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의 대만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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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서..
무사히 입장을 하고 난 뒤,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바로 앉아서 시켜두었던 메뉴를 기다리는 것. 생각보다 앉아 있으면 금방 음식을 가져다주셔서 기다림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엄청 많았지만 그렇다고 불쾌함이 느껴지지는 않을 정도로 쾌적한 공간과 서비스 속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다 이렇게 종이 버전의 메뉴판도 만나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전부 핸드폰 qr 코드 주문이라 편하지만 뭔가 조금 섭섭한 기분도 들기는 한다. 참고로 먹다가 부족한 것은 다시 qr 코드로 찍어서 주문하면 가져다주시니 적게 시켰다고 걱정하지 말자. 하지만 주문할 때마다 별도로 10%의 Tax는 붙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딘타이펑에서는 뭘 시켜 먹을까?
여기 참고할만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대만의 한 사이트에서 2021년부터 2022년 1년간 사람들이 딘타이펑에 와서 시켜 먹은 메뉴들을 통계를 돌려보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역시 1순위는 바로 샤오롱바오(小籠包). 그 명성을 의심할 것이 없다. 그리고는 매운 소스 완탕(紅油抄手)이 뒤를 이었고, 갈비덮밥(排骨蛋炒飯) 등이 줄을 이어 나오고 있다. 역시 익숙하고 친숙한 메뉴들이 상위귄을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 나머지 메뉴들도 한국어 버전의 메뉴명을 금방 찾을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다.
자리에 세팅되어 있는 가지런한 식기 세트. 저 조그만 간장종지만 해도 맛있음을 응축되어 올라가 있는 것 같다. 약간은 단맛이 느껴지는 간장에 식초의 상큼함, 그리고 만두의 육즙의 기름짐을 잡아줄 얇은 생강까지. 완벽한 조합이다. 빨리 샤오롱빠오가 나와 저 간장을 찍어먹고 싶은 마음뿐!
처음으로 나온 메뉴는 인기 메뉴 6위에 달하는 오이 무침(辣味黃瓜)이다. 사실상 대만은 샤오츨(小吃)의 나라. 조그마한 이런 밑반찬들이 사실은 밥상 위의 큰 형님과 같은 맛을 낼 때가 많다. 거기에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도 맞는 상콤하고 매콤한 오이 무침이라니. 조금은 부대낄 수 있는 중식 메뉴에 아주 조화롭게 내 입을 다스려 다음 만두, 다음 메뉴에 다시 기운을 내서 한 젓가락 가져갈 수 있게 도와주는 매우 훌륭한 refreshment. 다른 밑반찬을 도전해 봐도 좋지만 일단 대만에서 오이로 만든 게 있다면 크게 실패 없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같이 간 일행은 원래 오이를 잘 안 먹는데도 맛있게 잘 먹었을 정도.
그다음으로는 돼지고기새우 매운 소스 완탕(紅油抄手). 이것도 거의 기본으로 시켜야 하는 메뉴. 인기 순위 2위에 머무리는 거물되시겠다. 얇은 만두 피에 꽉 들어찬 새우소가 탱글 하니 한 입 가득 씹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고추기름으로 낸 양념장이 입맛을 돋운다. 이 양념장은 사실 치트키라 다른 메뉴들에 조금씩 찍어먹거나 뿌려먹어도 아주 그만이다.
밥상 위에 국물 없으면 밥 못 먹는 사람, 어디 저 말고 또 없으신가요! 한국에 김치찌개가 있다면 대만이나 중국 등 중화권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 산라탕(酸辣湯)이 있다. 국내에서는 생각보다 찾아보기가 어려워 어디 중식당에서 우연히라도 만나면 반드시 시켜 먹는 메뉴이다. 인기 메뉴에선 5위로 대만에서는 인정받은 맛이지만 한국인의 입맛에선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이다. 이 탕은 말 그대로 시고(酸) 매콤한(辣)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독특한 맛이라 한국 음식에서는 비슷한 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똑같지는 않지만 약간 비슷한 계열을 떠올려보자면 태국의 똠양꿍? 그것보다는 조금 완화된 맛으로 안에 두부도 들어가고 전분도 들어가 약간을 걸쭉해 식사용으로도 아주 그만이다. 거기에 오독오독 씹히는 죽순과 목이버섯까지! 정말로 추천하는 메뉴 중에 하나이다.
탕을 시켰으면 그에 걸맞게 탄수화물을 시켜야 하는 게 인지 상정! 사실 이미 이 메뉴가 나왔을 때쯤엔 눈이 돌아가 깜빡하고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다. 얼핏 보기에는 그렇게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볶음밥. 근데 나는 이날 이 메뉴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금까지도 뭔가 모르게 계속 생각이 난다. 밥알에 감칠맛이 도는 느낌. 여기에 아까 완탕의 빨간 고추간장을 뿌려서 비벼먹으면 또 새로운 맛으로 즐길 수가 있다.
인기 메뉴에는 기본 새우볶음밥보다는 이 갈비가 덮인 볶음밥(排骨蛋炒飯)이 순위가 훨씬 높았는데, 확실히 지금 생각해 보면 주변의 현지인 테이블들은 밥류를 시키면 거의 이 메뉴를 시킨 것 같다. 그냥 밥으로도 충분히 맛있었는데, 위에 진한 소스로 잘 절여진 갈비가 얹어지다니, 기대가 되는 메뉴이다.
드디어 나온 샤오롱바오 계열의 친구. 이 친구는 놀랍게도 순위권에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새우돼지고기 샤오마이(蝦仁燒賣). 익숙하게 생긴 비주얼에 그럭저럭 괜찮은 맛. 샤오롱바오보다는 확실히 피가 두꺼워 하나만 먹어도 금방 배불러지고 확실히 피가 두꺼운 왕만두 쪽의 느낌을 주는 메뉴였다. 다른 맛있는 메뉴들이 많아서 일행이 많다면 하나정도는 맛보는 정도로 시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두둥, 대망의 1위! 샤오롱바오(小籠包) 오리지널 맛이다. 5개, 10개 단위를 골라서 주문할 수 있는데 어차피 추가 주문하게 될 터이니 그냥 처음부터 넉넉히 시키는 걸 추천한다. 내가 만났던 옆테이블의 일본 남성분은 혼자서 아예 이것만 20개에 볶음면 하나 시켜서 뚝딱 먹고 갔을 정도니까 말이다.
얇디얇은 피가 찢어지지 않게 조심히 들어 올려서 숟가락에 얹고, 조심스레 앞니로 구멍을 내주어 먼저 호로록 육즙부터 맛본다. 그리고 천천히 간장종지에 간장을 찍고 위에 생각 몇 점을 올리면! 맛있는 맛을 모두 응축시켜 놓은 듯한 한 입에, 아 이 맛을 먹어봐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까지 든다. 가게에서도 이 육즙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을 해, 시킨 메뉴에서 만약 육즙이 터진 채로 나오면 터진 것 샤오롱바오는 그냥 주고 새로 안 터진 것을 만들어 주셔서 자리에 가져다준다. 이 정도면 터진 채로 나오길 바라는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많이 많이 먹고 싶은 나는 그저 돼지 한 마리..
딘타이펑은 대만 사람들은 자주 안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막상 가보니 단체 손님이 생일 파티도 하고 있고, 내가 식사를 했던 바로 옆테이블들도 전부 현지인으로 꽤 많은 로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한국인도, 일본인도 많았지만 말이다. 사실 관광객이 찾는 맛집이라고 하면 뭔가 조금 다녀왔다고 말하기 쑥스러워지고 현지의 맛을 제대로 못 느껴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딘타이펑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대만에 들렀다면, 어떤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한 번쯤은 반드시 들러야만 하는 식당이라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