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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Feb 26. 2024

여자 셋이 모이면? 마라탕

매일 쓰는 짧은 글: 240226





오랜만에 친구 완전체가 모이기 위해 육아를 하고 있는 친구 1의 집에 친구 2를 데리고 갔다. 집이 꽤나 먼 친구 1과 2는 실로 반년이 넘어 만났을 정도로 오랜만. 사실 알고 지낸 지 벌써 20년은 훌쩍 넘어 오랜만에 만난다고 특별할 것도 없고 별다를 인사도 없지만 그 오래된 알고 지냄에서 오는 눅진하고 아늑한 공기가 있다. 너는 그대로 너겠지, 너겠구나 하는 신뢰를 넘어선 믿음. 그렇게 오후 내 간간히 수다도 떨면서 아이도 보고 넷플릭스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 슬 시켜보는 마라탕. 여자 셋이 모이면 메뉴는 매우 심플해진다. 마라탕 아니면 엽떡. 거의 이 정도 수준이 아닐까. 막상 혼자서는 시켜 먹기 힘들고 남자친구들에게는 요구하기 힘든 음식들은 서로를 만났을 때 숨 가쁘게 그 욕구를 채워둬야 한다. 오늘은 엽떡과 마라탕 중에 마라탕이 승. 뜨끈한 국물도 한 입 먹어주고 풀린 속처럼 입도 풀려 몇 십 년간 쌓아온 진한 이야기들과 새로 알게 된 재밌는 일상들에 대해 나눈다. 머리가 울릴 정도로 웃고 나니 퇴사로 꽤 긴 시간 시끄러웠던 불안한 마음이 정화된 기분이었다. 아아, 정말로 즐거웠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주 평화로운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겠구나. 조만간 또 보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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