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is 치골: 치부를 털로 본 로마인들

한국어에서는 아랫배에서 생식기로 이어지는 부위를 치부라고 하고, 이 부위의 뼈를 치골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사용된 '치'는 부끄러울 치(恥)자입니다. 마음 심(心)에 귀 이(耳)자가 붙었는데, 마음속으로 부끄러움을 느껴 귀가 붉어지는 모습이나, 듣기에 민망한 상태를 형상화하여 만들어졌지요. 몸의 한 부분을 가리키는데 왜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들어갔을까요? 이 뼈가 위치한 곳이 은밀한 부위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동양인의 정서가 반영된 해부학 용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영어로는 pubis 또는 pubic bone이라 부릅니다. 여기에는 부끄러움 따위는 없습니다. 이 단어의 어원인 라틴어 pubes는 매우 노골적으로 이 부위에 난 '털'을 의미합니다. 동서양이 참으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해부학적 부위를 표현했습니다. 한쪽은 감정으로, 다른 쪽은 시각적으로 말이죠. 동양인은 말하기도 부끄러워 감정을 앞세웠고, 서양인은 보이는 그대로 털이라 불렀습니다.


Pubes

Pubes는 원래 고전 라틴어에서 두 가지 의미를 가졌습니다. 성적 성숙기에 나타나는 털, 그리고 확장된 의미로 그 단계에 도달한 성인들을 뜻했지요. 신체적 문제에 대해 특유의 직설적인 태도를 가진 로마인들은 기표와 기의를 구분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비디우스가 젊은이들이 pubes에 도달했다고 쓸 때, 그는 그들이 문자 그대로 곧 어른이 되었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중적 의미는 우리에게 puberty(사춘기)를 주었습니다. 몸이 모든 십대의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을 배신하는 그 놀랍도록 어색한 시기 말입니다. Puberty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털 나는 시기'입니다. 로마인들은 사춘기를 정의할 때 호르몬이나 심리적 변화 같은 추상적 개념을 동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 즉 털이 나기 시작하는 순간을 기준으로 삼았지요. 이보다 더 명확한 생물학적 표지가 있을까요? 이 단어는 14세기에 프랑스어를 통해 영어로 들어왔으며, 인간 발달에 대한 수세기의 로마적 실용주의를 담고 있었습니다.


Pubescent(사춘기의)는 이 변화를 겪고 있는 누군가를 묘사하는 정중한 방식이 되었습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임상적이면서도 약간 당혹스럽게 들리는 단어이지요. 어원을 풀어보면 pubescent는 pubes(털)에 라틴어 접미사 -escent가 붙은 형태입니다. 이 -escent는 '~해지는 중', '~의 과정에 있는'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불빛이 점점 밝아지는 상태를 luminescent(발광하는)라 하고, 잎이 점점 돋아나는 상태를 folescent라 하듯, pubescent는 '털이 나는 중인', 즉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현재진행형의 어색함이 이 단어에 그대로 담겨 있는 셈입니다.


흥미롭게도 adolescent(청소년기의)라는 단어도 있는데, 이는 라틴어 adolescere에서 왔습니다. Adolescere는 ad-(~을 향해)와 alescere(자라다, 영양을 얻다)가 합쳐진 말로, '성인을 향해 자라가는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도 같은 -escent 접미사가 들어 있습니다. Pubescent보다 조금 더 넓은 시기를 포괄하는데, adolescent는 대략 10대 전체를 가리키는 반면, pubescent는 특히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나는 전체 여정을, 다른 하나는 그 여정이 시작되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합니다.


해부학 용어들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Pubis(치골, pubic bone)는 골반의 앞부분을 형성하며, 음모가 나타나는 부위에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직역하면 '털 나는 뼈'라는 말이니, 뼈 자체를 그 위에 나는 털로 명명한다는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Pubic symphysis(치골결합)—좌우 치골이 만나는 섬유연골 관절—은 그리스어 symphysis(함께 자라남)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시적인 이미지입니다. 몸이 성숙을 알리는 바로 그곳에서 뼈들이 결합한다는 것 말입니다. 해부학자들도 때로는 은유를 즐기는 듯합니다.


아마도 pubes의 가장 유쾌한 이동은 식물학 라틴어에서 일어났을 것입니다. 18세기 박물학자들이 잎이나 줄기에 미세하고 부드러운 털을 가진 식물을 묘사해야 했을 때, 그들은 pubescent 또는 pubescens를 선택했습니다. 잎사귀에 난 솜털이 음모를 연상시켰나 봅니다. 일종의 식물학적 사춘기인 셈이지요. Quercus pubescens(솜털참나무), Angelica pubescens(독활), 그리고 수많은 다른 종들이 이 명칭을 갖고 있습니다. 독활의 잎을 자세히 보면 미세한 털이 덮여 있습니다. Angelica pubescens(독활)는 털이 난 안젤리카란 뜻이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안젤리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식물이 사춘기를 겪는다니, 린네와 그의 동료들은 분명 이 명명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았을 것입니다. 과학적 엄밀함과 은밀한 유머가 공존하는 순간입니다.



하나의 라틴어 단어가 사춘기의 음모와 독활의 부드러운 솜털을, 우리의 보행을 지탱하는 해부학적 랜드마크와 성장의 보편적 표지를 모두 묘사해왔다는 데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때로는 로마인들이 결코 예상하지 못했을 방식으로, 때로는 그들이 완벽하게 이해했을 방식으로 언어는 사춘기를 맞아 털이 나고, 성장하고, 또 사멸하기도 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멍하다와 멍청하다의 차이 Stupor vs Stup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