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청년들 (11) _ 청년이 살아가는 일상
살아간다는 것은 일상이고, 삶이기에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특별함을 가지지는 않는다. 다만 시대적, 상황적 맥락 속에서 청년 시기에 나타나는 특징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청년으로 살아오면서, 지금 이 순간이기에 겪게 된 그리고 겪어갈 이야기들이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살 자리(주거를 포함한 일상)와 경제적 상황이 가장 임팩트가 큰 주제이다. 오늘은 그 두 가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자취의 역사가 있다. 대학 시절 부산에서 김해지역으로 진학하면서 방 한 칸에서 잠만 자는 월 15만원 잠방 생활을 시작으로 학교 선배와 함께 원룸에서의 자취 경험, 돈을 아끼기 위해 동아리방에 이불과 전기장판을 갖다 놓고 하루는 학교에서 자고, 하루는 통학을 하는 생활을 반복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1년 간 인턴 생활을 하면서 살았던 옥탑방의 경험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여름에는 엄청난 더위와 싸워야 했고 한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 하는데 한 번은 보일러가 고장 나면서 일주일 간 꼬박 냉동방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그래도 곰팡이와 쾌쾌한 냄새가 나는 반지하보다는 햇살이 들어오고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옥탑방이 좋았다.
졸업 끝 무렵부터 활동가로 살아갔기에 돈을 모으기란 쉽지 않았다. 나이가 한두 살 먹어갔지만 모아둔 돈은 없었고 한동안은 캥거루족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기도 했고, 갑자기 서울로 이직했을 때는 친구와 원룸에서 쉐어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갔고 어느 순간 많은 것을 몸으로, 경험으로 세상살이를 배웠다.
세대주로 등록하고, 이사 시 돈을 아끼기 위해 며칠을 오고 가며 조금씩 짐을 옮기고, 거주지 이전과 주소지 변경에 따른 행정 절차, 수도세는 2달에 한 번씩 나오고, 간단한 전선 공사와 조명 교체에 대한 노하우도 터득하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며 양을 줄이는 방법, 화장실에 생기는 빨간 띠는 결코 이쁜 것이 아닌 물때와 곰팡이라는 것, 베이킹소다를 활용한 빨래와 과일 및 식기 청소하기, 남은 배달음식을 얼려두고 밥을 먹을 때 활용하는 방법, 렌탈 정수기와 물을 사 먹기보다는 ‘브O타’와 같은 정수기를 활용하고 건조할 때는 빨래를 널고 습할 때는 향초를 켜는 등 수없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의 생각과 행동은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혼자 살아가면서 걱정과 두려움도 항상 존재한다.
매일 반복되는 불규칙한 식사와 수많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서 어떻게든 건강해져 보려고 틈틈이 샐러드와 냉동과일을 사 먹고 꿀, 홍삼, 유산균, 종합비타민, 밀크씨슬, 프로폴리스 등 각종 건강식품과 약품을 먹지만 그닥 효과는 없어 보이고(그래도 계속 먹고 있는 건 왜 일까?) 결국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같은 병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최대한 야식을 줄여 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결국 작년 연말부터는 내 인생 처음으로 돈을 내고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주 1회 가는 것이 쉽지 않고 갔다 오면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고통 속에서 나의 저질체력을 확인하지만 그래도 몇 달간 다니며 뿌듯함도 느끼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바빠져 주 1회를 못 갈 때면 마음속으로 수십 번 아팠던 일을 상상하며 다시금 정신줄을 부여잡고 있다.
이렇게 까지 정신줄을 부여잡는 이유는 혼자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아플 때! 혼자서 아플 때 단순히 서러운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몇 해 전 고질병인 허리가 아프면서 갑자기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 통증이 심해 몸을 움직일 수 조차 없는 상황에서 다행히 친구가 옆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이렇게 갑자기 쓰러지거나, 아플 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또한 병원을 가더라도 갑자기 수술을 해야 할 때 혼자 사는 사람은 보호자가 없어서 수술이 쉽지 않다. 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다면?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악의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때부터 ‘정상가족’이 무엇일까 고민했던 거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생활동반자법이 만들어져서 혈연이 아니더라도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튼 그 이후 건강에 대한 염려가 심해지고 있고 나를 지키는 방법은 운동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 이야기는 경제적 상황이다. 마땅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어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돈을 벌고, 돈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에겐 활동가라는 특수성도 존재하지만, 청년이라는 시기 특성상 돈을 벌고 모으는 것보다 사용하는 것이 더 많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다수의 청년은 학자금 대출과 마주하고 생활비의 압박을 받기 마련이다. 역세권으로 쾌적한 집을 구하고 싶지만 월세 몇만 원에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쾌적함을 포기를 해야 하고, 친구들과 좀 더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싶지만 몇만 원, 몇 천 원에 저렴한 음식을 찾아가야 하고, 때로는 위스키도 와인도 마시고 싶지만 돈이 없어 소주와 맥주 또는 막걸리를 마시는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에 술을 못 먹는 일은 없었던 거 같다)
청년의 일상 속에서 자본의 민낯을 그대로 마주하게 되면서 자본의 축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나는 축적 조차 쉽지가 않았다. 활동가 초기엔 월급 100만 원으로 대출금을 갚고, 보험료와 후원금을 내고 나면 겨우 생활비만 남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월급도 올랐지만 지출도 그만큼 커져만 갔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예전과 별반 다르진 않는 거 같다.
문득 스텔라 장의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는 노래가 떠올라 가사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
어서 와요
곧 떠나겠지만
잠시나마 즐거웠어요
잘 가세요
하지만 다음엔
좀 오래오래 머물다 가요
난 매일 손꼽아 기다려
한 달에 한번 그댈 보는 날
가난한 내 마음을
가득히 채워 줘
눈 깜짝하면 사라지지만
...
여하튼 그런 생활 속에서도 조금씩 금융상식을 쌓고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현금영수증을 적절히 구분해 사용하고, 급여 통장과 생활비 통장, 후원금 통장 등을 분리해 수입과 지출을 눈으로 확인하고, 수수료가 없는 통장과 카드를 찾고, 카드 사용 시 가장 혜택이 좋은 카드를 찾고 카드 뒤에는 카드 혜택을 빼곡히 적어 잊지 않고 사용했다.
어떻게 하면 소득공제를 좀 더 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고 조금씩 저축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율 1~2%의 저축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펀드를 시작했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P2P 투자, 펀딩을 통한 투자 등을 조금씩 시작했다.
투자금액이 적기 때문에 수익금도 작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은행 이율보다는 높은 수익이 발생했다. 물론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펀딩을 통해 투자한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돈을 못 받는 경우도 있었고 오를 거라 생각하고 사뒀던 외화는 전혀 오르지 않았고 결국 3년 동안 가만히 들고만 있다가 다시 환전하는 일도 있었다.
2년 전부터는 주식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주식 열풍이 불면서 주변 친구들과 만나면 종종 주식이 대화의 주제가 되곤 한다. 앞으로 또 어떤 경제적 상황이 만들어질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벌고 모으고 갚고를 반복하는 거 같다.
혹 이 글을 읽다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 고민이거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라면 몇 가지를 추천하고 싶다.
첫째는 기본 필수 사항을 보장해주는 저렴한 의료실비보험을 권한다. 활동가 이기에 갑자기 아프게 되면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아 활동 초기부터 의료실비보험을 들었는데(필자는 월 4만 원 정도 납부한다) 이후 몇 번의 병원 입원 속에서 납부한 보험료보다 혜택을 본 것이 많은 거 같다.
둘째는 앞서 말한 것처럼 수입 통장과 지출통장을 분리하는 것이다. 돈이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서 나가는지 한눈에 들어와야 나의 재정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공인인증서만 등록하면 한눈에 통장과 지출을 볼 수 있는 앱도 있기 때문에 병행해서 활용하면 좀 더 효과적이다.
셋째는 조금 억지같아 보이겠지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후원을 하자는 것이다. 각종 기부금은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가 되는데 정치후원금은 10만원 이하 100%(10만원 초과는 15%), 시민사회단체(지정기부금) 또는 종교단체기부금은 15%의 세액공제가 된다.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 정산 시 세액공제도 받고 의미 있는 일에 돈을 쓰는 것만큼 멋진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후원을 해본 사람이 다른 후원으로 이어지거나 지속적으로 한다는 통계가 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나의 작은 참여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부활동, 사회참여 활동을 함께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나는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어떻게 하면 돈을 벌어야 할지, 때로는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면서 말이다. 아직은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더 많다 보니 돈을 쓰는 일이 더 많아질 거 같긴 하다. 그래서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하루를 살아가지만 딱히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월급쟁이의 삶으로는 큰 변화가 없으니 말이다.
작가: 굿데이
본 매거진은 청년들의 지식커뮤니티 눈랩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함께 작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