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I

왜? 호모사피엔스만이 인류의 유일 종인가?

by 김성원

나의 해외 방문 첫 나라는 홍콩이었다.

그런데 실제 홍콩은 국가가 아니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으로 반환이전까지는 식민지령이었고, 지금은 특별행정구이다. 홍콩이 국가로서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이유는 영토, 국민은 충족하지만, 정부,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없기 때문에 국가가 아닌, 식민지령, 특별행정구로 영국과 중국의 일부 영토에 불과했다.


국가 규정은 몬테비데오 협약(1933년)에 근거하고 있다. 몬테비데오 협약은 국제법상 국가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 협약에는 국가 인정 기준으로 1. 영속적 인구 (permanent population), 2. 명확한 영토 (defined territory), 3. 정부 (government), 4.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capacity to enter into relations with other states) 이상의 4대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선언적이며, 명시적인 국가에 대한 규정이다.


일반인에게 국가라는 개념은 이러한 국제법상의 명문화된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여행과 출장으로 미국, 유럽, 호주, 동남아, 아시아 등을 다니면서 느꼈던 나에게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은 역사적인 동질성을 갖고, 종교, 문화, 언어, 사회적 통념의 동질성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홍콩을 국가로 생각했던 이유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는 홍콩은 영국과는 다른 역사적 동질성과 종교, 문화, 언어 사회적 통념의 동질성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중국의 특별행정구가 된 지금은 중국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역사적 동질성과 종교, 문화, 언어 사회적 통념의 동질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 같은 국가로 보기에는 이질적인 부분이 있기에 국제법상의 국가 정의와 내가 느끼는 국가에 대한 것이 차이가 있었던 거다.


국제법상의 국가 정의와 개인적으로 느끼는 국가에 대한 차이는 유럽과 아시아를 다니다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나는 출장과 여행을 가기 전 해당 국가의 역사에 대해 꼼꼼히 조사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국가의 탄생 배경, 해당 국가의 문화, 산업, 경제, 정치와 종교 그리고 현재 주요 이슈들을 조사한다. 이러한 조사는 출장이든 여행이든 방문 국가를 좀 더 깊고, 잘 이해할 수 있는 배경 지식이 되며, 해당 국가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실수하지 않는 부분으로, 그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부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아시아 역사를 이해하려면 먼저 종교 역사를 이해하면 된다.

각 국가의 역사를 조사하다 보면 종교와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었다. 유럽은 가톨릭을 아시아는 불교를 중심으로 국가 형성과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후에는 정치권력 따른 국가 형성과 발전이 이루어졌다. 유럽과 아시아를 방문 국가별로 역사를 조사하다가 보니 역사적인 동질성을 갖고, 종교, 문화, 언어, 사회적 통념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국가가 형성되고, 발전하고, 망하고 새로운 국가가 나타나는 것이 반복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계사와 국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와 정치, 사회 역사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한 해외 여행지의 역사, 문화, 경제, 정치, 사회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외여행을 할 때 해당 국가가 해당 지역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유럽은 그리스,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스웨덴 등등을 방문하는 이유를, 아시아는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이유가 있다. 나의 첫 해외 방문국가 홍콩은 중국의 또 다른 모습을 갖고 있는 국가로, 호주는 유럽의 또 다른 모습을 갖고 있는 국가인 것처럼 느껴진다. 홍콩과 호주는 자기 정체성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그런 국가는 아니었다.

국제법상 규정된 법은 국가를 인정하는 기준이 되지만, 여행자가 느끼는 국가는 고유성과 정체성이 기준이 된다.


국가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면서 호모사피엔스에게 국가가 필요했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왜? 호모사피엔스만이 인류의 유일 종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글들이 쌓이면서 짙어지는 단어들이 있다.


호모 사피엔스에게 국가란?
생존의 전략, 경쟁의 구조, 욕망의 추진력, 상상력의 산물


국가는 단지 지도 위에 존재하는 행정 구역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상상된 실체이다. 사람들은 법, 제도, 언어, 문화, 역사, 종교처럼 보이지 않는 질서와 구조를 믿으며, 그 믿음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구성한다. 국가는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 허구에 대한 집단적 신뢰를 통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협력하고, 자신을 보호하며, 생존의 틀을 유지해 왔다. 바로 이 점에서 국가는 호모 사피엔스가 창조한 가장 강력한 상상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상상력은 단지 생존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국가는 욕망의 실현을 위한 공간으로 진화했다. 경쟁은 자원을 독점하려는 욕망을 낳았고, 욕망은 더 정교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렇게 국가는 점점 더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으로 팽창했다. 오늘날의 국가는 단지 행정 조직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 과학, 자본, 제도, 문화 등 인류 문명의 거의 모든 층위를 끌어안고, 호모 사피엔스가 지향하는 욕망의 끝을 향해 달리는 상상력의 결정체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만들어낸 ‘국가’라는 상상력의 구조물은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그 답은, 아마도 기술과 과학이 만들어갈 다음 문명,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욕망이 끝없이 확장시킬 미래의 상상 속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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