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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a Noon 미디어 눈 Jan 15. 2020

다르게 세상을 보고 싶은 나를 다르게 보는 세상

[우리는 세상으로 등교한다 2] - 대안학교 졸업생 이야기

40만 명, 57만 명 조사하는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지 않은 수의 학교 밖 청소년이 있다. 청소년은 곧 학생으로 인식되는 한국에서 이제는 학교 밖 청소년 보다는 그냥 청소년, 청년으로 불리고 싶은 10인을 만났다. 각 스토리는 <미디어눈> 에디터들이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내러티브 혹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했다. 기사에 사용 된 이름은 청소년들의 신상보호를 위해 일부 수정이 있었음을 사전에 밝힌다.

 - 기자 말  



                                                                                                                                                 윤형 에디터


"편견을 깨는 PD가 되고 싶어요."


KBS2 생생정보 촬영 중인 대안학교 졸업생 김건우(20) ⓒ 김건우


제가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찍는 건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거잖아요. 어떤 위치에서 어떤 각도로 대상을 보는지에 따라서 화면이 완전히 달라져요. 예를 들어 보통 TV 맛집 프로그램을 보면 똑같은 구도로 똑같은 편집을 하거든요. 그런 건 지루하고 재미없잖아요? 같은 팀에 새로운 카메라 앵글만으로 맛집 프로그램 시청률을 올린 선배가 있어요. 저도 그런 창의력 넘치는 PD가 되고 싶어요. 보통 정도로만 만족하고 싶지 않아요.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사업 때문이었다. 다시 한국에 돌아온 것은 12살 때. “일반 학교 대신 대안학교에 가보면 어떨까?” 부모님의 제안으로 대안학교에 갔다. ‘대안학교?’ 대안학교가 뭐 하는 곳인지 몰랐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학교 다니는 게 그냥 재밌을 뿐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도 대안학교로 갔다.


“대안학교?”


“어디 아픈 애들 다니는 데 아니야?”


처음 중학교에 갔을 땐 학교가 마냥 좋았다. 산과 들로 둘러싸인 기숙사에 친구들과 함께 살며 뛰어놀고 수업도 들었다. 다른 학교와는 다르게 시험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떠들다 한 친구가 황당한 얘기를 꺼냈다. ‘야, 내가 친구랑 얘기하다가 대안학교 다닌다고 했는데, 거기는 어디 아픈 애들 다니는 데 아니냐고 하더라?’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는 아픈 사람도 이상한 사람도 아니니까. 그런데 주변에서 몇 번 부정적인 얘기를 듣다 보니 점점  ‘내가 다니는 학교가 그렇게 이상한 학교인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아 편견을 깨고 싶다는 김건우 ⓒ 유하빈

 

“대안학교에 다니는 게 이상한 거예요?” 부모님께 여쭤봤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부모님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지금 학교에 즐겁게 다니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선택을 맡기셨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대안학교에 남아서 고등학교까지 갈 건지 아니면 일반 학교에 가거나 홈스쿨링을 받을 건지. 고민이 심할 때는 밤잠을 설칠 때도 많았다. ‘주변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사회에 나갔을 때 차별을 받는 건 아닐까?’ 고등학교는 일반 학교를 가야 나중에 뭘 하든 차별을 받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고등학교까지 다니기로 했지만 여전히 확신이 안 섰다. 처음에는 후회도 됐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딱 한 달만 이 학교 교육에 집중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 한 달이 너무 즐거웠다.


대안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직접 만든다. 학생의 자발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일반 학교처럼 선생님들이 가르치시는 국·영·수 과목이 있지만, 비중이 크진 않다. 대부분의 수업이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수업을 생각해서 학교에 직접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업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해야 한다. 선생님들은 행정적인 일을 도와주시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주신다. 그래서 학교를 선생님들과 내가 같이 만드는 느낌이 든다.


버려진 옷들을 이용한 수업을 만든 적이 있다. 재활용품이나 쓰레기를 다시 활용해 물건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수업이었다. 처음에는 한 기수 위에 선배가 시작했던 수업인데 참여해보니 재밌어서 나중에 내가 맡았다. 버려진 옷들을 모으고 직접 제봉을 해서 만든 옷을 팔아보기도 했다. 수업 시간이 즐겁고 일상 속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프로젝트 수업을 하다 보면 한 학기가 금방이다. 친구들과 업사이클링에 대한 PPT를 만들어서 공부해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프로젝트를 지원해주실 선생님을 섭외하거나 친구들한테 필요한 과제를 내주는 일도 나의 몫이었다.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정리해서 전교생 앞에서 발표하고 나면 방학이 시작된다.




고등학교 졸업장 없이 사회로 나가다 



‘대학에 가서 스펙이라도 쌓아야 취직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한다. 회사에 들어가 돈을 벌고 살아야 하는데 나는 흔히 말하는 스펙이 약한 것 같았다. 어느 대학교에 갈 지 고민을 한 게 아니라 대학교에 가야할지 말지 고민이 됐다. 하지만 대학에 가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를 찾지 못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내가 졸업한 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라서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한다. 남들처럼 오랫동안 학교에 다녔지만 법적으로 학생이 아니다. 나중에 학력이 문제가 된다면 그때 검정고시를 볼 계획이다.


“새벽 세 시에 퇴근해서 새벽 6시에 출근한 적이 있어요. 

집에 들어가니까 딱 1시간 잘 수 있겠더라고요(웃음)”


고등학교 졸업 후 운 좋게 바로 회사에 취직했다.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소개해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팀의 일원이 됐다. ‘방송일에 관심이 있니?” 학교를 졸업하고 집에 있었는데 아버지 지인분이 물어보셨다. 사실 나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뜨기 전부터 유튜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내 관심이나 재능을 옆에 있는 친구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는 일이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방송일에도 관심이 갔고 큰 기대 없이 서류를 넣었고 면접을 여러 군데 봤다. 


딱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게 지금 일하는 곳이다. 알고 보니 내가 다니게 된 곳은 일이 힘들어 3개월을 버티면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곳이었다. 서울대 나온 사람들도 힘들어서 나간다고 했다. 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제일 심했던 날은 새벽 세시에 퇴근해서 새벽 6시에 출근을 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을 한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모를 섬에 많이 다녔다. 매번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는 기분이 든다. 촬영을 하다 보니 영상 편집에도 흥미가 생겼다. 함께 일하는 선배가 방송국에서도 인정받는 PD였다. 이 선배와 함께 일하는 동안 편집도 많이 배우고 최대한 많은 걸 배워가고 싶다.


영상 안에는 그 순간 사람들의 표정과 기분처럼 수많은 것이 담긴다 ⓒ Pixabay


한 편의 영상을 만드는 일은 예술적인 일이다. 한 영상 안에는 그날의 날씨, 그 순간의 사람들의 표정과 기분 같이 수많은 것이 담긴다. 그런데 평범해 보이는 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영상으로 표현되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어, 이걸 이렇게 담네? 저런 시선으로 볼 수 있구나!’ 편집을 잘하면 사람들의 편견을 깰 수 있다. 그게 참 멋있다. 


곧 입대를 앞두고 있다. 군대도 영상 관련한 보직에 지원할 예정이다. 아직 먼 훗날의 일이겠지만 제대 후에도 편견을 깨는 PD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학교 밖 청소년 프로젝트란?


미디어눈은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을 받아 6개월 동안 다양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찾아서 인터뷰하고 기사와 영상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 누구이고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미디어눈의 기사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미디어눈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E2lsamPsX3onwP5eU-OY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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