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수난과 병리학

의학용어, 고통을 뜻하는 접미사

그리스도의 수난과 병리학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수난과 병리학이 모두 한가지 어원에서 나온 말입니다. 바로 그리스어 페이소스(pathos)입니다.

질병, 고통, 감정을 뜻하는 Pathos

예전에 'Passion of Christ'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passion을 열정이라고만 알고 있던, 저에게 예수님의 수난이라고 번역된 사실은 매우 놀라웠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passion이 열정 외에도 고난, 고통, 수난이란 뜻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열정이 수난이란 뜻이 될 수 있을까요?

예전엔 페이소스란 말을 자주 썼습니다. 슬픔과 웃음을 동시에 갖고 있는 깊은 감정,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선을 표현이었습니다. 한 배우의 인터뷰처럼 말이죠.

"시청자들에게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고 싶다. 웃고는 있는데 눈에는 눈물이 맺히는 느낌"
 

사실 'passion'이란 단어와 '페이소스' 란 단어는  사실 같은 뜻입니다.  두 단어는 모두 수사학의 'pathos'에서 나온 말입니다. 페이소스는 pathos를 한글로 발음 나는 대로 적은 것뿐입니다. 요즘엔 '패쏘스' 혹은 '파소스'라고 많이 읽더군요. 전혀 달리 쓰이는 페이소스와 passion의 뿌리, pathos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pathos를 알면 왜 passion이 열정도 되고, 고통도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Pathos'는 복잡 미묘한 의미를 가졌는데요, 수사학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기술을 말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pathos가 감정을 뜻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감정을 통해 우리는 욕심과 열정도 생기고, 거기서 오는 고통도 생깁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pathetic도 pathos에서 나온 말입니다. 고통이나 병이라는 뜻보다는 "감정을 일으키는"이란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late 16th century , in the sense ‘affecting the emotions’) 원래는 '측은한 감정을 일으키는' 정도의 의미이지요. 그러데 현재는 훨씬 부정적인 어감(connotation)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질병이나 고통의 path처럼 말이죠.

 다른 사람의 고통, 슬픔을 공감할 때 empathy 혹은 sympathy라는 말을 쓰지요. em은 그리스어에서 안에 in을 뜻하는 접두사이고, sym은 같이 with를 뜻하는 접두사예요. 그러니, 상대방의 감정에 푹 빠져 버리거나(in~), 상대방과 함께 하거나(with~), 내가 상대의 느낌을 공유하게 되지요. 반대로 부정을 뜻하는 a와 붙어서  apathy라고 하면 고통,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compassion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이를 뜻하는 com과 pathos에서 나온 passion을 붙여서 '같이 느끼다'란 뜻이 되니, 어원상으로는 sympathy와 같은 말입니다.

pathetic : pathy(느끼다, 고통, 수난)를 유발하는
empathy : em(푹 빠져서) + pathy
sympathy : sym(동시에) + pathy
apathy : a(부정)  + pathy
compassion : com(같이) + passion

pathos는 원래 그냥 감정 emotion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방향성을 갖는 마음이에요. 감정이 방향성이 있으면 바라는 마음(욕심)이 됩니다. 그래서, 좋은 맥락으론 열정이되고, 나쁜 맥락으론 욕심이 됩니다. 방향성이 있으니 고통이나 슬픔도 생기게 마련이죠.  

요즘 많이 신문에서, 뉴스에서 보게 되는 psycho·path란 말의 'path' 역시 병들었다는 pathos에서 나온 말입니다.   뒤에 path를 빼버리고 흔하게 사이코를 같은 의미로 쓰는데, 콩글리시는 아닙니다.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가 사이코페스를 뜻하는 제목입니다. Psychopath 뒤에 'y'를 붙이면 psychopathy가 되고, 정신적인 병, 감정이 잘못된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가 흔하게 정신이란 뜻으로 쓰는 psycho는 그리스어의 psyche에서 나온 말이고, 나비, 정신, 영혼을 뜻하는 말이에요. psyche가 정신을 뜻하게 된 것은 프로이트 이후이니 매우 근대에 생긴 뜻입니다. 프시케(psyche)는 아주 예쁜 여성으로 에로스가 사랑에 빠졌던 인물의 이름이기도 하죠.

감정 pathos은 모든 고통 pathy과 열정 passion의 근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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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리학: pathology
의학용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접미사 ~pathy

모든 병리적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을 path에 학문을 뜻하는 logy를 붙여서 pathology라고 합니다. 병리학이라는 뜻이에요. 의학용어에서 pathy는 접미사로서 '~의 병변'으로 사용됩니다.  neuropathy는 신경의 병을, myopathy는 근육의 병을, arthropathy는 관절의 병을 의미합니다. 접두사로 쓰기도 합니다. pathogen은 patho, 즉 병을 만드는(gen) 물질을 뜻해요. 흔하게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해당하지요. gen은 generate, 즉 만들다는 뜻입니다. 성경의 첫 장은 Genesis지요. 모두 Gen의 만들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입니다.

파소스 pathos를 중심으로 수난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다음엔 긍정적인 부활이야기를 해보길 기원합니다  

한번 아래 단어들의 뜻을 추리해 보세요.

osteopathy

tendinopathy

nephropathy

cardiopathy

encephalopa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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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를 맞추셨나요? 아래 pathos에서 파생된 단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passion 열정, 수난
pathetic 처참한
psychopath 정신병이 있는 사람
arthropathy 관절의 병변
myopathy 근육의 병변
neuropathy 신경의 병변
osteopathy 뼈의 병변
tendinopathy 힘줄의 병변
nephropathy 신장의 병변
cardiopathy 심장의 병변
encephalopathy 뇌의 병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