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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Jan 08. 2024

입맛변태의 초장토스트

매일 쓰는 짧은 글: 240108



자기 전 틈틈이 지키는 독서 시간. 거창한 표현이지만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도 아니고 그냥 흥미 위주의 간단히 추리소설이나 소화하기 쉬운 에세이를 읽는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괜히 복잡한 것을 읽으면 휴식이라고도 할 수 없어 이번에 선택한 책은 간단한 음식 에세이 책, <싫어하는 음식: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이다. 





각 분야의 다양한 작가들이 단편으로 본인들이 싫어하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작가 목록들만 봐도 반갑고 익숙한 이름들이 있어 더욱 설레는 기분으로 보았다. 그러면서도 뭔가 역시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어떠한 한 사항에 있어서도 꼼꼼히 고찰하고 그 사고방식을 전개하는 방식이 너무 흥미롭고 재밌게 다가왔다. 읽다 보니 얼핏 드는 마음, 정말 세상은 넓고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자기 전에 읽다가 음식 이야기들에 괜스레 위장이 요동쳐 몰래 주방으로 가 슬쩍 야식을 만들어 먹고야 말았다. 이름하야, 초장 토스트. 말 그대로 초장을 얇게 식빵 위에 발라먹는 게 전부인 나만의 시크릿 '입맛변태' 레시피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남몰래 괴식(?)을 만들어 먹어왔는지는 모르겠다. 중학생 때 무렵 친구들과 함께 간 중국집에서 나는 처음으로 '입맛변태'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저 나는 평소 습관처럼 단무지를 춘장에 찍어먹었을 뿐인데, 나의 자연스러운 젓가락 놀림에 친구들은 경악을 했고 나에게 '입맛변태'라는 새로운 칭호를 하사해주었다. 이렇게 먹는 사람, 정말 없나요?. 나는 사실 아직도 그게 그렇게 특별히 주목(?)받을 일인지까진 모르겠다. 분명 그렇게 먹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말이다. 아무튼, 초장 토스트의 탄생 비하도 사실 별로 특별할 것은 없다. 어릴 때 할머니 집에서 자랐는데 한참 성장기 때 밥먹고 뒤만 돌아도 배가 고파 그때마다 할머니에게 말씀드리기 어려워 주방에 있는 것들로 이것저것 해 먹다 발견하게 된 조합이다. 정말 그때는 먹어도 먹어도 어찌나 배가 고팠던지. 뭐, 사실 지금이라고 적게 먹는 것은 아니지만(하하). 



한 손에는 나름 추억이 있는 나만의 괴식을 만들어 먹고서는 한 손에는 얇은 이 에세이집을 펼쳐서 읽으니 뭔가 남모르게 나쁜 짓이라도 하고 있는 것만 같아 약간은 비밀스러운 기쁨까지 느껴진다. 뭔가 조금은 유별난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취향 이야기를 읽으며 드러내는 나의 유별난 입맛. 우리는 숨은 공범자다. 



p.s 굽지 않은 식빵에 얇게 초장을 바르고 먹어도 괜찮지만, 그 위에 김을 얹어서 먹어도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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