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어른이란

하겐다즈를 사 먹을 수 있는 재력을 가지는 것!

by 왕씨일기


한 번씩 주체가 안될 만큼 분노가 올라올 때가 있다.

규칙적인 것을 좋아해 나름 정해진 패턴 속에서 유영하듯 살고 있는데 어느 날에는 그런 틀에 박힌 삶이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이런 날에는 그동안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애써 다잡아온 마음이 성난 망아지 마냥 날뛰기 시작해 걷잡을 수가 없어진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더 나은 나 자신이 되도록 부단히 해왔던 노력들이 일순 부질없어지게 된다.


습관적으로 찾아오는 이런 불쾌한 감정은 놀랍도록 월경 주기와 맞물리게 된다.

일생을 수련하는 마음으로 살아도 결국 호르몬과 대자연에서 참패하고 말게 되는 것. 화가 난다. 화를 삼키려 고개를 치켜들어 바라본 파란 하늘. 그 푸르름마저도 분노의 대상이다. 어차피 인간도 동물이고, 자아성찰이나 철학도 심신이 안정되고 배불러야 할 수 있는 배부른 학문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된다.


짜증 난다 라는 말을 곱씹을수록 더 짜증이 나고, 화가 다시 화를 부르고. 예민해져 타인에게 가시처럼 쏘아 올리다가 또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하며 자기혐오에 질척.


안 되겠다, 안 되겠어. 나는 어른이다. 나이를 괜히 먹은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법 한 둘쯤은 가슴속에 품고 살아야 진정한 어른 아니겠는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간다.

하겐다즈 초코맛 아이스크림. 악마의 선물이다. 한입 베어 물면 일순 모든 것이 해결된다.

삶이 다시 살만해진다.


휴, 오늘도 고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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