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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다들 어디에 있었을까요, 그저 내가 보지 못했을 뿐은 아니었을까요.

by 왕씨일기

평소와 다를 것 없던 주말 저녁.

거실에서 누워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엄마는 패럴릭 올림픽이 개막한다며 티브이를 켰다.

무심히 엎드려 마저 책을 탐독하고 있었는데 티브이에서 아나운서가 개막식에 대해 설명을 하며 장애인이 전 인구의 15%가 된다는 말을 했다.


귓가에 들리는 숫자 15. 깜짝 놀라서 몸을 돌려 화면을 봤다.

15%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고 확률적으로 생각하면 현 인류에서 적어도 10명에 1.5명꼴로 장애인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어마어마한 수치에 비해 평소 일상생활에서 몸이 불편한 사람을 그만큼 자주 만나나 돌이켜보면 그런 일은 하루에 한 번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걸 15%라는 숫자를 듣는 순간 깨달아서 놀랐던 것이다.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물론 아픔과 질병의 범주는 다양해서 보이는 불편함과 그렇지 않은 불편함이 따로 있어 곁에 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었어도 못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정한다 해도 생활 속에서 그 사람들을 만날 일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그저 소외된 채로 방치된 것일까. 그 짧은 순간에 사고가 잠시 정지할 정도로 놀라버리고 말았다.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이런 가벼운 마음에서 비롯된 연민조차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아 조심스러웠다.

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제한적이어서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 입장에 되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온전히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도 오만이 아닌지.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나누는 온정 역시 이기적이고 내 마음의 평온함을 사기 위함은 아닌지.

여러 생각들만 머릿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다 이내 다시 내 안전하고 익숙한 일상 속으로 돌아가버리고 다시 가볍게 고개를 돌리고 여러 일들에 대해 외면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변화를 만들고 싶지만 또다시 익숙한 체념과 핑계 속으로 숨어버리는 자신이 한심하다.

결국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고 마음이 시끄러운 채 다시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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