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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담

내 기계인데 내 맘대로 못 쓴다?

현대 유저인터페이스 트렌드 비판: 사용자 자율성의 상실


현대 기술 제품들은 점점 더 사용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한 방식이 최선이다. 사용자는 고민 없이 그 틀 안에서 편하게 살아라"라는 철학이 기기 설계의 중심이 되어버렸습니다. 겉으로는 세련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사용자를 '디지털 유치원생'처럼 취급하는 제한된 환경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맥 OS는 이러한 추세의 선두주자입니다. 20년 가까이 맥만 써서 다시 돌아가기도 힘들어서 더 화가 납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시스템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었던 운영체제가 이제는 '보안'과 '일관된 사용자 경험'이라는 명목 하에 점점 더 많은 기능을 사용자로부터 숨기고 있습니다. 간단한 설정 하나를 바꾸기 위해 터미널에서 복잡한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마치 내 집인데도 벽지 하나 바꾸려면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내가 오마카세나 백종원을 싫어하는 이유예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니 입맛은 내가 더 잘 아니, 내가 시키는 대로 처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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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의 '복잡한 미로' - 버튼이 없어, 씨발!!!


이러한 트렌드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기기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물리적 버튼의 사라짐입니다. 예전에는 직관적으로 손이 닿는 위치에 있던 버튼들이 이제는 터치스크린의 메뉴 깊숙이 숨겨져 있습니다. 자동차를 생각해 보십시오. 과거에는 볼륨을 조절하거나 CD를 꺼내는 것이 단순한 버튼 하나로 가능했습니다. 운전 중에도 시선을 도로에서 떼지 않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었죠. 그러나 현대의 '스마트' 자동차들은 이런 단순한 기능조차 터치스크린 메뉴의 여러 단계를 거쳐야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과연 진정한 '진보'인지 의문입니다.


다이얼보다 '온도 내려줘'가 더 편해요? 진심?


이런 디자인 철학의 근간에는 '대중을 위한 단순화'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는 사용자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모든 사람을 가장 낮은 공통분모에 맞추는 하향 평준화입니다. 기술에 능숙한 사용자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기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점점 더 제한된 환경 속에 갇히게 됩니다. '편리함'이라는 미명 아래, 실제로는 사용자의 '무능력'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어린아이를 위해 모든 날카로운 모서리를 없앤 집에서 성인이 살아야 하는 것처럼, 기술적으로 능숙한 사용자들은 불필요한 제약 속에서 답답함을 느낍니다.

현대 기기들은 '직관적'이라고 광고되지만, 실제로는 직관성을 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리적 버튼은 그 존재 자체로 기능을 암시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반면 터치스크린의 숨겨진 기능들은 사용자가 그 존재를 알기 위해 메뉴얼을 읽거나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음성 인식 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헤이 시리, 온도를 26도로 맞춰줘"라고 말하는 것이 온도 조절 다이얼을 돌리는 것보다 과연 더 직관적인가요? 특히 소음이 있는 환경이나 여러 명이 있는 공간에서는 오히려 더 복잡하고 불편한 방식입니다.


제어권의 상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용자가 기기에 대한 제어권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내가 기계를 다루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기계가 나를 다루는'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정해놓은 방식대로만 사용해야 하며, 그 틀을 벗어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를 넘어,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문제로 확장됩니다. 기술은 인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확장하는 도구여야 하는데, 오히려 그것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용자 중심'의 기술이란 모든 사용자를 최저 수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준의 사용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초보자에게는 단순하면서도, 고급 사용자에게는 깊이 있는 커스터마이징과 제어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기술 기업들은 '보안'과 '일관된 경험'이라는 명목으로 사용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자신의 기기를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내가 산 컴퓨터, 내가 산 자동차, 내가 산 가전제품은 말 그대로 '내 것'이어야 하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제조사가 아닌 사용자에게 있어야 합니다.


현대 기술의 발전은 분명 많은 편리함과 가능성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 가치 있는 교환이었는지 진지하게 재고해볼 시점입니다. 기술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면, 그 기술은 인간의 자율성과 능력을 존중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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