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왕씨일기 Jan 01. 2024

2024년 01월 01일: 새롭지만 고된 길

매일 쓰는 짧은 글



매년새해 첫날에 가는 강화도 절에서 돌아오는 길. 날짜가 날짜인 만큼 최대한 사람이 몰릴 것 같은 시간대는 피한다고 피했는데 갈 때는 수월했던 길이 돌아올 때에는 평소에 2배가 훌쩍 넘는 시간이 예정 도착시간으로 찍히고 말았다. 맙소사. 거의 추석 귀경길처럼 길에서 꼼짝 않고 갇혀서 그저 멍하니 시간만 죽이는데, 조금 앞에 내비게이션이 안내하지 않은 뻥 뚫린 갈림길이 나타났다. 






내비게이션이 집어준 안전하지만 시간은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길. 그리고 뻥 뚫려있지만 그 앞은 미지인 새로운 길.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괜히 섣불리 새로운 길로 가서 어처구니없이 헤매고 마느니 안전한 고통 속에 몸을 의탁하기로 했다. 그렇게 또 꽤 많은 시간을 길에서 흘려보내고 눈앞에는 또 새로운 갈림길이 한 갈래 나왔다.


아까는 그냥 안전한 길을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그래, 이렇게 여기서 시간을 보내나 다른 곳에서 헤매나 매한가지다라는 약간은 오기에 찬 마음으로 길게 늘어섰던 줄에서 빠져나와 미지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운 지름길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고 나는 네비에 찍힌 예정 도착 시간보다 40분 이상은 빠르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새해 첫날부터 이런 선택에 기로에 놓이게 되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항상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 고통을 참는 것만이 미덕이 아니라 때로는 새로운 길로의 도전도 필요한 거구나,라는. 물론 그 판단의 책임 또한 스스로 지는 것이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건강한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살아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 자신을 단련할 필요가 있겠지. 그렇지 않고서 독단적으로 내리는 결정은 혁신이 아닌 만용에 가까운 행위일 테니 말이다. 살아가는 건 참 재밌는 일이다. 이렇게 어디에서 어떤 일을 마주할 지도,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올 한 해도 살아갈 날들이 벌써 기대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3년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훠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