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여전히 정의 불가능한 개념이다. 시간은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이 감각하고 수용하는 세계의 형식일 뿐, 우리는 시간을 정의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시간에 대해 '흐른다'고 소통할 뿐이다. 결국 시간은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고, 감각적으로만 체험되는 것이다.
시간은 과거에도 현재도 여전히 인간이 붙잡고자하는 사건이자 조건이며, 배경이자 무대, 느낌이자 기억, 삶의 리듬이자 죽음의 그림자다. 그렇게 시간은 언제나 인간이 창조하는 예술의 조건이자 미적 경험의 배경이 된다.
하이경, 윤종 두 작가의 공동 전시 '시간의 정원'은 시간의 흔적을 각자의 기억과 감각으로 포착해 탐구하는 기획이다. 이번 전시는 10월 18일~11월 8일 서울 강남구 갤러리벨비에서 열린다.
하이경, 동강 캠핑 (Donggang River camping), 91 x 116.8cm, Oil on canvas, 2021
하이경, 알틴아라샨(Altyn-Arashan), 72.7x60.6cm, Oil on canvas, 2025
하이경 작가는 인간이 머문 시간의 흔적을 따뜻하고 섬세한 감각으로 담아낸다. 고요하고 잔잔한 질서로 포착된 작품들은 거친 현실을 되돌려 독자에게 위로를 전한다. 작가에게 위로는 고요한 관조이고, 따뜻함은 정연한 질서 속에 호흡하는 평온이다.
하이경의 고요한 여행은 가깝게는 <동호해변>과 <동강>으로, 멀리는 키르기스탄의 <알틴아라샨-Altyn-Arashan>으로 정연한 새벽의 시간을 찾아간다. 여행에서 만난 것은 대자연에서 서로 마주앉은 사람들과 아직도 해변을 걷고 있을 누군가의 자그마한 발자국이다. 흔적은 그대로 위로가 되고, 위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계속된다.
윤종, floating life, 2_0018, 27.3 x 22.0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윤종, 24번지 이야기 25007, 72.8 x 61.0cm, Oil on canvas, 2025
윤종 작가가 보여주는 소박한 집과 안락한 소파, 인간과 공존하는 나무와 화초, 자전거와 자동차 이미지는 인간 저마다의 드라마가 어우러지는 상징이다. 삶의 바깥은 빠르게 흐르는 사건의 연속이지만, 그 내면은 언제나 따뜻한 기억의 풍경이 펼쳐지는 공간이 된다.
기억과 공존의 공간인 <24번지>를 찾아가는 윤 작가의 작업은 지난한 시간여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유동하는 집은 언제나 달과 별들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고, 꽃과 화초의 시간과 동행한다. 작가의 아날로그적인 시간여행은 멈추지 않고 이어져 끝내는 인간 내면 깊숙이 숨겨진 기억의 마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머물고 호흡하며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치유자가 된다.
하이경, 윤종 두 작가가 각자의 기억과 감정의 흔적을 포착해 만든 '시간의 정원'을 선보이는 공동기획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10월 18일부터 11월 8일까지 갤러리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