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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Jul 11. 2022

명상의 기초 개념(2)

명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들 : 명상 상태


(시리즈를) 들어가며


무엇이 계기가 되었든, 당장 명상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처음 명상을 접한 사람이 제대로 '명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과 방법을 이 글에 담아보려고 한다. 


명상 마인드, 명상 상태, 명상 훈련의 순서로 3부에 걸쳐 명상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해 보았다.(다른 많은 글들이 그렇듯, 원래는 1부로 기획했다가 결국 분량 문제로 3부에 걸쳐 정리하게 되었다..)


앞으로 설명할 내용이 읽고 한 번만에 100% 이해가 된다면 (불교식 표현으로) 당신은 전생에 이미 특정 경지에 올라 명상을 다 수행하고 환생한, 특별한 능력자일 것이다. 쉽게 말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 글을 여러 번에 반복해서 읽어야 점차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니, 내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부담은 잠시 접어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래의 내용을 읽어보자. 



명상 상태?

명상 상태를 이해하려면, '상태-행위 관점'만 이해하면 된다. 보통은 명상을 설명할 때 상태와 행위를 따로 구분하여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초심자들의 헷갈림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열반, 삼매, 선정 등의 단어로 표현되는 특정한 상태를 명상 상태라고 이해하면 되고, 나를 그 상태로 만들기 위해 하는 다양한 전략적인 행위를 명상 행위라고 이해하면 된다. 다시 말해, 명상 상태는 지향점,목표, 도착점, 골(to BE)이라고 생각하고,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 시도, 노력, 연습, 훈련을 하는(to DO)것을 명상 행위라고 구분하라는 말이다.

하는 것(do)와 인 것(be)는 되게 다른 개념임에도 한국어 문법 상에서는 잘 구분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다..

명상을 '한다'는 것의 문제


다음의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1) A : 너 명상 해 봤어? /  B : 응 나 명상 자주 해.
(2) A : 너 명상 돼?       /   B : 아니, 요즘 해도 잘 안되네?

(1)과 (2) 중에 무엇이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가? 아마 (2)번이 더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보통 명상에 대해 말할때, <명상을 한다>와 같이 표현하기 때문이다. (1)을 영어로 직역해보면 <doing meditation> 정도가 될 것이며, 이는 명상을 행위 차원에서 표현한 것이다. (2)는 상태 차원에서 명상을 표현한 것으로, 영어로 직역해보면 <being meditative state>(명상이 된다)와 같이 표현될 것이다. 


[명상 해 vs 명상 돼] 라는, 고작 한 글자 차이지만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명상을 행위 중심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명상을 상태 차원으로 생각하기 어렵게 만들고, 자기도 모르게 명상을 자꾸 행위 차원에서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대중적 차원에서 명상의 본질이 잘못 퍼지게 되는 것이다. 


[명상 행위를 하는 것]과, [명상 상태에 들어가는 것] 간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 명상 행위를 잘 할 수록 명상 상태가 잘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특히 초심자일수록 명상 상태를 가기 위해 호흡 관찰이나, 한 대상에 일점 집중을 하는 것, 내부의 몸을 관찰하는 것과 같은 '특정한 행위'를 해야만 할 것이다. 초심자가 아무런 시도나 행위 없이 저절로 명상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간의 상관관계가 높다고 해서 [명상 행위 = 명상 상태] 라고 생각해서는 안되며, 서로 다른 두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위는 겉으로 보이지만, 상태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명상 : 상태 > 행위

만약 명상 행위가 명상 상태보다 더 명상의 본질에 가깝다면, 초심자들이 [명상 = 명상 행위]라고 생각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내 생각에는 명상 상태가 명상 행위보다 명상의 본질에 가깝다. 명상 행위를 통해 명상 상태에 도달한다는 방향성이 굉장히 뚜렷하기 때문이다.

(상태 vs 행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https://brunch.co.kr/@medguide/19 를 참고 부탁드린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초심자들에게 명상의 목표/목적을 명상 상태에 도달하는 것으로 '먼저' 설정(1)하고, 그이후에 명상 상태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학습(2)하는 순서로 명상을 안내한다. 이 순서가 맞는 방향이기도 하면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방향으로 목표 설정이나 이해 없이 무작정 호흡관부터 시작해보는 방법 역시도 지난 1편에서 소개한 바 있다.)


명상 상태가 무엇인가?

사실 초심자가 '명상 상태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엥?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앞서 그렇게나 명상 상태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 놓고, 이제 와서 명상 상태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없다니..? 말장난같이 들릴 수 있겠지만, 명상 상태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1)을 알되, 명상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말라(2)는 말이다. 


명상 상태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명상에 대한 경험치가 필요한데, 보통 초심자는 이 경험치가 없기 때문이다. 명상에 대한 경험이 백지 상태인 사람이 명상 상태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행착오 및 시간의 경과가 필요한데, 보통은 초심자에게 그 시행착오를 참고 이겨낼 만큼의 의지나 리소스가 있지 않고, 시간의 경과를 빠르게 당겨올 수도 없다. 나로써는 명상 초심자의 의지를 차라리 다른 데에 쓰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에, 초심자에게 명상 상태를 이해시키려는 시도 대신 다른 안내를 드리는 편이다.

제 판단.. 한번 믿어 보세요

그럼에도 명상 상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싶은 초심자 독자를 위해, 추가 안내를 드리고자 한다. 명상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시대적,지리적,분파적 차원에서 골고루 & 자세히 내용을 설명해 놓은 바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다. 참나(진아)의 자리이고, 무상한 자리이며, 공한 상태이며, 지복한 자리이고 근심없는 자리이며, 편안한 자리라고 말이다. 인터넷에 앞서 말한 키워드(열반, 삼매, 선정, 참나, 무상, 공, ...)들로 스스로 검색을 해보시면 되겠다. 


명상 상태에 대한 텍스트를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그 말들에 대한 의심만 쌓일 수 있다(이거 다 뻥 아니야??). 명상에 대한 설명을 읽고도 가슴으로 와닿는 바가 없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다. 명상 상태에 대한 설명이 가슴에 와닿으려면, 그 상태를 얕든 깊든 직접 경험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두리안을 먹어보지 않고 두리안의 맛에 대한 설명만을 듣는다고 해서 두리안의 맛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비유하면 전달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두리안에 대해 이 고양이보다 모른다..


그래도 명상 상태를 설명해 본다면?

초심자의 이해 가능여부를 떠나서, 어쨌거나 내가 경험한 명상 상태에 대해서 설명해 본다면, 내가 경험한 명상 상태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일종의 꿈같은 상태였다. 굳이 갖다 붙여(?)보자면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상태라고나 할까. 


그리고 정말 나를 둘러싼 모든 것(내가 아닌것, 나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내가 아닌 것)이 소거되고, 더이상 없어지면 안될 최소한의 인식주체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보니 그 상태에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사실상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기도 하다. 

사실 내가 경험한 상태를 어떤 이미지로 표현하기는 너무나도 어렵다

아직 내 짬이 모자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명상 상태에는 들어가는 것도 만만치 않게 어렵고(문턱에서 명상 상태에 들어가는 데 실패하거나, 아무리 열심히 시도해도 그 상태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들이 더 많다), 들어가더라도 내 몸의 상태가 틀어지거나 바뀌면 튕겨나오듯 그 상태에서 빠져나오기도 한다. 


명상 상태 경험의 중요성

명상 상태를 인지하고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명상 초심자와 중급자를 가루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명상 상태를 경험을 하고 나면, 명상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들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같은 문장을 접해도 어떤 부분은 더 크게 와닿고 뚜렷하게 느껴질 수 있고, 이전에는 그럴듯해 보였던 지식도 갑자기 어색하게 느껴지게 된다. 내가 했던 경험과 일맥상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바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초심자일수록 빨리 초심자 레벨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수록 회의감만 늘어나고 사짜(?)에 가까워질 가능성만 높아진다. 명상 수행을 통해 주의력이 향상되고, 그 결과 직관성이 뚜렷해지고 의사결정능력이 증대되기 때문인지 몰라도, 명상을 꾸준히 습관화하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기만 하면, 결국에는 다 깨닫게 되어있으니 말이다.



마치며

재미있게도, 명상 상태에 진입하지 못할 때 느끼는 아쉬움은 오히려 내가 명상에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동기로 작용한다. 다음 날에 다시 명상 상태에 들기 위한 시도를 해보기도 하고, 명상과 관련된 지식을 수집하면서 나만의 명상 방법이나 전략을 만들어 가는 모든 과정에서 나는 명상을 즐긴다.

명상이 쉽기만 하다면 재미없고 금방 질리지 않을까?

이제는 이런 명상적(meditative) 관점이 나의 삶의 관점이자 인식론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다 종종 세상을 바라보는 내 자신의 관점이 이제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관점과 꽤나 다르구나 라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명상 상태에 대한 기초 개념을 정리,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명상 행위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특정한 상태가 있고, 그 상태에 도달,지속하는 것이 명상의 목표다.

2. 명상 상태는 삼매,선정,열반 등으로 명명되고, 참나, 공, 무상 등으로 표현되나 초심자 단계에서 그것을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3. 결국 초심자가 '하는' 것은 명상 행위가 맞다. 단, 명상 행위를 위한 행위만을 하지 말고, 명상 상태에 가기 위한 행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들어와서 이런저런 질문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open.kakao.com/o/g8x04F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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