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영어로 배운(들은?) 욕 중에 가장 신박한 욕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옥수수를 터는 게 아니라, 그 옥수수를 목구멍으로 내려보낸다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우리가 보통 목구멍이라고 할 때는 두 가지 구멍을 한 번에 이야기합니다. 식도로 내려가는 구멍도 있고, 기도로 내려가는 구멍도 있어요.
이 두 구멍을 후두(larynx)와 인두(pharynx)라고 불러요. 후두(larynx)는 공기가 폐(lung, pulmo~, pneumo~)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인두(pharynx)는 음식과 공기가 식도(esophagus)를 통해 위장관(gastrointestinal track)으로 가는 입구예요. 입과 코에서 가까운 인두(pharynx)는 뒤쪽(등 쪽)으로 내려가고, 후두(larynx)는 좀 더 아래쪽에 성대 vocal cord 있는 곳에 존재하며, 식도 앞쪽에 있는 기관 trachea로 연결돼요. 이게 은근히 헷갈리는데 ‘랄라랄라~’ 노래하는 라링스 larynx라고 외워두세요. 노래를 하니 성대(vocal cord)가 있죠, 성대가 있는 곳은 공기 길입니다. 그리고, 공기 길은 앞쪽입니다.
감기에 걸려서 목이 아픈데 병원에 가보니 인두염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요? 이를 pharyngitis라고 해요. 바로 인두부에 생긴 염증이에요. 후두에 생긴 염증은 의학용어로 후두염(laryngitis)라고 합니다. 후두염은 주로 성대(vocal cord)의 염증을 동반해서 목 쉰소리와 개가 짖는듯한 기침을 하게 돼요(barking cough). 이런 병을 일상 용어로 크룹(croup)이라고 불러요. 의학적으로는 후두근처의 바이러스 감염을 이야기합니다. 바이러스 감염이기 때문에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지게 됩니다. 습도가 높으면 기침이 완화되기 때문에 샤워실에서 뜨거운 물로 증기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아이를 진정시키고는 합니다. 이를 크룹텐트라고 불러요. 아래 동영상은 크룹으로 인한 개짖는 소리의 기침입니다.
Barking cough with croup
인공지능 밸브, 에피글로티스(epiglottis)
인두와 후두 사이엔 자동 밸브가 있어서 음식은 식도로, 공기는 기도로 내려 보냅니다. 이 길이 헷갈리면 큰 일 납니다. 기도와 식도의 중간에서 밸브 역할을 하는 구조물을 후두개(epiglottis)라고 합니다. epi~는 부가적인 구조물을 뜻하고 glottis는 혀, 공기 길의 윗부분을 의미합니다. 합쳐서 혀의 부속물, 실제 덮개 역할을 하는 장치를 뜻하게 되죠. 혀를 의미하는 의학용어는 lingua(라틴)와 glot(그리스어)가 있습니다.
평소엔 아래 동영상처럼 이 밸브가 중간에 있어서 기도와 식도 모두 통과할 수 있습니다. 공기가 들어오면 후두(larynx) 쪽의 기도로 공기가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약간이라도 공기 외의 것이 들어오면 잽싸게 후두(larynx) 입구에 있는 밸브를 닫아버립니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후두 쪽으로 들어가려 하면, 잽싸게 기침을 해대서 이물질을 뱉어내려 하고 이걸 ‘사래’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래들린다는 표현을 영어로 “It went down the wrong pipe.”라고 합니다. 느낌이 딱~ 오죠? right pipe 즉, 식도(esophagus) 쪽으로 내려가야 할 음식, 혹은 음료가 wrong pipe, 즉 기도(trachea) 쪽으로 내려갔다는 말입니다. 인두냐, 후두냐, 갈팡질팡, 음식이냐 공기냐, 어디로 갈지를 정해주는 것이 epiglottis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욕, “I’ll knock your teeth down your throat!”에서, 다행히 부러진 이(옥수수)가 esophagus로 들어가면 똥으로 나오겠지만, 의식이 없는 가운데 larynx 쪽으로 들어가면 큰일 납니다.잘못하면 아래 사건처럼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