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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Feb 16. 2022

covid와 명상

명상에 대한 짧은 이야기


이번주 월요일부터 갑자기 내가 쓴 글의 조회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브런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 주 일요일에는 18명이 내 글을 읽었는데, 월요일에 186명이, 화요일에는 393명이 글을 읽었다. 브런치 북 좋아요도 10개가 넘었다고 하고, 일하는 중에 스마트폰에서 수시로 브런치 앱에서 알림이 왔었다. 


물 들어온 김에 노 저으랬다고, 그동안 못 쓴 글 한편을 오늘은 집에 와서 쓰겠노라 마음먹고 일찍 퇴근했는데, 아뿔싸.. <작가의 서랍>에 미리 써 둔 글이 그만 똑 떨어졌다. 남아있는 글들이라고는 하루 만에 쳐내기에는 너무 덩어리가 커서 낮이나 밤 중 하나를 오롯이 바쳐 다듬어 줘야 봐줄만 해 질 내용들이라서, 내일 아침 출근을 위해 글 다듬기는 깔끔히 포기하고 명상에 대해 짧은 글이나 쓰려고 마음먹었다.



앞서 써 놓은 명상 안내글에 대해, 너무 글밥이 많지 않나 싶어 늘 걱정어린 마음을 안고 있었다. 내 글이 명상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짐이 되는 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퇴고를 몇번이고 거쳐, 줄인다고 줄인 글들이다. 


하지만, 모바일로 들어가 내 글을 보면 스마트폰 절반을 가득 채운 글씨들의 연속에 나조차도 압도되기 일쑤였고, 내가 쓴 글임에도 다 읽지 않고 꺼 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나마 PC로 보면 좀 괜찮은데.. 다들 할 말이 없고 쓸 글이 없어 글을 못 쓴다던데 나는 대체 어디서 그 많은 말들이 끊입없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내가 육하원칙으로 알아보는 명상 시리즈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렇다. 나는 최근 코로나 양성으로 인해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했고, 그 기간동안 숙원과도 같던 '마무리' 라는 것을 해냈다. 격리 기간이 일주일인지 열흘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시간관념과 날짜관념도 없이 작은 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이층 침대에 누워 보냈다. 


특히 초반 2-3일은 진짜 너무 아파서 글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자거나, 아프거나, 일어나서 잠시 밥을 먹었던 기억 뿐이다. 하지만 몸이 좀 나아지고, 앉아 있을 수 있게 되면서 이전에 써놨던 글들을 조금씩 써 내고, 시리즈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글들이 작가의 서랍 속에서 미완성된 상태로 남아 있었는데,(심지어 발행한 글들도 미완성이 많았다) 그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바깥으로는 꺼내놓지 못했던 내용들을 진득하니 써낼 시간이 생겨나자, 마치 제자리를 찾아가듯 여러 편의 글들이 뚝딱 하고 나왔다.



격리가 끝나고 다시 회사로 출근을 하게 되면서, 확실히 명상을 하거나, 명상에 대한 글감을 생각하는 시간은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재밌게도, 명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일을 할 뿐인데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명상의 향기'를 계속해서 풍기고 있었다. 


오늘 같이 일하는 분들께 <내 브런치 글이 바이럴을 탔는지 갑자기 조회수가 확 늘었다> 라고 자랑하니, 그 분들이 "나도 명상에 관심이 있는데, 그 글 나도 좀 보여달라"는 말씀을 하는 것이다. 원래 같았으면 카톡으로 (이미 클립보드에 복사해 둔) 브런치북 주소를 5초 안에 보내드리며 지금 이 자리에서 한번 읽어보시라며 열심히 영업을 했을텐데, 불현듯 이 분들은 굳이 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며 링크를 보내드리지 않고 퇴근했다. 


팀원들과 내가 하루 종일 같이 일하며 얘기했던 내용들이 결국 알아차림을 강조하고, 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운운 이었는데, 이런 얘기들이 당연히 원활한 업무처리를 돕기 위해 꺼낸 이야기었음에도 그 근원은 내가 명상에 대해 탐구하며 깨달았던 것들에 있었음을 알아차려 버리자, 그 순간 벙쪄지면서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운이 좋게도, 요 근래 들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계속 명상 수업을 하고 있다. 요가원에서 명상 수업을 하고 있다 보니 오시는 분들은 요가를 하시던 분도 있고, 요가원 근처에 살다가 우연히 수업을 알게 되어 오신 분들도 있는데, 한시간일 때도 있고 세시간일 때도 있고 어쨌든 주어진 시간동안 열심히 명상에 대해 안내드리고 반응을 살펴보곤 한다. 


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강의를 하다 보면, 물을 마시는 것도 까먹고, 물을 마시는 것을 까먹다 보면 목이 칼칼해지는 것을 느끼는데, 그래도 이 분이 다음 번에 다시 와서 내 수업을 들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주어진 시간 내에 최소한 알려드려야 할 것을 다 알려드려야 겠다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곤 한다.(사실 수업을 들으신 분이 다음 번에 또 오게 된다면, 그 때는 또 그 때 안내해드려야 할 내용이 산더미같이 쌓이기 때문에 어쨌든 매 순간순간 준비한 말을 다 해야 한다..) 


문제는 내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겪으며 인후통과 함께 목에 많은 고통을 느끼고, 그것이 낫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목을 써왔다는 것이다. 다른 곳은 다 괜찮아 졌는데 목 만큼은 나아지지 않고 계속 잠기거나, 간지러워 기침을 하게 된다. 노래를 부를 때나 말을 할 때 목이 계속 불편하니 조금은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목을 아끼는 것과 명상 수업을 하는 것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브런치 계정에 연동할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었다. 혹시나 내 글을 읽다가 명상에 대한 궁금한 점이 생기는 분이 있을까 봐, DM으로 메시지를 받고자 새로 계정을 만든 것이다. 물론 이것도 만듦과 동시에 격리가 해제되고, 뭔가 갑자기 바빠져서 계정에 사진을 업로드한다거나 글을 써 올리는 것을 하나도 하지 못했는데, 이번 주 독자가 많아진 것에 대해 감사하며 그에 대한 게시물을 하나 업로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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