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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Sep 06. 2021

당근마켓 2.0, <동네생활 서비스>를 분석한다(8)

유저 모델 : 개혁 확산 이론

본 내용은 2021년 봄 <UX 기획의 이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당근마켓은 동네기반 중고거래 서비스라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혁신적이지만, 중고거래 서비스를 일종의 추진로켓 삼아 더 큰 그림을 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서비스를 통해 다른 팀들이 하지 않는 '파괴적 혁신'을 디자인하고 있는 것 같다. 에버렛 로저스는 혁신의 확산을 위해 혁신, 시간, 커뮤니케이션 채널, 사회체계가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당근마켓 서비스가 혁신적인지는 상대적 이점, 적합성, 복잡성, 시험가능성, 관찰가능성이라는 다섯가지 기준을 통해 짚어볼 수 있다. 


개혁 확산 이론

혁신 확산 이론이라고도 하는 개혁 확산 이론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잘 정리해 놓았는데, 이론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블로그를 참고해보시면 어떨까 싶다.

블로그의 내용 중 내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을 따로 떼어 정리해 보자면,

- 새로운 좋은 것(=혁신적인 것)은 어떤 기준으로 인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된다.

- <특정 요인>에 따라 혁신 전파의 여부와 속도가 결정된다

    - (혁신의) 상대적 이점, 적합성,시험가능성,관찰가능성이 높은것, 복잡성이 낮은 것과 관련 있다

    - 인지된 위험(불확실성)이 낮은 것도 중요하다

- 혁신에 대한 채택 수용도에 따라 사람들을 집단분류 할 수 있다

    - 얼리어답터(초기 혁신자 집단 포함)가 약 16%, 초기~후기 수용자를 합쳐 68% 정도


당근마켓의 사용자 모델

(2021년 봄 기준) 현재 당근마켓 1.0의 점수를 개혁확산 이론의 세부요인을 기준으로 매겨본다면, 아무래도 가장 약한 부분으로 꼽을 수 있는 요인은 ‘상대적 이점’이 아닐까 싶다. 

상대적 이점이란, 이전의 제품, 서비스보다 새로운 서비스가 더 낫다고 인식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점은 경제적 이점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점까지도 포함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중고나라, 번개장터에 비해 당근마켓이 가지는 이점이 될 수 있다.


중고나라, 번개장터에 비해 당근마켓은 '당신의 근처' 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콘셉트가 중고 거래에 있어 상대적 이점을 주는지 여부는 다른 이야기다. 당근마켓이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설계한 UX(거래 지역 제한, 초기 유저인 지역 맘들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인 품목들)가 중고거래 시스템 자체에 있어 제약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앞선 글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나머지 요인에 있어서는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 서비스의 확산성이 높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적합성의 경우 당근마켓이 내세우는 업사이클링, 이웃 간의 정 회복 등과 같은 가치가 기존의 사회문화적 규범에 적합하여 사용자들이 부담없이 컨셉을 수용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당근마켓의 복잡성은 두 가지 전략을 통해 낮아졌는데, 첫째로는 이미 앱 사용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용 시나리오(전화번호를 이용한 원클릭 가입, 글쓰기 및 판매에서 유사한 UI 구성)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과, 둘째로 혹시나 사용자들이 사용에 있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할 때 친절한 톤앤매너를 일관되게 유지하여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시험가능성 및 관찰가능성 또한 낮은 복잡성의 연장선상에서 설명이 가능한데, 사용자들이 당근마켓이 기존의 경쟁 서비스와 비교해 더 나은지 시험하고 관찰하기 위해 초기 앱을 사용, 유지하는 데 있어 낮은 복잡성으로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점이 주효했다. 또, 일반적으로 중고거래 사용자들은 플랫폼 중심이라기보다 거래 품목 중심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구매자는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특정 품목을 다양한 플랫폼에 검색하고, 판매자는 구매자의 그러한 특성을 이용해 다양한 플랫폼에 동일한 제품을 업로드한다. 즉, 사용자들이 여러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면서 앱을 평가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나중에 다운받은 앱이라도, 사용 결과 만족하면 이전의 앱에서 갈아타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경이다.



당근마켓 2.0의 혁신성

그렇다면 당근마켓 2.0의 혁신성은 어디에서 온다고 할 수 있을까? 당근마켓 2.0부터 본격적으로 지향하는 <지역 네트워크 서비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유저'가 필요하다. 

네트워크 서비스 하면 떠오르는 페이스북을 예로 들어 한번 생각해 보자. 페이스북이라는 서비스의 품질은 어디서부터 비롯될까? 다양한 기능과 직관적인 UI를 꼽을 수 있지만,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소비하기 시작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내 친구, 동료, 가족들이 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을 꼽아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사용자는 다른 사람들이나 나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인원, 혹은 내가 관심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업로드하는 다양한 정보를 소비하게 되는데, 만약 내 친구들(1)이 더이상 정보(2)를 올리지 않는다면 페이스북을 사용할 이유가 더이상 없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즉, 페이스북이라는 서비스의 품질은 다른 사용자들의 활동의 양과 질을 확보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이다.

당근마켓이 네트워크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그들이 얼마나 간절히 동네 네트워크를 살리고자 하는 소명을 가지고 있는지, 심지어 당근마켓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현실적인 솔루션을 갖고 있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서비스를 사용할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솔루션 자체가 네트워크 서비스로서는 하나의 혁신을 이뤘다고 볼 수 있는데, 당근마켓은 <당근마켓 1.0>을 통해 충분한 규모의 유저를 확보함으로써 네트워크 서비스인 <당근마켓 2.0>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전자가 후자에 대한 혁신지점이 될 수 있지 않냐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틀간 쓰던 내용을 날려먹고 남은 것은 이것뿐


당근마켓 1.0이 2.0을 위한 혁신으로 작용하면서, 만약 1.0 없이 2.0을 먼저 시작했다면 발생했을 타임 랙(time lag - 서비스가 대중적으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지체의 의미로 작성됨)을 줄여주었다. 아래의 그래프를 바탕으로 설명해보자. 혁신가(Innovators)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s) 집단은 일반적으로 혁신의 채택 속도가 빠르지만 그 양이 그렇게 많지 않다. 둘이 합쳐 봐야 16% 정도라고 할 슈수 있다, 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대부분의 조기다수자(Early Majority)에게까지 서비스가 노출되고 채택되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비율로 따지면 목표 사용자 규모의 50% 정도를 차지할 것이다. 최근 당근마켓 1.0의 사용자 규모는 50%를 넘어 후기다수자(Conservatives)의 유입까지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유입 집단의 증가로 인한 문제점은 이후 글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1.0에서 2.0으로의 업데이트가 초록색과 주황색 사이의 갭을 줄였다 


마치며

나는 당근마켓이 지금까지 구축하고 펼쳐내는 다양한 특성들을 좋아한다. 핵심 컬러인 주황색도 좋고, 따뜻한 톤앤 매너도 좋아하고, 중고거래 시스템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으며, 동네생활 탭에 이르러서는 손뼉을 치며 감탄을 연발하고 사용하는 중이다. 하지만 동네생활 탭을 너무 응원한 나머지, 당근마켓 1.0은 그 찬란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저 2.0을 위한 하나의 '미끼 상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된다.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가설일 뿐이다..

혹여나 이것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당근마켓 1.0의 성공을 깎아내리는 것 처럼 읽혀질까 하는 걱정이 이 챕터를 쓰면서 엄습해 왔다. (그래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끝에 저장 에러로 최종 작성본을 날려먹은 것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나는 당근마켓의 중고거래 시스템이 기존 시장에 가져온 변화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혁신적이라고 생각하고, 당근마켓 1.0의 이 크나큰 성공을 통해 2.0의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일종의 주접(?)을 떨고 있는 것에 가깝다.


다음 글에서는 당근마켓이 당면할 수 있는 이슈 중 한 가지를 법적 관점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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