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영등 Dec 03. 2022

외로운 기도

외로운 기도


다르마카야붓다. 

그대 그리고 나라는 사람 이렇게 만났습니다. 


물들어가는 잎새에도, 볼을 스치는 잔바람에도, 

묵은 낙엽 내, 떠들썩한 저잣거리, 

김이 이는 따스한 우동 한 그릇에도 

그대가 있음을 저는 압니다. 


바램 같지 않게 흐트러지는 못난 마음에, 

그대에게 드리는 한 소절 한 마디가 저는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사람 몸으로 나, 부처님 울안에 들어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 올리며, 

흘러가는 시간만큼이라도 이 기도가 그대에게 이르기를 간구합니다. 


수많은 낮을, 수많은 밤을, 이기지 못할 제 안의 탐욕과 힘 겨루다 지쳐 떨어져, 

행여 당신의 길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며, 

번뇌에 끌려 스스로를 고갈시키기도 했습니다. 


맥없이 무너져 내리며 더 서글펐던 이유는, 

저의 어리석음이 밑간 데 없이 드러났다는 수치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껏 다져왔다 믿은 정법에 대한 서원과 

그것을 수행한 마음의 힘이 이 뿐인가 하는, 

초라한 제 자격지심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이 길이 제 몫인가 번민했는지 모릅니다. 

깨달음은 믿음에서 비롯하여 신앙을 통해 이루리라는 말씀에 용기 내, 

두려움을 그림자처럼 동반하고, 제 안의 어둠과 맞서, 

다르마카야붓다. 그대의 지혜를 들어 어리석음을 비춰 걷어나가렵니다.


다르마카야붓다. 우리네 일상에서 서로에게 은혜로 피어나게 하소서. 

너무나 많은 것을 그동안 잊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 큰 것만을 생각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무심코 지나쳐버린 채, 

없어서는 살수 없는 인간의 정을 흩어버리고선, 

뒤늦은 후회에 고개 숙입니다. 


사람의 만남이 인연으로 거듭날 때, 

때론 그 마음이 삿되어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길지라도, 

아픔이 정화되어 선연으로 되살아나기를, 

다르마카야붓다. 당신을 만나는 매순간 기도합니다. 


삶 속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 

웃음 짓고 눈물지을까요. 


우리가 인연을 이야기하고, 

마음으로 간절하게 그 진실됨을 아름답게 여기는 그처럼, 

지금 그대 앞에 홀로 선 이 순간 제 마음만큼이나, 

그 만큼의 사랑으로 제 속을 채우렵니다. 

그러면서 그대가 제 일상의 한 부분으로 

늘 곁에 있다는 걸 발견하는 건 기쁨일겁니다.


다르마카야붓다. 삶의 동반자로서 동지로서 또 하나의 나로서,

신앙의 벗이 되어, 수행의 도반이 되어, 

어리석음이 지혜가 되기까지 제 손을 잡아주세요. 

이렇게 고백합니다. 


제가 그대를 끝내 여의지 못하는 이유는, 

저는 그대안의 당신이며, 

그대는 제 안의 또 다른 ‘나’이기 때문입니다. 

자비로 마음이 가난한 자를 구하시는 임이시기 때문입니다. 

합장.



*다르마카야붓다Dharmakāya Buddha: 법신불法身佛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너 였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