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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두보 Jan 25. 2023

"양심"의 교육자 길영희

'무감독고사'의 창안자


옛날 인천에 길영희(1900-1984)라는 교육자가 계셨었다. 해방 후, 일본인 학교였던 인천중학교를 민족교육의 도량으로 탈바꿈시켰고, 제물포고등학교를 세워 인재를 양성하셨다. 시험감독을 없앰으로써 학생들이 “양심”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케 했고(무감독고사!), 전교생 모두를 일일이 사랑과 인자함으로 대하셨다.


원래는 경성의전 학생으로서 의사를 꿈꾸었으나, 학생대표로 3.1운동에 참여한 일로 옥고를 치른 후 교육자의 길을 걸으셨다. 이분이 돌아가신 지 40년 가까이 되었는데, 여전히 서거일인 3월 1일에는 100여명의 제자들이 모여 추모회를 갖는다. 길영희선생기념사업회는 매년 이분의 삶을 담은 전기와 제자들이 쓴 추모문집의 독후감대회를 연다. 나는 직접 제자도 아니면서 동문이라는 이유로 매년 독후감대회 참가자 모집을 담당해 왔다. 그런데 의외로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조금 친한 학생들 네다섯을 불러모아 책을 보여주며 “있잖아~  이 책이 말야~~ 생각보다 아주 재밌거등~^^” “너희 선배들도 한번 읽고 나서는 와우!! 넘나 재밌었어요^^ 이런 분이 실존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용^^ 등등 어마어마한 평을 했단당^^“ ”또 있잖아.. 이건 비밀인데 매년 성신 학생들이 대상, 금상, 은상을 받어... 대학생부 참가자가 너희들이 다거든~^^“ 이런 식으로 얘기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기꺼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겠다 한다. 신기한 일이다... 내 말이 웃긴가? 아무튼 올해도 학생들이 이 재미나면서 교훈이 가득한 책을 읽고 이런 세상, 이런 훌륭한 분도 계셨다는 걸 알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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