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법을 알게 하고 싶었다.

by 김성원

부모의 경험이 자녀에게 때론 힘이, 때론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힘이 되는 경우는 부모의 경험이 자녀를 이해하는 데 작용할 때이고, 어려움을 주는 경우는 경험의 한계를 자녀가 보모 대신 채워주었으면 하는 욕심과 보상 심리가 작동할 때이다. 엄마, 아빠의 각자의 경험을 기준으로 잘 성장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아이에게 몰리면 힘겨워한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우리 부부는 약속을 했다. 아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고,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하자!라는 것이었다. 쉽지 않음을 알지만, 그래도 아들이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 부부의 자녀 교육법이 정답일 수는 없다. 다만 자녀를 보호의 대상이 아닌 서로 대등한 존재로 존중하면서 서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교육 철학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쯤으로 기억한다.

한 주를 미술 학원과 축구 클럽활동으로 꽉 채우는 생활을 하였다. 주중에도 방과 후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미술 학원 시간에 맞추어 하교하는 것이 아들의 일상이었다. 미술학원을 마친 후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쉬고, 놀다 보면 숙제할 시간이 없어 늦은 밤 졸면서 숙제를 하고 했다. 때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숙제를 하고, 등교 길 차 안에서 숙제를 하기도 하였다.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등수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 부분은 본인의 의지라고 생각을 하였다. 다만 숙제는 선생님과 학생 간의 최소한의 약속이라는 생각에 반드시 숙제는 하게 하였다. 숙제하는 방법도 아들을 믿도 알아서 하도록 하였다.

숙제를 반드시 책상 위에서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아빠인 내 생각이었다. 이 부분 또한 아내와 이견이 있었던 부분이었다. 나는 회사 퇴사 후 사무실 없이 고객과 파트너가 준 숙제를 노트북을 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했다. 그러한 나의 업무 경험 때문에 아들이 숙제를 꼭 책상에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다만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우리 부부는 아들이 책임감을 갖고,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하면서,
행복한 순간을 느끼며 성장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2000년대 이후 아이들에게 디지털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신체 일부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모르는 것은 친구들과 SNS를 통해 습득하는 디지털 세대이다. 이들이 부모와 겪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게임이다. 게임으로 인한 사회와 가정 문제를 모든 가정이 한 번쯤은 겪어 보았을 것이다. 우리 가족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들이 스마트 폰과 게임으로 엄마와 대화 시간이 줄고,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지각을 하고, 가끔은 숙제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아내는 아들의 스마트 폰에 작동을 제약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저녁에서 아침까지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 때문에 아들과 엄마 간에 갈등이 계속되었다.

난 아들과 엄마 모두를 이해한다.

엄마는 아들이 절제된 스마트 폰 사용을 원하는 것이었다.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의 스마트 폰 사용을 아들에게 요구하지만, 아들은 너무 재미있고, 엄마가 하지 못하게 하는 그 순간 욕구를 채울 수 없어 자신을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엄마와 문제가 계속되는 것이었다.


아내와 아들의 스마트 폰 게임 사용에 대한 논의 후 우리 부부가 내린 결론은 스마트 폰 게임이 지겨울 만큼 하게 하자라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것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음을 안다면, 하고 싶은 것이 지겨워질 수 있음을 스스로가 알게 하자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것이 지겨워진다는 것은 순간적인 충동이며, 그 지겨움을 알기에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아들에게 일요일 하루 종일 축구를 하라면 정말 체력이 방전이 될 때까지 한다.

재미있기에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으로 주위에서 인정을 받기에 아들은 하루 종일 축구를 할 수 있었던 거다. 그것을 우리 부부는 알기에 아들에게 제안을 하였다.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까지 잠을 안 자도 좋고 밥을 먹지 않아도 좋다!"

"엄마, 아빠는 너에게 일체 간섭을 하지 않을 터이니, 32시간을 쉬지 않고 게임을 한다면, 앞으로 너에게 게임하는 것에 간섭하지 않겠다!"


아들은 무척 좋아하며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무리 좋아도 32시간 동안 게임만 하는 것은 정말 쉬운 것이 아님을 우리 부부는 알기에, 아들이 일요일 밤 어떠한 얘기를 할지 몹시 궁금했었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점심까지는 정말 거의 잠도 자지 않고 밥도 거르면서 게임을 하였다. 그리고 토요일 점심식사 후 잠시 잠을 자고 일어난 후 게임을 이어갔다. 토요일 저녁이 되자 아들이 꾸벅꾸벅 앉아서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요일 새벽에 아들은 곯아떨어졌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 잠에서 깨어나 잠시 게임을 하면서 아들은 총 게임 시간을 계산하였다. 거의 20시간 가까이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하였다.

우리 부부는 아무 말하지 않았다. 32시간을 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들이 20시간 가까이 게임을 한 후 일요일 저녁은 본인의 일상생활 패턴으로 돌아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아들은 게임을 즐기는 용으로 수준으로 변화하였다. 게임에 몰입하는 시간이 줄었다.

시간이 좀 흐른 후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물었다. 게임을 그전보다 많이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들은 게임을 하다 보면 지겨워지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가끔 게임을 즐기면서 하는 것이 좋아서 시간을 조절한다고 하였다. 아들에게 게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는 대상이 아닌, 가끔 즐기기 위한 오락이었다.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것이 모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는 것이 아닌, 지겨운 것도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지겨운 것을 이기기 위해서는 조절할 수 있어야 함도 함께 말해 주었다.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아들은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당구와 볼링 등이 더 재미있다고 했다. 가끔 친구들과 PC 방에서 어울릴 정도의 수준만 유지한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 재미있는 것, 지겨운 것, 해야 할 것...

삶에서 우리 스스로가 알아야 하고, 조절하고, 지속시켜야 할 것들이다.

이 기준에 대해 아들은 나름 자신의 기준을 만든 듯하여 부모로서 감사하다.


며칠 후면 아들은 상해로 간다.

코로나로 격리 기간을 감안하여 일찍 출국한다. 북경 생활은 익숙하지만, 상해는 처음이라 은근 걱정이었지만, 스마트 폰으로 상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복단대 선배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카페를 활용하여 나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 부부가 해주는 일은 그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공부에 몰입한 지난 1년 반이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공부가 지겨웠지만 해야 하는 것이기에 몰입하려고 했고, 몰입하면서 조금의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부모로서 아들에게 경험시키고, 느끼게 하고픈 것들을 해 준 듯하여, 뿌듯하다.

이제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아들을 응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