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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Feb 13. 2024

아빠의 새로운 취미, 붓글씨 쓰기

매일 쓰는 짧은 글: 240213



요즘 아빠에게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붓글씨 쓰기. 원래는 혼자 붓펜이나 볼펜으로 신문지나 공책에 간단하게 끄적거리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에 설에 붓글씨 키트를 선물 받아 매일 저녁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큰 먹물지에, 붓에 그냥 물을 묻히면 물이 종이에 스며들면서 글씨가 나오게 된다. 이 종이의 가장 큰 장점은 마르면 다시 얼마든지 재활용을 할 수 있다는 것. 또 먹물도 필요 없어 글을 쓸 때 깨끗하고 처리도 간편하다. 거의 반영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매우 저렴한 취미라고 할 수 있다. 






어제저녁 방에서 혼자 엎드려 책을 보고 있는데, 아빠가 나와서 글씨를 써보라고 해서 잠시 어울려줄까, 하면서 붓을 들었는데 십몇 년 만에 쓰려다 보니 글씨가 영 엉망이었다. 나름 학창 시절에는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6년간 월요일마다 숙제로 붓글씨도 써서 제출하고 교내 대회에 나가기도 하는 정도의 실력이었던 것 같은데.. 뭔가 분한 마음에 열심히 쓰고 떠들고 하면서 놀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서로가 본인이 쓴 글이 더 잘 썼다고 우기면서 다른 가족들에게 어떤 글씨가 더 나은가 익명 투표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면서. 별일 없이, 별 특별한 것 없이 그냥 아빠와 같이 나란히 앉아한 글자씩 쓰며 서로 마음껏 웃는 것. 이것만으로도 오늘은 꽤나 괜찮은 하루로 기억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늘 쓴 글씨 중에 제일 마음에 들어 물이 마르기 전에 찍어둔 사진 한 장. 만족스럽다. 조만간 붓글씨 초짜인 왕 씨 두 명의 2차 경연 대회가 재개될 예정이다. 질 수 없지, 그때까지 몰래 숨어서 연습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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