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의 대만 여행기
나는 대만을 가기 전에는 항상 챙기는 것이 따로 있다. 그건 바로 포켓사이즈로 주머니에도 넣을 수 있는 얇은 노트. 이 노트의 용도는 바로 대만의 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아기자기하고 문구용품의 문화도 잘 발달되어 있는 대만에서는, 언제 어디서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가장 가깝게는 지하철역에서, 또 무심결에 들어간 문구가게, 아니면 그냥 식당 같은 곳에서도 가끔은 기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가방 안에 조그맣고 얇은 노트를 챙기면 이때 그렇게 든든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도장을 만나던지 다 찍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도장 찍기 좋은 스폿은?
보통 가장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도장 찍기 스폿은 바로 전철역이다. 거의 모든 전철역에 개찰구 바깥쪽에는 이렇게 스탬프존이 따로 있어서 기념 도장을 찍을 수 있다. 그래서 여행 기간 내에 일부러라도 새로운 전철역에 간다던지, 주변을 지나가다 우연히 전철역을 지나칠일이 있다면 잠시 들러서 도장을 찍고 오기 좋다. 도장도 개찰구 밖에 있으니 굳이 카드를 찍고 들어가지 않아도 돼서 더욱 좋다.
재미있는 건 일부러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만에서도 전철에는 각 라인이 있어 그 라인마다 대표하는 대표 색깔이 있는데, 도장을 찍을 때 보면 파란색이 대표 색이면 도장 색도 파란색, 빨간색이 대표 색이면 도장 색도 빨간색으로 구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두 전철역, 모든 노선을 다 가본 것은 아니어서 일반화하기 어렵고 모든 전철역 스탬프가 그런 규칙을 지키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가끔 그 색이 겹칠 때면 뭔가 그 섬세함과 귀여움에 웃음이 나게 된다.
또, 대만에는 이렇게 성품서점(誠品書店)이라던가, 귀여운 로컬 문구 가게들이 많은데, 높은 확률의 경우 이런 곳에서도 기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준비되어 있다. 그러니 이런 가게들을 갈 일이 있다면 언제든 도장을 찍을 만한 곳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냥꾼의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대만사람들에게서 선물을 받는 기분으로 수첩을 꺼내 도장을 찍으면 마음이 충만해서 행복한 기분이 된다.
그 외에도 대만에는 시내에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곳곳의 관광지들이 있는데, 여기서도 예상외로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스폿을 발견할 수 있으니 언제 어디서나 수첩은 몸에서 떼어놓고 다니면 안 된다. 아침에 잠깐 산책 겸으로 다녀왔던 임가화원에서 멋진 도장을 무려 4개! 나 찍을 수 있었는데 맨 몸으로 나갔던 터라 급한 데로 입장권의 찍는 나와 같은 불상사를 겪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여행에서의 도장 기록용 수첩! 나는 새 여행을 갈 때마다 새롭게 하나 얇은 도장용 수첩을 사는 편이지만 한번 사두고 여행이 있을 때마다 들고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도장만으로 채워진 수첩을 돌이켜보면 도장 하나하나에 다 기억이 녹아내려 예상치 못한 추억의 순간들도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 둘러봐도 즐거운 나의 도장 수첩. 특히나 전철역 스탬프는 내가 다녔던 동선을 나중에 파악하기에도 좋아 아주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여행을 기억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일기를 쓸 수도, 사진을 찍을 수도, 영상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대만에서는 또 다른 기억과 추억을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담으로 쓰는 글. 이 글을 쓰기 위해 구글에서 이미지를 검색하다 발견한 것. 대만 쇼핑몰에서 파는 여행용 도장 수첩! 사이즈도 너무 귀엽고 도장에 진심인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여행지에서 만났다면 여러 권 구매해 왔을 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