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욕도 하도 빠르게 발전하고 신랄해져서 따라잡기도 힘든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 많은 욕설들 중에서도 가장 고전적이고 점잖기까지 한 욕이라면 단연 스튜피드(Stupid, 멍청한)입니다. 우리는 이 단어를 지능이 낮거나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을 비하할 때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단어의 뿌리를 캐보면, 이것은 원래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상태의 문제였습니다.
이 비극적인 오해는 라틴어 스투페레(stupere)에서 시작됩니다. 원래 이 단어는 "깜짝 놀라 멍해지다(to be stunned)" 혹은 "충격을 받아 얼어붙다(dazed)"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로마 사람들에게 stupere는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해서 일시적으로 멍해진 상태를 의미했습니다. 이 라틴어 뿌리에서 두 명의 형제가 태어났는데, 한 명은 의대생이 되어 병원으로 갔고, 다른 한 명은 타락하여 거리의 욕설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형제는 14세기 영어에 도착한 스투퍼(Stupor, 혼미)입니다. 이것은 현대 의학에서도 사용하는 정식 진단명입니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환자가 스투퍼(Stupor) 상태입니다"라고 외친다면, 이는 환자가 멍청하다는 뜻이 아니라, 강한 자극(꼬집거나 소리침)을 줘야만 겨우 반응하는 의식의 이상상태를 뜻합니다. 즉, 감각이 마비되어 외부 세계와 단절된 심각한 신경학적 상태입니다. 의학적으로 Stupor는 뇌가 '로그아웃' 하기 직전의 위급 상황입니다. 이는 의식의 5가지 단계 중의 하나예요.
두 번째 형제는 16세기에 뒤늦게 도착한 스튜피드(Stupid)입니다. 초기에 이 단어는 지금처럼 "머리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조상인 stupere의 뜻을 그대로 이어받아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힌(struck senseless)" 혹은 "경악한(astonished)" 상태를 의미했습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 누군가 당신에게 "You are stupid"라고 했다면, 그것은 "당신은 참 멍청하군요"가 아니라, "당신은 지금 너무 놀라서 넋이 나갔군요"라는 꽤나 문학적인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잔인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놀라서 멍하니 있는 상태"는 점차 "그냥 멍하니 있는 상태"로, 나중에는 "생각이 느리고 둔한(mentally slow)" 상태로 의미가 타락해 버렸습니다. 결국 '일시적인 충격'을 뜻하던 단어가 '영구적인 지능 부족'을 뜻하는 모욕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마치 멍하다가 멍청하다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Stupor = 멍하다 = 의학적 반혼수상태
Stupid = 멍청하다 = 모욕적인 욕
그러니 오늘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러서 그를 "Stupid"라고 불렀다면, 당신은 본의 아니게 그를 변호해 준 셈이 됩니다. 어원적으로 당신은 "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충격적인 상황이라 뇌가 잠시 '스투퍼(Stupor)' 상태에 빠져 판단이 마비된 것뿐이지?"라고 묻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갑자기 끼어든 앞 차를 향해 Stupid 대신 Stupor라고 외쳐보세요, 이는 상대방에게 '잠시 넋이 나가셨군요!' 하는 꽤나 점잖은 훈계를 하는 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