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영혼이 되고, 위스키가 되기까지

호흡기 관련 의학용어, 폐, 인두염, 후두염, 기흉, 만성폐쇄성폐질환

숨결 pneuma

그리스어 pneuma는 그리스어로 원래 숨결을 뜻하는 말이에요. 물리적인 숨결도 되고, 종교적인 영역에선 영혼 (“spirit" or “soul") 도 되지요. 라틴어로는 spiritus란 말이 이에 해당합니다. 당연히 spiritus도 물리적인 숨결과 영혼을 모두 의미합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선 숨결과 영혼을 하나로 생각했었습니다. 이는, 하느님이 사람에게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을 주었다는 유대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에 가톨릭 창작 성가곡 '숨(spirtus)' 이란 노래를 들었습니다. 라틴어로 하나님의 숨결을 뜻하는 제목인데, 만약 그리스어로 표현한다면 이 성가곡의 제목은 pneuma이고, 영어로 표현하면 breath가 됩니다.

 잠자다 갑자기 숨을 안 쉬는 병이 있습니다. 수면 시 무호흡이라고 하는데 의학용어로 sleep apnea라고 합니다. 부정을 뜻하는 a와 숨결을 뜻하는 pnea가 합쳐진 말입니다. 말 그대로 숨을 안 쉰다는 뜻이죠. 수면불량의 중요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많이 자도 피로가 잘 회복되지 않게 됩니다. 호흡이 불량, 곤란해지는 것은 dyspnea라고 합니다  dys는 정상기능을 벗어잔 상태를 말합니다.

처음에 미국에 와서 위스키를 찾을 수 없어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spirit이란 푯말을 가리켰습니다. 거기엔 wine and spirit이라고 적혀있었죠. 핏빛의 와인은 blood요, 투명한 위스키는 spirit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럴듯한 표현입니다. 그리스어 pneuma는 숨결도 되고, 동양의 기를 뜻하기도 하며, 공기도 되고, spirit도 되고, 위스키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장기 중 폐장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pneuma(Greek) = spiritus(Latin) = breath or spirit or soul ; lung

고대 그리스의 갈레노스와 히포크라테스 시대의 대부분 의학자들은, “동맥 artery 은 기氣(pneuma)를 나르고, 정맥 vein 은 피를 운반한다.”라고 생각했어요. wine은 그 피요, spirit은 그 공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가 숨을 쉰 그 공기, 즉 'pneuma'는 동맥을 통해, 음식물이 변환한 '피(blood)'는 정맥을 통해 손, 발, 장부 등 조직으로 공급된다는 것입니다.  동맥을 뜻하는 artery는 그리스어 arteria에서 온 단어인데 ‘windpipe’ 란 의미예요. 즉, 공기 wind 가 드나드는 통로 pipe란 뜻이죠. air, ar는 모두 공기를 뜻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대 과학적으로도, 동맥혈이 산소를 조직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혈액이 지금처럼 순환한다는 생각은 17세고 초에 이르러서야 영국의 의사 윌리엄 하비에 의해 밝혀집니다.  그러니, 동맥과 정맥의 순환 시스템은 꽤 근대에 들어서야 정립된 사실이지요.

폐를 뜻하는 의학용어 pulm(o)/ pneum(o)

심장이 펌프질 한 산소는 우리 인체의 각각 조직에서 사용되고 다시 폐로 돌아와 새로운 산소로 충전되어 심장으로 들어갑니다. 심장이 전력 공급 기관이라면, 폐는 이 심장에 연료를 재충전해주는 곳이죠. 그래서, 아예 둘을 붙여서 cardiopulmonary system이라고 합니다. 위장과 대소장을 붙여서 gastrointestinal track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pneuma는 공기를 뜻하며, 또 폐를 뜻하는 접두사로도 사용됩니다. 의학용어에서 폐를 뜻하는 접두사로 pulmo~(라틴어) 나 pneumo~(그리스어)를 사용합니다. 우리가 체육관에서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보통 카디오를 한다고 하죠? 심폐(cardio·pulmonary) 운동을 말합니다. 폐색전증은 pulmonary embolism라고 해요.  숨결, 공기를 뜻하는 pneumo는 폐를 뜻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폐렴을 뜻하는 pneumonia에서 ‘pneumo’ 역시 폐를 의미합니다.  

흉강(thorax)

이 심장과 폐를 담고 있는 공간을 흉강(thorax)라고 부릅니다. 이 공간(thorax)에 공기가 차는 질환이 있습니다. 폐에 있는 공기가 빠져나와 폐는 고무풍선처럼 쪼그라들고, thorax는 반대로 공기로 차 버립니다. 이렇게 thorax에 공기 pneuma가 차는 상황이니 pneumo-thorax라고 합니다. 키가 크고 피부가 뽀얀 젊은 친구들에게 많이 생기는 병이라서 '모델 병'이라고 도 합니다.  

COPD 만성 폐쇄성 폐질환

또 폐에 생기는 만성 질환 중에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라는 병이 있어요. Chronic은 만성, 병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반대말은 acute 급성이고요. obstructive라는 말은 막혔단 말이죠, 그럼 어디가 막혔느냐 하면, 폐 pulmonary가 만성적으로 막힌 질환입니다. 폐에서 공기 순환이 잘 일어나야 하는데, 흡연, 대기오염, 만성기관지염 등 여러 원인으로 기도에 염증이 지속되어,  공기 길이 좁아져 버리는 질환입니다. 공기의 순환이 안되니 숨을 편안히 쉴 수 없게 됩니다. 증상으로는 기침, 기침 발작 후 소량의 끈끈한 객담 배출,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점차 악화하는 호흡 곤란, 천명음과 흉부 압박감 등이 나타나는 아주 고질적이 병이에요.  pulmonary와 pneumo 모두 폐와 연관 지어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배운 단어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pneuma : 공기, 숨결, 영혼
pulmonary embolism : 폐색전증
pneumonia : 폐렴
apnea : 무호흡
dyspnea : 호흡곤란, 짧은 호흡
pneumothorax : 기흉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 : 만성 폐쇄성 폐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