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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dia Noon 미디어 눈 Mar 03. 2020

홈스쿨링 하면 무조건 창의적이냐고요?

[우리는 세상으로 등교한다 9] 대안학교 졸업생


40만 명, 57만 명 조사하는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지 않은 수의 학교 밖 청소년이 있다. 청소년은 곧 학생으로 인식되는 한국에서 이제는 학교 밖 청소년 보다는 그냥 청소년, 청년으로 불리고 싶은 10인을 만났다. 각 스토리는 <미디어눈> 에디터들이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내러티브 혹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했다. 기사에 사용 된 이름은 청소년들의 신상보호를 위해 일부 수정이 있었음을 사전에 밝힌다. - 기자 말




정지완 에디터



 ⓒ유하빈 미디어눈 에디터


홈스쿨링 하면 무조건 창의적이냐고요? 


'아니요.'


김재우(26, 가명)는 학창 시절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기 위해 동네 영화관을 찾았다. 청소년 할인이 적용된 가격의 영화표를 예매하기 위해창구로 향했다. 홈스쿨링을 하고 있던 김재우는 학생증이 없었다. 그 대신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은 청소년증을 예매창구 직원에게 내밀었다. 창구의 직원은 어리둥절하며 김재우에게 되물었다.


이게 뭐예요?”


창구의 직원과 김재우 모두 서로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 그때 김재우 옆에서는 교복을 입은 한 무리의 학생들이 청소년 할인이 적용된 영화표를 들고 서 있었다. 학생증은 낼 필요도 없었다.


김재우는 공교육의 바깥에서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을 통해 초·중·고등학교의 학창 시절을 보냈다. 초·중·고등학교 모두 검정고시 시험을 통해 학력을 인증받았다. 독학과 재수학원을 통해 대학에 입학했다. 김재우는 현재 대학교 3학년으로 휴학을 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있다.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의 기간에 김재우에게 한국 사회의 ‘청소년’과 ‘학생’에 대한 편견을 마주했다. 김재우는 인터뷰를 통해 대안 교육 학생으로서 자신이 겪은 차별과 편견의 경험을 말했다. 지난 10월 안암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교도 안 다니고 너는 도대체 뭐야?”


“학교도 안 다니고 너는 도대체 뭐야?”라는 말에 “나도 공부하는 학생이다”라는 말이 김재우의 입가에서 맴돌았다. ⓒ유하빈 미디어눈 에디터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건 큰 좌절이었어요. 학교를 다니는 애들은 학생증이나 교복 자체가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죠. 학교를 안 다니는 저는 당연히 학생증이나 교복이 없었어요. 대신 청소년증을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아 사용했어요. 버스나 영화관에서 청소년 할인을 받기 위해 청소년증을 내밀면 ‘이게 뭐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때마다 제가 진짜점점 아웃 사이더가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십 대의 생각, 나이, 외모를 갖고 있고 홈스쿨링이지만 공부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네가 무슨 청소년이냐 혹은 학생이냐’와 같았죠. 제게는 청소년이나 학생처럼 사회 안에서의 뚜렷한 신분이 없었습니다. 



대학 입시 때 좌절을 한 번 더 느꼈어요. 시립대학교 세무학과를 가고 싶었어요. 2014년도 시립대학교 논술전형에 지원하기 위해 그에 맞춰 입시 준비를 했어요. 논술전형 모집 요강이 발표되었을 때를 잊지 못해요. 전년도 모집 요강에는 없었던 ‘학교장추천제도’가 필수 제출 서류로 적혀있는 거예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저를 추천해줄 교장 선생님이 어디 있겠어요. 목표로 했던 시립대 세무학과 입학의 꿈을 하루아침에 포기해야 했죠.



‘학교장추천서’, ‘학생부’, ‘내신’과 같은 수시전형의 주요한 평가 기준들은 공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공교육 재학생 중심의 교육 제도에요. ‘수시전형을 무엇으로 평가하라는 거냐?’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죠. 비 공교육 영역의학생들은 교육제도를 잘 모르니까 답은 못 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거예요. 아무도 공교육 바깥의 학생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아요.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는 청소년증과 공교육 재학생 중심의 교육제도 앞에서 저는 청소년도 학생도 그 누구도 아니었어요. 최근에 청소년증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017년도에 헌법재판소가현 대학 수시전형이 검정고시 출신에게 ‘헌법상 명시된 교육 받을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위헌 결정을 내렸어요. 이 내용은 제가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알게 된 내용인데,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아 생생하게 기억이 남아있어요. 



 무조건이 어딨어요. 유조건이지.



책장을 살펴보는 김재우. 김재우는 대안교육을 선택하는 이유는 모두 다르며,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했다. ⓒ유하빈 미디어눈 에디터



“너 엄청 창의적이겠다.” 혹은 “뭔가 다를 거 같아” 제가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을 했다고 하면 하나 같이 저렇게 얘기해요. ‘무조건 창의적이거나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알고 보면 잘 모르기 때문에 새롭거나 달라 보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무조건이 어딨어요. 유조건이지.



성격이 주도적이고 창의적이어서 대안 교육을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어요. 저도 ‘난 대안 교육을 받아야겠어!’하고 공교육을 자발적으로 뛰쳐나간 케이스가 아니거든요. 되려 저는 초등학교 3학년에 대안학교 선생님이었던 부모님의 권유로대안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죠. 대입 준비를 하려고 일반 고등학교 진학을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중학교 검정고시를 중학교 1학년 나이에 치르고 보니, 나이가 너무 어려서 진학을 포기했죠. 세 네 살 많은 형이나 누나들이랑 한 반에서 공부할 수는 없잖아요.



대안 교육을 받게 되는 계기, 과정, 결과가 ‘무조건’ 같지 않아요. 학생마다 다양한 조건들 속에서 서로 다른 이유와 결과가 있어요. 대안학교 학생들에 대한 편견은 이처럼 사람들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몰라서 그러는 것 같아요.



 특별한 케어가 아니라, 작은 관심을 바라요



공교육 바깥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관심’이에요. 그것도 큰 관심도 필요 없어요. 아주 작은 관심이죠. 작게는 청소년증에서부터 크게는 대학 입시 전형까지 말이죠. 학교에 다녀야지만 청소년과 학생이라는 편견을 다시 생각해보는 거에요.


홈스쿨링이나 대안 교육을 받는 학생이거나, 그냥 십 대라는 나이만으로 청소년이죠.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 것이 옳거나 그르다고 말하기 전에요.


특별한 케어를 바라는 게 아니에요. 공교육 바깥의 학생들도 공교육 학교에 다니는래의 아이들처럼 꿈을 꾸고 자라고 있다는것을 알아줬으면 해요. 십 대 누구나 청소년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말이에요.





학교 밖 청소년 프로젝트란?


미디어눈은 인권재단 사람의 지원을 받아 6개월 동안 다양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찾아서 인터뷰하고 기사와 영상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 누구이고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미디어눈의 기사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학교 밖 청소년의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미디어눈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channel/UCE2lsamPsX3onwP5eU-OYLg

미디어눈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median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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