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기도
다르마카야붓다.
그대 그리고 나라는 사람 이렇게 만났습니다.
물들어가는 잎새에도, 볼을 스치는 잔바람에도,
묵은 낙엽 내, 떠들썩한 저잣거리,
김이 이는 따스한 우동 한 그릇에도
그대가 있음을 저는 압니다.
바램 같지 않게 흐트러지는 못난 마음에,
그대에게 드리는 한 소절 한 마디가 저는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사람 몸으로 나, 부처님 울안에 들어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 올리며,
흘러가는 시간만큼이라도 이 기도가 그대에게 이르기를 간구합니다.
수많은 낮을, 수많은 밤을, 이기지 못할 제 안의 탐욕과 힘 겨루다 지쳐 떨어져,
행여 당신의 길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며,
번뇌에 끌려 스스로를 고갈시키기도 했습니다.
맥없이 무너져 내리며 더 서글펐던 이유는,
저의 어리석음이 밑간 데 없이 드러났다는 수치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껏 다져왔다 믿은 정법에 대한 서원과
그것을 수행한 마음의 힘이 이 뿐인가 하는,
초라한 제 자격지심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이 길이 제 몫인가 번민했는지 모릅니다.
깨달음은 믿음에서 비롯하여 신앙을 통해 이루리라는 말씀에 용기 내,
두려움을 그림자처럼 동반하고, 제 안의 어둠과 맞서,
다르마카야붓다. 그대의 지혜를 들어 어리석음을 비춰 걷어나가렵니다.
다르마카야붓다. 우리네 일상에서 서로에게 은혜로 피어나게 하소서.
너무나 많은 것을 그동안 잊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 큰 것만을 생각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무심코 지나쳐버린 채,
없어서는 살수 없는 인간의 정을 흩어버리고선,
뒤늦은 후회에 고개 숙입니다.
사람의 만남이 인연으로 거듭날 때,
때론 그 마음이 삿되어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길지라도,
아픔이 정화되어 선연으로 되살아나기를,
다르마카야붓다. 당신을 만나는 매순간 기도합니다.
삶 속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
웃음 짓고 눈물지을까요.
우리가 인연을 이야기하고,
마음으로 간절하게 그 진실됨을 아름답게 여기는 그처럼,
지금 그대 앞에 홀로 선 이 순간 제 마음만큼이나,
그 만큼의 사랑으로 제 속을 채우렵니다.
그러면서 그대가 제 일상의 한 부분으로
늘 곁에 있다는 걸 발견하는 건 기쁨일겁니다.
다르마카야붓다. 삶의 동반자로서 동지로서 또 하나의 나로서,
신앙의 벗이 되어, 수행의 도반이 되어,
어리석음이 지혜가 되기까지 제 손을 잡아주세요.
이렇게 고백합니다.
제가 그대를 끝내 여의지 못하는 이유는,
저는 그대안의 당신이며,
그대는 제 안의 또 다른 ‘나’이기 때문입니다.
자비로 마음이 가난한 자를 구하시는 임이시기 때문입니다.
합장.
*다르마카야붓다Dharmakāya Buddha: 법신불法身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