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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Jan 14. 2020

NIBS란 무엇인가?

직역하면 "비침습적두뇌자극기술"입니다.


여러분의 장기 중 딱 하나만 통 속에 넣고 영원히 살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면.
여러분은 어떤 장기를 통 속에 넣어야 할까?


아모른직다, 우리가 실제로 이렇게 살고 있을지.

'통 속의 뇌' 라는 단어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뇌는 인간의 대부분의 활동과 생각에 관여하는 장기로,  고작 몸의 2% 정도를 차지하면서 하루 열량의 약 25%를 소비하는 무지막지한 부품이다. 

하지만 이런 에너지 소비가 절대 비효율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생체 반응에서부터 시작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다고 알려진 고등 사고에 이르기까지 뇌의 통제를 거치지 않는 인간 행동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가 아닌가? 

온갖 화학적이고도 전기적인 신호들을 24시간 내내 처리하는 뇌는, 아직까지도 그 능력과 작동 원리가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인 셈이다. 



사람의 "영혼"이 "심장"에 있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은 아니었겠지만, 뇌의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들은 어느 새 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뇌를 지배하는 자,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자들은 뇌를 지배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생물학을 공부했던 사람들은 뇌의 세포 하나하나를 뜯어보기 시작했고, 의사들은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약물들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컴퓨터를 공부했던 사람들은 뇌같은 컴퓨터를 만들지, 컴퓨터같은 뇌를 만들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심리학자들은 부랴부랴 자신들이 만든 인간 행동 가설들을 뇌 활동과 결합해 검증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그저 NIBS가 뭔지 알고 싶은 사람들일 테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물론 이 NIBS는 아닐 것이다.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뇌가 관여된다면, 그 뇌가 업그레이드 되면 나의 생각과 행동의 퍼포먼스도 올라가지 않을까? 컴퓨터를 샀는데 게임이 돌아가지 않으면 튜닝을 하듯 말이다.  

NIBS는 뇌를 업그레이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각해 낸 한 가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이 컴퓨터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컴퓨터의 퍼포먼스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부품을 갈아끼우는 방법이 있다. 더 좋은 칩을 탑재한 그래픽 카드를 새로 산다거나,  더 많은 주사율을 지원하는 모니터를 산다거나,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CPU를 갈아 끼우는 식이다. 새로 사는 것이니 돈이 많이 들 것이고, 아직 우리의 과학 기술이 신체 부품을 갈아끼우는 단계까지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시하자.  

그 다음 우리에게 익숙할 수 있는 방법은, 소프트웨어를 새로 까는 것이다. 요즘 윈도우 10은 아주 빠릿빠릿하고 쓰기 편하다. 도저히 쓸 수 없을 만큼 느려서 방치된 노트북도 윈도우 10을 새로 깔면 언제 그랬냐는 듯 쌩쌩 돌아가는 것을 보면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역시, 우리의 과학 기술이 뇌를 포멧하고 클린 설치를 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하지 않았으니 이 방식도 NIBS를 이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버클럭이라는 방법을 들어봤는가? 

오버클럭이 이렇게나 무시무시한 기술입니다

들어봤다면, 내가 그랬듯 NIBS의 개념이 생각보다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컴퓨터의 본질은 정보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무슨>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복잡해서 그렇지, 컴퓨터는 그 많은 돈과 전기를 먹으면서  항상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  그 정보를 처리 및 연산하는 중심의 장치가 바로 CPU라고 하는 부품이고,  연산 과정에서 썼다 지웠다 기억하는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RAM이라는 부품이다.  

오버클럭은 이러한 부품의 정보를 더 잘 처리할 수 있도록 튜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어떻게" 해야 이 부품들이 정보를 더 잘 처리할 수 있게 되냐는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전기를 더 주면 된다. CPU에 인가되는 전압을 높게 설정하면, CPU의 신호 간격이 빨라져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연산을 할 수 있게 되고 더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놀랍게도, 우리의 과학 기술이 오버클럭을 인체에 (비유적이긴 하지만)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렀고, 그것이 NIBS의 기본 컨셉이다.  컴퓨터는 cpu로 정보를 처리하고, 인간은 뇌로 정보를 처리한다. cpu는 전기 신호의 흐름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뇌는 전기 신호와 화학 신호의 흐름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그래서 전기 신호가 더 잘 흐를 수 있게 외부에서 적절한 푸시를 해주면, 정보 처리 속도가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컴퓨터에서는 오버클럭이라고 하고, 인지과학에서는 뇌자극이라고 한다.  

이 평온한 표정을 보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이다.

자, 이제 여러분은 NIBS에서 BS(Brain Stimulation)가 뜻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정말 아주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NI(Non-invasive)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어로는 비침습 이라고 번역되며, 반댓말로는 침습 이 있다. 뇌자극을 어디서 주느냐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뇌에 보다 직접적이고 집중적으로 자극을 가해야 할 때 우리의 두개골을 열고 피질 영역에 장비를 딱 붙여서 자극을 진행하면 그것을 침습적 자극이라고 한다. 굉장히 제한적이고 특수한 방식으로 발전될 수 밖에 없다. 

뉴럴링크 전에는 복잡하게 매트릭스로 설명해야 했는데, 감사해요 일론머스크!

최근 일론 머스크가 발표한 뉴럴링크가 침습적 뇌자극 기술의 최신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혹시 뉴럴링크를 지금 하고 계신 분이나 시술받을 예정이신 분이라면 댓글을 달아주시기 바란다.(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반면, 비침습적 뇌자극은 훨씬 접근이 쉽고 간편하다. 

우리의 두개골을 열 필요 없이, 두피 근처에서 자극을 진행한다. 자극은 전기신호, 자기신호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초음파를 이용하기도 한다. 비침습 방식의 단점은 침습 방식의 장점과 일맥상통한다. 직접적이고 집중적으로 자극을 가하기 어렵다. 그래서 외부에서 보낸 자극을 내가 원하는 국소적인 부위에 도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비침습적 뇌자극은 여러분이 지금 당장도 체험해 볼 수 있다. 

먼저 9V 건전지와 전선 2가닥,스펀지와 식염수를 준비하고, 이 4가지 재료를 적절히 조합한다.(건전지의 양극과 스펀지를 각각의 전선으로 연결하고 스펀지를 식염수로 적시라는 뜻이다.) 그리고 스펀지를 머리에 대면, 축하한다. 여러분은 가장 기초적이고 원시적인 방식의 NIBS를 체험했다.


방금 스펀지를 머리에 댄 분 중 나의 행동과 생각이 엄청나게 향상된 독자분이 있다면 역시 댓글을 달아 주시기 바란다.(역시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댓글 다신 분의 인지 향상의 이유는 NIBS가 아닌 다른 원리로 설명해야 하니까. 바로 플라시보 효과이다. 비침습적 자극은 굉장히 쉽고 접근성이 높은 만큼 통제된 조건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발견해내는 것이 어렵다. 그 말은, 우리가 집에서 건전지를 머리에 댄다고 해서, 초능력을 얻을 리도 없다는 것이고, 그렇다고 갑자기 머리가 녹아버릴 일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여러분은 수만년의 진화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은 강인한 개체라는 것을 명심하시길. 9V의 전압 정도로 죽을 일은 없다.


나에게 있어 NIBS의 도전 과제는 플라시보 효과를 이겨내고 효과가 반복 측정가능한 만큼의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내는 알고리즘을 찾아내는 것이다. 무슨 카드를 갖다 댔더니 물이 맑아졌다거나, 온 마음을 다해 빌었더니 소원이 이뤄졌단 식의 어이없는 후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9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적어도 심리학을 전공하고 인지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NIBS를 통해 정말 미미하고 쓸데없는 효과라도, 정말 처치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효과를 찾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고, 적당한 측정과 훈련 방식을 만나게 되면, 5년 10년씩 공부하지 않더라도 그 효과를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을 함께하고 싶다면, stay tuned!


Photo by israel palaci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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