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의 그녀, 정보라
이 작가의 책을 읽은 것은 이번으로 세 번째다. 먼저 가장 유명한 책인 저주 토끼를, 그다음으로 여자들의 왕, 그리고 이어서 이 책을 읽었다.
뭔가 예전부터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잘 읽지 않아서 번역서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온전한 한국적 서술 방식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작가의 낙인과 같은 문체에도 반가움이 느껴졌다.
단편집은 이야기들이 짧고 매번 새 이야기들에 다시 몰입해야 해서 조금 피곤한 부분들이 있어 별로 선호하지는 않았는데 새로운 에피소드의 첫 문장, 첫 페이지의 신선함에 그새 다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저 타고난 이야기꾼. 아마도 다음 시간을 내면 주저 없이 작가의 이름만으로 책을 고르게 되겠지.
책의 맨 뒤에는 해설 부분이 존재해 주어진 이야기들을 다 듣고 마지막으로 살펴보면 아니, 이렇게 심오하게 심어둔 장치들이 많았구나, 싶다. 깊은 사고를 하지 못하고 표피적으로만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나의 무지함에 조금 슬퍼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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