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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것 아닌 의학용어 Apr 09. 2022

열심히 살아온 나, 아무리 쉬어도 피곤한 이유

의학용어, 부신피로 증후군, 내분비,외분비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계속된다면 부신호르몬이 고갈되었을 수 있습니다  


어느 평범한 주말 저녁, 식사를 하던 10살 먹은 아들 녀석이 투덜댔습니다.

"오늘 하루는 너무 보람이 없었어요"

"왜? 어떻게 보냈길래 그러니?" 하고 물었습니다.

"음.. 하루 종일 프로젝트 마치고, 다음  주 시험 준비했어요"

"어, 그럼 엄청 보람 있게 지낸 거 아냐?"

아들은 매우 의아하다는 듯이 저를 쳐다보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빠는 그래요?
저는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을 때 하루를 아주 보람 있게 보낸 것 같아요.
진짜 기분이 좋죠

장난기 없이 진지하게 답변하는 아들의 얼굴은 귀엽기보다 커 보였습니다. 저는 농담 반 진담 반 우리 아들이 나중에 구루(산스크리트어: गुरु)가 될 것이란 이야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힘들게 하루를 마친 지친 몸을 소파에 털썩 내어 던질 때면, 그날 저녁 아들의 의아한 얼굴이 생각납니다.

"오늘 하루 나는 얼마나 보람 있게 지냈나....?"




우린 매일매일 끝까지 자신을 몰아붙였을 때 보람 있는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선을 다했어.." 그런 느낌일까요? 이렇게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일 때 우리 몸에서는 코티솔(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코티솔은 은 일종의 전투준비를 하는 호르몬으로, 긴장하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코티솔은 신장에 위쪽에 붙어 있는 내분비샘 부신(adrenal gland)에서 분비됩니다. 신장 위에 붙은 작은 혹같이 생겨서, 덧붙었다는 ad와 의학용어에서 신장을 뜻하는 renal을 붙여서 adrenal, 즉 부신이라고 합니다. gland는 무언가 분비(흘리는)하는 기관입니다. 땀샘, 눈물샘도 있고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과 같은 샘도 있습니다.

호르몬을 분비하는 선(gland)나 췌장과 같은 장기(organ)를 내분비 기관(endocrine system)이라고 합니다. endo는 안, 내부를 뜻하며, crine은 그리스어 krinein에서 온 말로 분리시키다, 분비하다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 몸 안으로 물질을 분비시킨다는 뜻인데 잘 느낌이 안 오죠? 반대말을 살펴보면 바로 이해가 갈 거예요. endocrine system의 반대말은 exocrine system이에요. exo는 외부, 밖을 뜻합니다. 외분비계, 즉 밖으로 분비하는 기관이란 뜻인데요, 우리가 무엇을 밖으로 분비할까요? 땀, 눈물 등이 외분비계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뿜뿜 나오거나, 줄줄 흐르는 것을 의학용어로 분비샘이라고 우리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은 외분비, 안으로 나오는 것은 내분비라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우리 몸속에서도 무언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상상을 해보시면 뭔가 좀 불쾌하죠?


exo· crine - 외분비 - 눈물, 침 등등

endo· crine - 내분비 - 인슐린, 코티솔 등등


췌장(pancreas)이 인슐린(insulin)을  땀처럼 '뿜뿜' 뿜어내고, 부신(adrenal gland)은 코티솔(cortisol)을 눈물처럼 '줄줄' 흘려댑니다.


눈물을 흘리고 흘리다 더 나올 눈물이 없어 눈이 말라버린 경험을 해보셨나요?

부신피로 증후군 Adrenal fatigue syndrome
우리 몸안의 부신도 눈물처럼 코티솔을 너무 많이 흘려버리면, 더 이상 흘릴 코티솔이 모두 말라버립니다.  코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나쁘게만 생각하지만, 우리가  싸워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호르몬입니다. 코티솔이 다 떨어지고 나면 정작 힘을 내고 집중해야 할 때에도 무기력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부신피로증후군(adrenal fatigue syndrom)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단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오후가 되어야 정신이 나는 증상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아침에 코티솔이 뿜! 뿜! 나와서 전투준비를 시키는데, 부신피로가 시작된 사람은 아침에 나올 코티솔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식욕도 없고 머리도 멍합니다. 결국 정신을 차리려고 커피를 찾게 됩니다. 그러다, 이런저런 일을 하고서야 오후에 분비가 되고, 저녁까지 야근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긴장 속에 관계를 하다 보면 이제 그만 나와야 할 코티솔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오게 됩니다. 얼마 없는 코티솔은 또다시 브레이크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처럼 쏟아져 나와 잠을 잘 수 없게 됩니다. 어쩌면, 수면제 없이는 잠이 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다시 무기력한 오전이 반복되지요.
이런 번아웃 상황이 반복되면, 부신은 완전히 고갈되어 더 이상 코티솔을 분비할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쉬어도 몸이 회복되지 않고, 조금만 일을 해도 극심한 피로를 겪게 됩니다. 눈물이 아니, 코티솔이 바닥나는 것이 부신피로증후군의 종착역입니다. 그전에 브레이크를 걸고 꼭 회복시켜야 합니다.


부신(adrenal gland)에선 코티솔과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이 분비됩니다.


"가족들을 위해 이것만 참으면 된다", "요기까지만 하자", "내 모든 것을 불태워보자..."  모두 고귀한 생각들입니다. 눈물도 흘려야 하고, 콧물도 흘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멈출 때를 알아서 완전히 눈물이 말라버리게 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우리 구루의 가르침처럼 우리 인생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 진정한 보람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너는 얼마나 보람 있게 지냈니?"


주말을 실컷 놀고 기분 좋게 금세 잠들어 버리는 우리 아들처럼, 제가 이 생을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배운 의학용어들을 정리해보세요.

prefix : exo, endo
exocrine; secreting internally
    e.g. exocrine system: 외분비계
endocrine; secreting externally
   e.g. endocrine system: 내분비계

suffix : ~crine, ~genous
접미사 genous는 "무엇을 생성하는"의 의미입니다. (genous is used like a suffix meaning “of or related to that which produces.” )
exogenous ; growing from or on the outside
   e.g. exogenous steroid: 외인성 스테로이드
endogenous ; growing from or on the inside
   e.g. endogenous steroid: 내인성 스테로이드(우리 몸에서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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