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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 싹트는 k-장녀의 마음

이상하다, 나는 외국인인데..

by 왕씨일기

좋은 곳을 가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것을 볼 때.

그 자리에 있는 순간을 즐기는 것보다 이런 곳에 나 혼자 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불편하다. 우리 부모님은 안 와보셨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나 혼자 누렸다는 사실에.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나 개인의 인간관계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경험과 시간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에는 별생각 없다가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이것이 나만이 느끼는 특권같이 느껴져서 불편해진다. 나를 낳고 길러주시는 세월 속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한 부모님을 빼고 나만 이렇게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k-장녀의 마음일까. 나는 외국인인데..


똑같은 부모님 아래에서 똑같은 가정 내에서 자랐는데 어째서 이런 마음은 나에게서만 두드러지는 것일까. 타고난 소인의 문제일까, 아님 의도하지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받은 교육이나 가내 차별 등에 의해서 그런 것일까. 가끔은 즐거운 시간을 온전히 보내지 못하는 것이 무겁다. 항상 부모님의 행복을 가장 먼저 올리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다가도 지구를 혼자이고 있는 아틀란티스처럼 한없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이 부모님의 노고에 대한 당연한 인지인 건지, 아님 우매한 효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이 ‘짐’은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지금도, 그 후의 시간에도 내 삶이 지속되는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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