭔가 미뤄왔던 큰 일을 해낸 기분이라 설부터 아주 뿌듯하고 충만한 시작이다. 올 한 해도 김밥처럼 알록달록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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