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유쓰뉴스

프롤로그: 인도양의 진주, 스리랑카이야기

[유쓰뉴스 _스리랑카 UN기구 체험기]

by Media Noon 미디어 눈

[미디어눈]은 "모든 목소리에 가치를"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청년들이 겪고 바라본 세상을 뉴스의 가치를 담아 전하는 비영리 청년 미디어 팀입니다. 미디어눈이 전하는 [유쓰뉴스]는 청년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일하며 경험한 내용과 청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국제이슈를 전하는 콘텐츠입니다. 첫 번째 주제로 스리랑카 UN기구에서 일하는 한수지 에디터의 스리랑카 체험기를 전합니다.


스리랑카. 인도 옆에 위치한 섬나라. ‘인도양의 진주’라고 불리는 곳. 그것이 내가 스리랑카에 대해 알고 있던 전부였다. 올해 초 청년 UNV로 스리랑카로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제 스리랑카에서 1년을 살아본 지금, 누군가 내게 스리랑카는 어떤 곳이냐고 묻는다면,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 이웃들을 돕는 청년들이 가득한 국가’라고 대답할 것 같다.


SQdj-0bn57OmlPB8UjQcf9kQ6eOo8OG0C1HcQokNPjNsyoT0064nGnJXnGhrfDwYfBMRqxnNd8X_rS06-druVvsefCKLPzdn0XCqGh4EFyMR6qvKph8swihi74pfgn31UdE_9Ad5 서로 다른 민족, 종교적 배경을 가진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화합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있는 스리랑카 청년들의 모습. ©한수지


스리랑카는 지금은 평화롭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싱할리족과 타밀족간의 내전이 극심했던 국가다. 영국 식민지 시대 당시 식민통치를 위해 영국 정부는 영어 중심의 교육을 수용했던 타밀족 인사를 공직에 임명했다. 또, 기독교 국가를 표방했던 영국의 통치이념 상 대다수의 싱할리족이 믿고 있던 불교는 경시되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정권을 잡은 통일국민당 (the United National Party: UNP)은 싱할리족 중심의 정치를 펼쳤고, 불교국가로서의 스리랑카 건설을 강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 타밀족의 정치 및 사회 참여에 제재가 가해졌고, 급진 불교 주의자들이 세력을 얻으면서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에 대한 차별도 극심해졌다. 그 과정에서 타밀족이 다수 거주하는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자치권을 호소했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싱할리족이 집권한 UNP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불만이 쌓여갔던 타밀족은 ‘독립’을 주장하면서 LTTE (Liberation Tigers of Tamil Eelam, 타밀 엘람 해방호랑이 - 타밀족의 완전 독립을 주장한 무장반군단체)를 세웠고 1983년부터 2009년에 이르기까지 약 30년 간 정부군 (싱할리족) - LTTE (타밀족) 간의 전쟁이 이어졌다. 전쟁 당시 중학생이었던 직장동료의 말에 의하면, 수도인 콜롬보 시내버스에서 LTTE군의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나서 버스에 큰 짐을 들고 탈 수 없었고, 가는 곳곳마다 보안검사를 받아야 했다고 한다. 전쟁이 일어났던 북부지역과 동부지역에서 살았던 친구들의 경우, 정부군의 공격으로 인해 피난을 가야 했고 지금도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당시 타밀족들의 피신을 도왔던 싱할리족 인권운동가 루키 씨 (Ruki)는 정부군에 납치되었다가 여러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고조되면서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이슬람 사원을 공격하는 등 다양한 종족 간, 종교 간 갈등이 진행되었다.



스리랑카의 청년들은 이러한 내전을 겪은 세대다. 한편, 스리랑카 전체 인구 중 약 440만 명 (23%, 2014년 통계)을 차지하고 있다. 유엔 결의안 2250호에 따르면, 전쟁을 겪은 국가 내 상당한 인구비율을 차지하는 청년들이 공동체 내 평화를 구축하는 운동에 앞장선다면 전쟁으로 인한 갈등 및 사회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유엔 결의안 2250호를 바탕으로, 내가 근무하고 있는 유엔봉사단 스리랑카 지부 (UN Volunteers Sri Lanka) 피스빌딩팀은 청년들이 공동체에서 평화를 실현해 나가는 ‘주체’가 되도록 “평화를 위한 청년” (Youth4Peace)이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아티클을 참조: 링크).

3UHx6mjfjF7HUXj8sQQV4x_spL-b8xg7qioBoWG7oeGq3pZREPbx5EoG_JHB7zFHPGoStuYuyNeshQr6f8tiwObsz0Sb9PAc1ujeynO07IY7gxv2ELH06_ljsAqy2ZIAZ9kya9OH 평화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논의하고 있는 ‘평화를 위한 청년’ (#Youth4Peace)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모습 ©한수지

지난 3월부터 동부, 북부, 중부, 남부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 약 92명의 청년들이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은 평화에 대한 개념과 사람들 간의 갈등을 어떻게 중재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다. 프로그램 이후 청년들은 각 지역공동체로 돌아가 공동체 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약 22개의 프로젝트가 스리랑카 전역에서 진행되었다. 청년들이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싱할리족-무슬림 학생들 간의 문화교류 프로그램, 알코올 중독/약물 중독된 청년 치료프로그램, 공동체 내 평화를 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다. 약 1,920명 이상의 지역주민들이 청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추진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싱할리족-타밀족-무슬림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서로의 공존을 생각해보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르지만 조금은 비슷한, 한국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문화가족이 늘어가고, 북한이탈주민들이 함께 살지만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공동체’에 대한 의식 정립이 필요한 우리 사회. 또,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면서 참여하는 스리랑카 청년들을 보면서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하게 되는 청년들이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게 된다면 어떨까란 생각이 자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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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역 내 사회문제를 고찰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 중 참가자 친구들과 함께 ©한수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서로가 하나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열정이 넘치는 청년들이 가득한 나라. 그러한 청년들로 빛나는 ‘인도양의 진주’, 스리랑카를 소개하고자 한다.



글, 사진 - 한수지 에디터

UN Youth Volunteer로 UNV 스리랑카 지부 청년과 피스빌딩 프로젝트 팀 (Youth and peacebuilding)에서 올 2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외교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유엔 청년봉사단 프로그램을 통해 피스 빌딩 분야에 대해 더 배우고, 청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 그러한 뜻깊은 시간들을 나누고자 글을 적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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