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어의 어원, epilogue와 epigraph의 차이
"시작하는 재주는 위대하지만, 마무리 짓는 재주는 더욱 위대하다."
H.W. 롱펠로
Epilog(ue)와 Epigraph
epi~는 부가적인을 뜻하는 접두사(prefix)입니다. 접미사(suffix) ~log 혹은 ~logue는 기록이란 뜻입니다. 'epilogue'는 지금까지 기록한 글에 덧붙인다는 말입니다. 비슷한 단어로 postscript가 있습니다. post는 '뒤, 후에' 라는 뜻이고, script는 글, 원고를 뜻합니다. 그러니, 후기(written after) 쯤이 되죠. 약자로 p.s.라고 더 많이 사용하시겠죠? 미국에 와서 다른 교수님들이 저에게 ms를 달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뭔 워드를 나보고 달라하나? 했는데, 원고(manuscript)를 ms라고 쓰더군요. 그냥 스크립트(script)라고도 합니다.
또, 비슷한 단어로 'epigraph'가 있습니다. 접미사 ~graph 역시 ~logue와 마찬가지로 기록한다는 뜻입니다. 서명을 뜻하는 autograph는 스스로(auto) 기록(graph)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epigraph와 epilogue는 비슷한 뿌리를 같지만, 사용되는 의미는 다릅니다. 위에 롱펠로의 인용 부분을 에피그래프(epigraph)라고 합니다. 보통 챕터의 시작 부분에 인용구 등을 넣은 것을 말합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책의 마지막 덧붙이는 말은 에필로그(epilogue)라고 합니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에피데믹(epidemic) 상황입니다. 에피데믹(epidemic)은 epi와 사람을 뜻하는 demic(demos)이 합쳐진 말입니다. 갑자기 사람들위에 드리워진 전염병을 뜻합니다. 판데믹(pandemic)은 이러한 전염병이 모든(pan) 지역에 유행을 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epilogue
postscript
epigraph
epidemic
이렇게 어원을 통해 단어를 이해하는 것을 어원학(etymology)라고 합니다. etymology의 어원은 진리를 뜻하는 etumo와 학문, 기록을 뜻하는 ~logy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logue와 ~logy는 모두 말씀, 법칙을 뜻하는 그리스어 logos에서 왔습니다. 다시 첫장의 프롤로그로 와버렸네요.
어원을 통해 진리를 알다
화창한 여름 아침, 아내와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해가 중천에 뜨지 않은 그날 유난히 파란 하늘은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도 가을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지만,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보는 하늘은 또 다른 느낌으로 훨신 파랗게 보입니다. 마치, 모니터에서 채도를 최대로 높여 놓은, 그런 비현실적인 색 같습니다. 그런 하늘을 올려보다가, 저는 무심고 이렇게 말을 뱉었습니다.
"하늘이 너~무 파랗다!"
옆에서 걷고 있던 아내가 깔깔거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파랗다고, 그게 저 하늘을 본 표현이야? 어쩔수 없는 이과생이야 ㅋㅋ"
그리고는 이렇게 문과생의 표현을 덧붙였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깊은 파란 바다물 같다 등등...
맞습니다. 부정할 수 없습니다. 모태 이과생인 저는 기껏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표현이 "너무 파랗다"입니다. 오히려 "눈이 시로도록 파랗다"라는 표현에, "눈이 안시린데?" 라고 대꾸하거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라는 말에 "무슨 색 물감?" 이라고 질문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뼛속까지 이과생으로 50여년을 살아온 제가 의학용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의학용어는 의학이라는 학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언어에 관한 학문입니다. 이과보다는 문과에 가까운 학문이죠. 수많은 의학용어들이 오래전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과 신화, 프랑스와 게르만의 오래된 말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언어들의 어원과 생성 배경, 쓰임새를 알면 의학용어는 재밌는 문과 수업으로 탈바꿈합니다. 어렵고 복작한 전문 용어가 아니라, 언어에 담긴 이야기를 공부한다니 매우 문과스럽지 않습니까? 이렇게 재밌는 의학용어가, 수많은, 낯설은, 발음도 잘 되지 않는 단어들과, 연이어지는 한글 해석들을 사전 외우듯 공부한다면... 얼마나 재미없겠습니까?
뼈속까지 이과생인 저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전설과 동화, 신화의 세계에 푹빠져 지냈습니다. 그리고, 언어에 담긴 이야기들은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가장 이과적인 의학, 그 전문적이고 재미없는 의학관련 전문 용어들을 가장 문과적으로 풀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학생들에게 의학용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감사의 메일을 보냅니다. 제 수업 덕분에 의학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책을 쓰는 동안, 내 강의를 잘 들어주었던 고마운 학생들의 얼굴들이 지나갑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게 있는데요. 제가 원래 Anatomy and Physiology 와 Pathophysiology 수업을 안 좋아했었어요. 저에게는 너무 어렵더라구요.. 그런데, 교수님의 Terminology 수업을 듣고나서는, 이제는 그 수업들이 재밌게 다가오고 있어요. 제가 구구단도 모르면서, 인수분해 수업을 들었던 느낌이랄까요^^ 이제 구구단을 배우고 있어서, 인수분해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감이 잡히고 실마리가 잡혀가는 느낌입니다.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의학 문외한이 한의학에 막 첫 발을 내 디디고 보니, 뭐가 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쏟아지는 시험과 과제 따라가기 바쁘긴 했지만, 교수님 아니었으면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무작정 노만 저어대는 모양이 될 뻔 했습니다. 덕분에 의학이라는 큰 물결 위에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어디인가를 이해하고 나니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방향을 짐작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한 학기 내내 교수님 강의 기다리고 즐기고 또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평생 받아본 수업중 최고의 수업이었습니다. 단어를 배우는 시간이 이렇게 재미있고 풍성하게 배울 수 있다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교수님의 오랜 교수법의 연구와 준비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과목임에도 너무나 재밌고 쉽게 배울수있어 머릿속에 많이 남았습니다. 단순히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정말 머릿속에 오래 도록 남을 수 있는 수업이 었습니다.
학생들이 어떻게 의학용어를 쉽고 친금감 있게 접근해야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계시고, 기본기를 탄탄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껴주시는 마음이 잘 느껴집니다
큰 애가 아파서 메모리얼데이에 응급실 갔는데 제가 의사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듣겠는거에요. 이 수업에 너무 감사했어요. 의사들이 컬쳐(culture)를 해야하고, rule out이 어떻고 하는데, 무슨 이야기 하는지 알겠더라구요. 진짜.. (웃음) 제가 이 수업이 실생활에서 도움이 된다는걸 경험했어요. 병원을 가면 약간 주눅이 들었거든요? 아예 의학은 모른다고 생각하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애가 아프고 약간 죄인 된 느낌? 좀 그런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걸 알아들으니까 너무 좋더라구요. 교수님. 감사했어요.
Dr. Choi gets a amazing gift with teaching skill, and he has a method of teaching the most difficult things in the easiest way. This is truly a gospel for students who have to go through the ordeal of learning.
The way professor teaches were organized, fun and motivating. His scholarship and crafting of vocabulary which builds into monumental achievement for students one can only appreciate the way of his teaching method.
p.s. 의학은 원래 이과의 학문이 아닙니다. 이과적 문과 학문입니다.
의학은 인간적 과학이고, 과학적 인문학이다.
- E.D 펠리그리노, 의사, 의철학자
이 책을 통해 의학 용어 전부를 익힌 것은 아닙니다. 사전처럼 많은 의학 용어를 담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의학 용어를 모든 교과 과정에 앞서 제일 처음에 배우게 됩니다, 다른 preliminary class 가 요구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병에 대해, 인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학 용어를 배워봤자 금방 잊어버리고 맙니다. 의미가 없이 단어를 외우는 것이 별 소용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이 책에서 우리가 현장에서 많이 보는 의학 용어들을 중심으로 간단한 내용 (질환, 생리, 병리)과 함께 용어를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아마 의학 용어가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드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더 많은 의학 용어들은 사실 의학용어 시간이 아니라 생리학, 병리학, 해부학, 내과 각론 시간에 차츰 배워나가시는 겁니다. 일단 지금 의학 용어의 구성 원리를 알았으니 새로운 단어도 쉽게 쉽게 이해가 가고, 외우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