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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Mar 02. 2023

#5. 아스러져가는 삶의 순간 속에서도.

<숨결이 바람 될 때> - 폴 칼라니티


나이를 먹어갈수록, 감정노동이 필요한 영상이나 책들에 대한 접촉을 극단적으로 줄인다. 하루를 버텨내 살아낸 후에 쉬는 시간에까지 내 에너지를 사용할 수는 없어서.. 거의 생존과 직결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도 문득문득 다시 우물 속으로 침잠하는 순간들에 다시 정면으로 괴로움을 맞이하는 책들에 손을 뻗게 된다. 이 책을 집었을 때도 그런 순간에 이르렀을 때.





줄거리로만 말하면 단순하다라 표현하기 죄송스럽지만 단순하다. 고된 의사 수련의 길을 마치려는 순간에 다가온 병마에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며 용감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



읽는 내 같은 직업은 아니지만 겹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수련 과정에서의 고뇌가 나름 공감되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삶이 드디어 더 밝아지는 순간의 목전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절망보다는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 인간적 괴로움의 말미에도 이런 책을 쓸 시간을 내며 본인의 느낀 바를 나누다니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어느 순간 갑자기 화자가 작가의 부인으로 바뀐다. 갑작스레 용태에 이상이 생겨 집필을 할 수 없게 된 것.



인생은 영화가 아니다. 그에게 책을 마무리할 시간마저 온전히 주어진 게 아니라는 점. 그것이 너무 사무치도록 현실적이고 또 아스라이 뜨거운 눈물이 차올라 잠시 책을 덮고 숨을 골라야 했다.



몇 차례에 떠나보냄을 경험하고 이제는 '남겨진 사람'에 대한 공감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나는, 마지막의 시간들에서 태어난 그의 딸이 남은 사람들에게 또다시 살아갈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는 포근한 위안을 얻었다.



짧지만 짧지 않았던 책, <숨결이 바람 될 때>였다.



 왕씨일기 블로그:

https://blog.naver.com/medesu/223019769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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