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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것 아닌 의학용어 Oct 01. 2023

왜 고깃집에서 밥이나 냉면을 먼저 주지 않는가?

고기를 배부르게 적게 먹는 법

한 방송에서 어느 외국인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꽤 한국말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고기집에서 거나하게 식사를 마친 후, 종업원의 한마디에 멘탈이 붕괴되었다고 합니다.


"식사하시겠어요"

'내가 지금까지 먹은 것은 식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왜 고깃집에서 밥이나 냉면을 먼저 주지 않는가?

그렇게 해야,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고기 뷔페에 가면 아이스크림, 콜라, 냉면등이 고기와 동시에 먹을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 있지요. 왜 그럴까요?


바로 혈당 상승의 속도 차이 때문입니다.


밥이나 빵, 즉 탄수화물(carbohydrates)을 먼저 드시면 혈당(blood glucose levels)이 급격히 올라가, 포만감을 쉽게 느끼게 됩니다.

즉, 고기를 많이 드시지 못하게 되는 거죠.

반면 지방(fats)과 단백질(proteins)로 구성된 고기를 먼저 드시면, 소화 흡수가 느려서 혈당이 오르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즉, 고기를 많이 드시게 되죠.

아래 그래프를 보면 음식별로 얼마나 빨리 혈당을 상승시키는지 알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 지방 순서입니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먼저 사용하는 주요한 영양소입니다. 그래서, 소화 흡수도 빠릅니다. 탄수화물은 입에서부터 소화가 시작되며, 아미라아제(amylase)라는 효소가 탄수화물을 당류(glucose)로 분해합니다. 이 당류는 소장(small intestine)에서 빠르게 흡수되어 혈중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로 인해 혈당 수치가 상승합니다. 이렇게 빠른 혈당 상승으로 인해, 인슐린(insulin)이 분비되어 에너지 저장을 촉진하고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됩니다.

단백질의 소화 과정은 탄수화물보다 복잡하고 시간이 더 걸립니다. 단백질은 위(stomach)에서 펩신(pepsin)이라는 효소의 작용으로 폴리펩티드(polypeptide)로 분해되며, 이후 소장에서 다양한 효소들의 작용으로 아미노산(amino acid)으로 최종 분해됩니다. 이 아미노산들은 소장에서 흡수되어 혈중으로 들어갑니다. 단백질의 소화 및 흡수가 느리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 후에는 혈당 상승이 천천히 이루어져 포만감(satiety)이 오래 지속됩니다.

지방의 소화는 주로 소장에서 이루어집니다. 담즙(bile)과 췌장(pancreas)에서 분비되는 지방 분해 효소인 리파아제(lipase)에 의해 지방이 지방산(fatty acids)과 글리세롤(glycerol)로 분해됩니다. 지방산과 글리세롤은 소장에서 흡수되어 림프계(lymphatic system)로 이동하게 되며, 이후 혈관을 통해 몸 전체에 분배됩니다. 지방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작은 양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포만감이 오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포만감이 오면 그 느낌이 오래 지속됩니다.


혈당외에 또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포만(satiety)의 느낌을 결정하는 것은 혈당만이 아닙니다. 고기를 먼저 먹으면 같은 칼로리도 위장이 덜 차기 때문에, 그리고 서로 다른 맛을 순차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의도치 않게 냉면이나 밥이 추가로 더 먹게 됩니다.

첫째로, 포만감을 결정하는데 혈당 외에 중요한 요소로, 위의 내용물의 부피와 열량 차이(에너지 밀도)가 있습니다. 섬유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은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반면, 지방과 설탕이 많은 음식은 그렇게 든든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은 칼로리를 섭취해도 위장에 차는 느낌이 별로 없어서 같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나서도 배가 부른 느낌이 적습니다. 그래서, 지방이 많은 음식은 칼로리를 오버해서 섭취하기 쉽습니다.

둘째로는, 기호성과 다양성입니다. 음식의 맛, 질감, 모양은 포만감에 영향을 미칩니다. 맛있는 음식은 포만 신호를 무시하게 만들어 과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종류의 음식으로 포만감을 느꼈다 해도, 다양한 음식이 있으면 식욕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냉면이나 된장찌개의 짜고 톡 쏘는 매운맛은 고기가 주었던 맛과는 매우 다른 느낌입니다. 우리 몸은 다양한 영양소를 흡수하기 위해 한 가지 맛을 계속 섭취하기보다 다양한 맛에 더 끌리게 됩니다. 그래서, 떡볶이를 배부르게 섭취하고 나서도 팥빙수를 섭취하고, 갈비를 섭 취하고 나서도 냉면을 섭취하게 됩니다. 만약 동시에 고기와 냉면을 먹는 다면, 음식의 다양성 측면에서 포만감을 더 쉽게 느껴, 추가로 배를 채우는 어리석은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론입니다.

적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먼저 샐러드를 먹어 위장에 수분과 섬유질을 채운다

두 번째 밥이나 냉면을 먹어 혈당을 상승시킨다

세 번째, 고기 맘 껏 먹는다.


이렇게 하면 고기를 덜먹고도 배가 너~무 불러서 고깃값을 아낄 수 있습니다.

단, 주의할 것은, 만약 같은 칼로리를 섭취한다면, 고기를 많이 드시고 탄수화물을 적게 드셔 혈당상승을 막는 것이 더 건강에 유리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전략은 칼로리를 더 적게 섭취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렇게 하면 배고플 때 드시는 고기보다 맛이 없을 것 같아요, 오랜 만에 먹는 그 고기가........


참고로 저는 절대로 고기 먼저 먹고, 나중에 냉면을 먹습니다.
고민은 비빔냉면이나 물냉면이냐 일뿐.




오늘의 의학용어


1. 혈당은 blood glucose level이라고 합니다. 그냥 blood sugar level이라고도 합니다. 엄밀히 설탕은 이당류이고, glucose는 설탕 분해의 산물입니다.

2. 포만은 satiety라고 합니다. 우리 뇌속에 포만감을 졀정하는 부분을 포만중추(satiety center)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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