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멋진 키보드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데요. 마우스와 키보드와 같은 컴퓨터 주변기기를, 영어로 페리페랄(peripheral 혹은 peripheral device)이라고 해요. 'peri~'는 '주변'이란 뜻의 접두사이고, pheral은 전달한다는 뜻이예요. '주변으로 무언가 전달하는 기기'란 뜻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많이 쓰는 이 단어, 페리페랄은 의학 용어이기도 합니다. 바로 말초신경계(peripheral nervous system)입니다. 마치 우리 몸의 키보드와 프린터 같은 존재에요. 컴퓨터가 키보드나 스캐너(scanner)와 같은 주변(peripheral) 입력장치를 통해 정보를 전달 받듯이, 사람은 말초(peripheral)신경을 통해 정보를 전달 받습니다. 반대로 컴퓨터가 프린터나 모니터에 출력을 하듯, 우리 몸은 근육에 신호를 주어 움직이게 됩니다. 아래의 그림은 모두 컴퓨터의 주변기기(peripheral)입니다.
컴퓨터의 페리페랄(peripheral, 주변기기)
말초신경계(peripheral nervous system)가 주변장치를 통제하는 시스템은 컴퓨터와 매우 유사합니다. 감각신경은 입력장치(input device)에 해당하고, 운동신경은 출력장치(output device)에 해당합니다.
인체의 페리페랄(peripheral, 말초신경계)
그럼, 오늘의 단어 peripheral을 하나하나 뜯어보겠습니다.
1. peri - around, 주변, 테두리
2. phery - carry, bear, transport - 운반하다, 전달하다
periphery (n.)
: from peri "round about" (see peri-) + pherein "to carry," from PIE root *bher- (1) "to carry." (www.etymonline.com)
1. 접두사 peri가 사용된 단어들, perimeter, periodontitis, pericardium
peri는 사물의 테두리, 가장 자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perimeter는 '주변, 둘레'를 의미합니다. 범죄 현장에 노란 테이프(yellow barrier tape)로 감싸서 사람이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을 setting the perimeter라고 합니다.
yellow barrier tape is used to create an outer perimeter
의학용어에서 peri~접두사가 붙은 단어를 몇게 살펴볼까요?
1.pericardium 심장막
심장을 둘러싼 막을 pericardium이라고 해요. peri~와 심장을 뜻하는cardi~가 심장둘레, 즉 심장을 둘써산 심장막을 가르킵니다.
2. periarthritis 관절주위염
어깨 관절 주위에 석회(calcium) 성분이 침착되어 통증이 유발되는 질환을, calcific periathritis라고 해요. calicific은 석회를 뜻하고, peri는 주위, arthra는 관절, ~itis는 염증이니, 석회화 관절주위염이 됩니다.
3. periodontitis 치주염
치주염은 periodontitis라고 해요. peri는 주변이고, odont는 이빨이란 뜻이고,~itis는 염증이니, 이빨 주위의 염증을 뜻합니다.
이빨은 라틴어로는 dent~, 그리스어로는 odont~ 예요.
The form odonto- ultimately comes from the Greek odṓn, meaning “tooth.” The Latin word for “tooth” is dēns, source of the combining forms denti- and dento-.(dictionary.com)
페리오 치약이란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periodont~ 즉 치주에서 앞부분 perio를 상표에 사용한 예입니다. 의미로는 이빨 주위, 즉 잇몸에 좋은 치약이란 의미가 되죠.
4. peritoneum 복막
우리 뱃속의 장기를 둘러싼 막을 복막(peritoneum)이라고 해요. 배에 장기(organs)가 많잖아요? 이걸 모두 감싸고 있는 막이 근육 아래에 있어요. 아주 팽팽하게 비닐 봉지처럼 장기를 담고 있죠. toneum은 팽팽하다는 뜻이고(stretched), 모든 것을 둘러싸서 peri가 붙었습니다. 아래 드라마속의 pneumoperitoneum은 공기를 뜻하는 pneumo, 복막을 뜻하는 pericardium을 합쳐서 복막 속, 즉 뱃속에 공기가 차는 질환을 말합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덧붙이는 말을 periphrase라고 합니다. peri는 '주변', phrase는 '글의 구절'이란 뜻이니 짐작이 가시나요? 이야기의 주제(중심)이 있는데, 그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에 관한 글, 즉 주절주절 쓸데없는 많은 말이란 뜻입니다(use of more words than are necessary to express the idea). 직접 주제를 말하지 않고, 빙~ 둘러서(peri) 말하는 것도 periphrase라고 합니다. 음, 지금 이 단락은 주제에서 벗어난 periphrase일까요? 아니기를 바랍니다.
비슷한 용어로 paraphrase가 있어요. 보통 인용이라고 하는데, quote랑 구별해서 사용합니다. quote는 큰 따옴표로 "직접 그대로 인용"하는 것을 말하고, paraphrase는 작가나 화자게 변형해서 인용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2. phery는 운반을 뜻하는 ferry에서 온 말
보통 여객선을 페리(ferry)라고 하는데요,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다는 뜻에서 온 말이에요.
ferry (v.)
Old English ferian "to carry, convey, bring, transport" (www.etymonline.com)
이 ferry의 f가 ph로 바뀌면 phery가 돼요. phery(pherein) 역시 운반하다는 뜻입니다.( pherein: "to carry," www.etymonline.com) 어느 것이 더 오랜 말이고 근원인지는 모르지만, 같은 발음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어요. phery의 어원을 찾으면 bear라고 나와서, '곰'이 무슨 상관이지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곰이랑은 상관없고 '지니고 운반하다(bring)'를 의미합니다. bear는 '지니다'는 뜻입니다. 요금을 뜻하는 fare 역시 ferry, 운송에 대한 대가를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택시 요금도 주로 taxi fare라고 하죠.
자! 그럼 1번 peri와 2번 phery를 이어 보면, 짜잔~
주변까지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컴퓨터에 내가 타이프를 하건(입력), 프린터를 하건(출력), 내가 손 끝에서 따뜻함을 느끼건(sensory), 팔로 친구를 안아주건(motor) 모두 바로 페리페랄(periphery)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말초신경계를 peripheral nervous system이라고 합니다. 뇌와 척수를 제외한 모든 신경을 포함하는 말이에요. 중추신경계는 뭐라고 할까요? 간단하게 central nervous system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말초신경계와 관련된 흥미로운 질환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겠습니다.
오늘 배운 단어들 복습해봅시다.
peripheral nervous system
pericardium
peritoneum
periathritis
periodontitis
perime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