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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리 Jan 31. 2020

N잡 여성들의 회사 1

김대표st 창업 스토리

할 줄 아는 건 영상뿐인 김팀장은 퇴사를 며칠 남겨두고 고뇌한다. 김팀장은 최근 고양이 수술비를 할부로 긁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여 서바이벌적 생존의 힘을 만든다. 김팀장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일어선다. 회사 프린터 옆에 쌓인 이면지 한장을 집어와 가운데 한 단어를 적는다.


    Nㅏ


'N명의 나'라는 뜻이다. 김팀장은 'Nㅏ'에 동그라미를 치고 주변에 단어들을 적어 내려간다. 할 줄 아는 것, 해 본 것, 배운 것,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싫어하는 것, 못하는 것, 하면 꼭 망하는 것, 그리고 가진 것 등을 구분하여 나열한다. 뇌에 들어 있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생각들을 꺼내보니, 해볼 만한 일 몇 가지가 종이 위로 떠오르는 것 같다. 김팀장은 N잡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N=1을 즉시 실행한다. 직업을 만들자 곧 N=2가 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N은 0에 수렴한다. 그래도 여전히 N잡러다.



 넓은 세상  하나 앉게 해줄 책상


N잡러 김씨가 김팀장 시절 사랑하던 코워킹 책상 하나는 한달에 부가세 비포함 25만원이다. 사업자를 내느라 회사명을 만든고로 갖춰야 한다고 믿었던 주거래 은행 사업자 통장에 100만원을 넣어두고 차마 쓰지 못하고 있던 N잡러 김씨는 아직 고양이 수술비 할부를 다 갚지 못했고, 따라서 월 27.5만원의 고정비용을 깊히 고민한다. 그리고 국가의 도움으로 1인 김사장은 전국의 1인창조기업비즈니스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무공간 이용 바우처를 얻는다. 여의도의 수많은 1인 기업 포티플러스 남성 사장님들 사이에 앉아 한식 뷔페를 먹으며 가족을 떠올린다. 1인 김사장은 사장님들 사이에 앉아 K 가장에 대해 고찰한다. 고찰의 끝자락에 선 1인 김사장은 서울시가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룸에 지원한다. 면접에선 큰 사업을 도모할 것 처럼 눈을 반짝인다. 입주한다.



문서 알바 구하는 게 어때?


N=0이었던 N잡은 N=7개로 늘어간다. null의 불안은 되는대로 일을 만들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보릿고개를 넘으면 일에 치여 지내는 시기도 온다. 할 일은 없는데 일을 만들러 다니던 시기엔 누우면 자꾸만 귀에 물이 고인다. 그리고 일이 몰리면 눕자마자 잠에 든다. 대학 강의전문 김겨수, 웹기획자, 영상 미디어 콘텐츠 컨설턴트, 영화 편집감독, 한-독 통역자, 뉴미디어 콘텐츠 강사, 그리고 과자공장 운영자문이 된 N잡러 김씨에게 생활의 루틴이라던가 워-라-밸은 없다. 일단 들어온 일을 수습한다. 잔다. 수습한다. 잔다. 고양이 수술비 할부는 여전히 못 갚았다. 그리고 갑자기 바빠져서 밥도 못 먹는다는 N잡러 김씨를 보던 친구와 대화가 시작된다.


"그 많은 일을 어떻게 한 사람이 다 해?"

"Aㅏ."

"일단 문서 알바 구하는 게 어때?"

"오!"

"주변에 적당한 사람 없어?"

"이써."

"그럼 당장 내일부터라도 도와달라고 해."

"네, 선생님."


문서 알바에 적당한 사람은 “주무실 수 있게 해드리면 되는거죠?”라며 출근한다. 문서 알바는 출근 일주일 후 주 20시간 정직원이 된다. 따라서 N잡러 김씨는 김대표가 된다. 김대표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회사명은 영상IN이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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