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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사엄마 Mar 23. 2017

시대의 변화, 그리고 의약품 마케팅
어떻게 진화할까?

마켓 4.0 시대에 의약품의 마케팅은 어떻게 변할까? 

필립코틀러의 마켓 4.0을 열심히 읽고 있는 중입니다. 4차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고, 이것은 기존의 정보화 사회를 논하던 3차 산업에서 더 발전된 형태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이 흐름이 기존의 산업혁명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진화되기에 보다 많은 생각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각 분야별로 4차 산업시대, 마켓 4.0 시대에 맞는 무언가를 찾는 지금, 제가 속한 보건사회 분야는 어떻게 변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특히 의약품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의사 중심의 정보, 환자에게 가는 중


의약품 시장은 일반적인 제품 시장과는 다릅니다. 의약품은 일반인 다수가 사용하고 있지만, 의사가 처방하는 의약품의 경우 결정권이 의사에게 있습니다. 또한 약국에서 판매가 가능한 제품 역시 약사가 의약품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제 의약품 마케팅 시장은 의사와 약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 2014년도 제약회사의 생산실적을 보면 전문의약품 비중이 83%로 압도적이며, 수입의약품까지 하면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의 비중은 훨씬 더 높습니다. 이에 대부분의 의약품 마케팅은 전문의약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미 인터넷만 열면 각종 의약품 정보들이 쏟아지며, 각종 환우회를 중심으로 치료와 의약품 관련 정보들이 공유됩니다. 또한 최신의 임상 논문들 역시 클릭 하나에 바로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의사 중심으로 쏠렸던 정보들이 이제는 환자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최근에는 여러 신약들이 나오면 관련 환자 단체 역시 이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및 약가 선정에도 관여하게 됩니다. 신약을 내놓는 제약회사 역시 이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환자 스스로가 치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여, 적극적으로 의약품 시장에 개입하게 된 것입니다. 

마켓 4.0 시대의 의약품 마케팅은 기존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임상시험은 더 강화될 것이다


이제 마케팅은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나 의약품 역시 기존에 사용해 본 사람들의 결과들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특히 의약품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사람의 생명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임상 데이터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의약품을 개발할 때에는 세포와 동물 실험을 거쳐 1,2,3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반드시 진행해야 합니다. 임상시험에서 최종적으로 합격점을 받은 의약품만이 시장에 나와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임상시험을 하는데만 10년 이상 걸리는 일도 부지기수이며, 실제 신약은 1000개 중 1개가 출시되면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미 한국에서 폐암치료제로 주목을 받았던 한미약품의 "올리타" 역시 임상시험 중 환자의 사망으로 인해 문제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폐암 환자의 치료에서 올리타 대신 다른 치료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어쩌면 의약품 시장은 임상시험이라는 강력한 진입 장벽으로 인해, 다른 제품 시장에 비해 유연하지 못하게 움직일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또한 임상시험에 대한 기준이나 규제를 보다 더 까다롭게 가려가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의약품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환자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보수적 관점에서의 움직입니다. 그만큼 의약품은 신약 나오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의사 혹은 약사의 네트워크, 환자의 네트워크


의약품 시장은 보다 강화되는 안전에 대한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임에 분명합니다. 이에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의약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습니다. 이에 많은 제약회사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게 될까요? 


일반의약품의 경우 여성과 네티즌을 공략하는 전략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특히 여성은 가정에서 관리자로, 총체적 쇼핑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가 치료를 중심으로 한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적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많은 제약회사에서는 제품의 브랜딩을 위해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페이지, 블로그 등을 개설하여 일반인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품과 연관된 환우회 등을 지원하고, 환자 의료비 지원 프로그램, 재활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환자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하는 활동 역시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다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의약품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고안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불어 Key Opinion Leader를 통한 의사, 약사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다지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의사와 약사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제약회사들은 상당히 많은 공을 들여왔고, 앞으로는 이 부분이 더 강화될 것입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어렵다고 하지만, 학술 등의 지원을 통해 이 부분은 해결해 나갈 것이라 봅니다. 일명 "알값"이라 하여 얼마 처방하면 몇 프로를 준다는 식의 영업 전략은 더 이상 쉽지 않을 것입니다. 


보다 과학적이면서도 임상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을 환자 간에, 의사 간에 얼마나 잘 활성화하는지에 따라 제약회사의 마케팅 성과가 판가름 날 것입니다.  



더 이상 의사, 약사의 권위는 없다


의사와 약사의 권위는 예전에 비해 더더욱 약화될 것입니다. 이미 질병과 의약품, 치료 방법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된 만큼, 예전과 같은 권위는 없어질 것이라 보입니다. 다만, 보다 많은 환자를 보고 경험을 쌓은 입장으로 환자와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이들을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보다 요구될 것입니다. 


제약회사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와 약사들이 보다 환자와 쉽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여러 tool을 제공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으며, 의사나 약사가 환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이러한 시도들이 시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와의 직접 소통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어찌 되었든 현재의 제도 상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나 약사의 손에 매출이 달려있기에 제약회사는 의사와 약사를 배제한 마케팅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보다 환자와의 접점을 찾아내서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함은 당연해 보입니다. 이를 위해 각종 SNS 채널을 비롯하여 모바일과 웹 상의 다양한 채널과 매체를 활용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마켓 4.0 시대, 제약 산업의 마케팅은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종이 브로셔가 태블릿 애플리케이션을 바뀌는 것만이 달라진 것이 아닙니다. 각종 채널들을 활용하여 환자와 의사, 그리고 사회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그 가운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제약 마케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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