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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Sep 02. 2021

당근마켓 2.0, <동네생활 서비스>를 분석한다(7)

구성적 경험 : 게이트웨이형 정보구조

본 내용은 2021년 봄 <UX 기획의 이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동네'와 '이웃'

당근마켓은 21세기에는 마치 불가능할 것 처럼 보이는 '이웃간의 교류'라는 개념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형태로 (일단은) 구현해 냈다. 온라인으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친구들을 사귀며 생활하면서 위아랫집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은 알지 못하는 세태는 꽤 오래전부터 비판받아 왔지만, 사실 이웃간의 교류라는 것이 개인의 이기심이나 잘못된 관념으로 인해 생겼다는 식의 분석은 너무 납작하고 게으른 분석일 뿐이다. 

도시의 특수한 환경에서 재구축된 사회적 네트워크를 사는 개인이 접하는 문제, 예컨대 층간소음이나 묻지마 범죄 등도 이웃간의 교류 축소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며,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이미 우리는 타인과의 교류 또한 자본의 한 종류로 관리하고 사용한 지 오래다. 


'동네'가 갖고 있는 권력에 준하는 다른 권력이 생겨나며 동네의 통제권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동네, 동네 주민이 가지는 물리적 거리의 유사성이라는 특성은 특히 근대까지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이를 우리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옆집의 숟가락 갯수까지도 다 안다는 동네 네트워크의 끈끈함을 한 개인이 떨쳐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 일이며, 이러한 사회적 관계망은 안에 있을 때는 편안하고 도움되는 것이지만, 관계망의 밖에 놓이는 순간 안에서 느끼지 못한 온갖 불합리와 텃세를 마주할 수 있는 무서운 것이기도 했다.


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알아보는 동네 네트워크

밀도와 중심성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이론으로 과거와 현재의 동네 네트워크를 설명해 보자.
밀도는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이 얼마나 강한지, 연결의 방향성이 얼마나 뚜렷한지를 기준으로 한다.

중심성의 경우 주변 요소 및 사람들 간의 관계를 나를 중심으로 편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이 있다.


커뮤니케이션학의 네트워크 이론을 검색해 보세요

과거의 동네 네트워크는 사람 간의 연결이 강하고(숟가락 갯수까지 어쩌고..) 방향성이 뚜렷하다(나랑 친한지, 싸웠는지, 나는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지 모두 다 구분할 수 있다). 즉, 높은 밀도를 갖는다. 동네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더라도, 동네에 있는 것들을 나를 중심을 '편재'하는 것은 가능하다.(내가 좋아하는 단골집, 내 친구네 집 등등). 그렇다면 2021년 현재의 동네 네트워크도 여전히 높은 밀도와 높은 중심성을 가지고 있을까? 

내 옆집 사람과의 연결보다 오히려 꽂혀서 최근 여러번 시켜 먹었지만 슬슬 물려서 그만 시켜멱으려고 하는 옆동네 치킨집 사장님과의 연결이 더 강할 수 있다. 즉 동네 사람들 간의 연결이 약하다는 것이다.
집 앞 까페에 '가야만' 해서 신호등만 건너면 나오는 스벅에 못간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내가 사는 빌라 사람들이 다른 세입자들과 어떤 관계인지 몰라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나와 동네 간의 연관성이 없으려면 얼마든지 없을 수 있다 보니, 나를 중심으로 동네의 요소를 편재할 껀덕지도 별 것 없는 상황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동네 네트워크는 낮은 밀도와 낮은 중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그럴듯하다. 


거주 형태의 변화가 동네의 변화를 만든다

과거와 현재 '동네'의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거주 형태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를 이어 동네에서 살면서 자신의 평판 관리를 해야 했던 근대 이전의 사람들과, 2년을 기준으로 임대계약을 갱신하며 떠돌아다니는 현대의 거주민들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동네를 중심으로 모든 사회생활(중심성과 밀도)이 이루어졌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생활권역과 거주권역을 분리하는 것도 가능하고, 더 나아가 생활권역을 온라인 기반으로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동네 이웃 간의 연결성을 약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과거의 '동네'라는 향수에 젖어, 그 동네 개념을 '불러오기'하려고 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당근마켓 2.0은 (코로나만 아니면) 무리없이 사용자들에게 잘 침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동네 네트워크가 바로 당근마켓의 BM이라고 할수 있는 지역 내 광고 수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당근마켓은 이제 싹틔운 동네 네트워크를 아주 신중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네 네트워크의 밀도와 중심성 특징을 잘못 파악한다거나, 온라인과 비교하여 동네가 가지고 있는 비교우위를 새로이 분석하지 않고 '한국인의 정... 이제 다시 살려봅시다, 우리가 남이가!' 같은 관점으로 당근마켓 2.0을 접근한다면 지금 타오르고 있는 동네 네트워크의 불씨를 키우지 못하고 사그라뜨려 버릴지 모른다.

특히 이분(MZ세대)들의 호응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위에서도 얘기했듯, 당근마켓 동네생활이 가지는 중요한 함의점은 ‘동네 네트워크의 불씨를 살렸다’는 것이다. 당근마켓이 앞으로 펼쳐낼 동네생활 서비스는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과거의 방식과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보다 훨씬 높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근마켓은 ‘빨간 블루오션’의 선구자로서 새로운 스탠다드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검증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당근마켓이 해야 할 일은?

밀도와 중심성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분석하는 시도 자체가 책에서 시작된 만큼, 그와 관련된 솔루션 또한 책에 나와있다. 위에서 본 것 처럼 당근마켓 동네생활 탭을 낮은 밀도와 낮은 중심성을 가지는 서비스라고 가정한다면, 동네생활 탭의 운영을 위해서 중요한 요소는 유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는 낮은 밀도와 낮은 중심성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목적이나 방식등을 유사하게 구성된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탭은 유사성을 잘 살리고 있을까? 그렇다. 특정한 분류 방식으로 묶인 카테고리를 순차적으로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유사성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맛집에 관심있는 사람, 새로운 인간관계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관심 카테고리를 선택하여 알림을 받거나 게시물을 필터링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동네생활 탭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학습을 경험한다(요즘은 어떤 이슈를 중심으로 글이 게시되는지, 사람들이 어떤 형식으로 글을 올리는 것을 선호하는지 등). 


서비스 간 유사성은 신규 서비스 탐색에 필요한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확장성 측면에서도 적절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향후 새로운 카테고리가 당근마켓으로부터 제공되면, 사용자는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하나의 기준으로 설정하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탐색하게 된다. 이것은 사용자들의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춰 서비스를 어떻게든 사용하게끔 이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이러한 당근마켓 동네생활의 카테고리 중심 정보구조는 일종의 게이트웨이 정보구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원하지 않는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관심있는 정보를 동일한 구조에서 습득하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개혁 확산 이론'을 통해 당근마켓 2.0의 사용자 모델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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