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쓰뉴스 _스리랑카에서 청년 UN봉사단원으로 365일 1화]
[미디어눈]은 "모든 목소리에 가치를"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청년들이 겪고 바라본 세상을 뉴스의 가치를 담아 전하는 비영리 청년 미디어 팀입니다. 미디어눈이 전하는 [유쓰뉴스]는 청년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일하며 경험한 내용과 청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국제이슈를 전하는 콘텐츠입니다. 첫 번째 주제로 스리랑카 UN기구에서 일하는 한수지 에디터의 스리랑카 체험기를 전합니다.
‘100 가정을 방문, 알코올 및 약물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프로젝트 진행’, ‘산골지역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베다족이 싱할라어, 타밀어 (스리랑카 공용어)를 사용하는 이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온라인 사전 개발’, ‘실업률이 높은 바티칼로아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프로그램 소개’.
UNV 스리랑카 지부에서 진행하는 ‘평화를 위한 청년 (Youth4Peace)’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던 청년들의 이야기다. 올 3월부터 동부, 북부, 중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약 92명의 청년들을 모집, 유엔 결의안 2250호의 내용을 바탕으로 청년들이 공동체 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화합을 주도하도록 역량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프로그램은 크게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1) 공동체 내 평화를 도모하기 위한 리더 양성 프로그램 (Training of Leaders on Youth and Peace), 2) 각 지역 공동체로 돌아가 참가자들이 프로젝트 진행, 3) 애드보커시 교육 프로그램 (Training of Advocates on Youth and Peace)가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단계인 리더 양성 프로그램은 현지 언어로 진행, 청년들이 평화, 갈등, 폭력에 관한 정의를 분명히 세우고 사람들 간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지, 다양한 관점을 어떻게 포용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배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순히 일방향적인 교육 방식을 사용하기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기반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도록 장려하는 ‘비형식적 교육방법 (non-formal education)’을 사용하고 있다. 보통 ‘활동 - 활동 이후 느낀 점을 나누기 - 일상생활의 문제와 연결해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고정관념과 차별”에 대해 토론하기 전 이마에 같은 색의 포스트잇이 붙여진 사람을 찾는 활동을 한다. 여기서 한 참가자에게만 흰색 포스트잇을 붙인다. 활동이 끝나고 나면 흰색 포스트잇이 붙여진 참가자는 홀로 남게 된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나누면서 일상생활에서 동일한 경험을 겪은 적은 없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논의해본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현지 언어인 싱할라어나 타밀어로 진행되어 사람들의 표정이나 분위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 프로그램마다 지루해하는 사람 하나 없이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것을 기뻐하는 모습이 그득했다.
한편,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청년들이 평화와 관련된 이슈에 관심을 갖도록 돕는 이들도 역시 ‘청년’들이다. 내가 참여했었던 동부지역 프로그램의 경우 레모 (Remo, 26)와 가지 (Gaji, 22)가 트레이너로 참여했다. 가지는 대학교에서는 통계학 전공 대학생으로, 수업이 없는 날에는 청년들을 교육하는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시간을 쪼개서 왜 이 일에 헌신하는지 물었을 때, 가지는 “더 이상 전쟁의 아픔이나 쓴 뿌리가 없는 다음 세대를 키워내고자” 청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청년들이 트레이너로 만나는 참가자들도 공동체를 회복시키려는 마음이 크다.
동부지역에서 만났던 참가자인 람 (Ram, 22)의 경우 첫 번째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 마을로 돌아가 5명의 친구들과 지역 내 실업문제로 인해 많은 청년들이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에 빠지는 사례가 많음을 인지, 지역 내 6개 직업교육기관에 방문해 제공되는 프로그램과 학생들의 니즈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국가에서 제공되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발견했고, 직업교육을 받을 경우 국가에서 공인된 인증서를 받아 더 나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50여 명의 학생 및 청년들에게 직업교육을 소개하고, 더 많은 학생들도 공동체 내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엔 결의안 2250호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지속적으로 더 많은 청년들을 돕고자 ‘지혜’란 뜻의 ‘수찌얌 재단 (Suzhiyam Foundation)’을 팀원들과 함께 설립했다.
‘평화를 위한 청년 (Youth4Peace)’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세 번째 단계인 애드보커시 프로그램 이후, 참가자들은 스리랑카 내에서 싱할리족, 타밀족, 무슬림 간의 분쟁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자 “다양한 공동체 간의 조화 (reconciliation)”, “전쟁 이후 정부군에 의해 사라졌다고 추정되는 타밀족 청년들의 문제 해결”, “북부지역 군대 주둔으로 인해 강제 이주된 사람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워킹그룹을 구성, 애드보커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평범한 대학생, 직장인인 청년들이 지역사회를 바꾸려고 노력할 때 일어나는 변화. 한국에도 그러한 바람이 일어나면 어떨까? 한국 역시 사람들 간의 갈등과 오해가 사회구조적으로 켜켜이 쌓여 여성 혐오, 이주민에 대한 반감, 탈북민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 등 여러 사회 문제가 있다. 청년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우리 사회도 좀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글, 사진 - 한수지 에디터
(*기사에 포함된 사진은 한수지 에디터가 근무 중인 기관에 소속된 자료로 외부 게재를 금합니다. 문의사항은 한수지 에디터 혹은 미디어눈 팀으로 문의해주세요. )
UN Youth Volunteer로 UNV 스리랑카 지부 청년과 피스 빌딩 프로젝트 팀 (Youth and peacebuilding)에서 올 2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외교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는 유엔 청년봉사단 프로그램을 통해 피스 빌딩 분야에 대해 더 배우고, 청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 그러한 뜻깊은 시간들을 나누고자 글을 적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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