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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사엄마 Jun 12. 2018

자궁적출술, 과연 해야 하는 것일까?

여성건강 #16. 자궁은 단지 아이를 낳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제 나이를 먹다보니, 주변에서 자궁 근종이라 진단 받는 사람들을 의외로 자주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는 자궁 근종을 복강경 시술을 통해 간단하게 제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자궁 적출술(자궁을 없애는 수술)을 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하이푸 시술이라 하여 초음파를 이용한 방법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자궁 근종은 악성이 아닌 자궁에 생긴 양성 종양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여성은 생리를 하고 있고, 자궁 자체가 호르몬의 영향을 예민하게 받는 곳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통증이나 증상들은 나타날 수 있다. 

만일 통증이나 출혈 등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어떻게든 치료를 해야 하는데, 어느 의사가 자궁 근종 환자에게 했다는 말에 화가 났었다.     


                                             

                                                                                                  

아이가 둘이시라고요?
이제 자궁 없어도 되겠네요. 
속 시원하게 자궁 적출하시죠



속 시원하게 자궁을 없앤다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황당했다. 자궁의 기능이 아이 낳는 것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의사라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자궁 적출을 쉽게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하는 분은 자궁적출이 내키지 않았는지, 연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던가.

                                         

                                                                                                                                

다른 산부인과에도 가 봐요.
복강경으로도 되는 거라면
이대로 포기하기 아깝자나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다른 산부인과에 가 보자는 것이었다. 단순히 자궁이 아이를 낳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여성의 생리가 완경까지 긴 시간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니까. 

치아처럼 자궁 역시 최대한 아끼고 아껴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정말 안 될 경우에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듯, 자궁도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나 적출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 분은 다른 산부인과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고, 복강경으로만 진행해서 자궁을 살린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자궁의 기능이 아이 낳는 것만 있지 않다. 

                                                                                                    

1. 자궁을 적출한 자리, 빈 공간은 아찔하다

                                                                                                 

자궁은 아랫배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달걀 정도 크기라고 알려져 있는데,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은 자궁이 좀 더 큰 편이라고 한다. 어찌되었든 자궁이 아랫배 척추 근처에서 소장, 대장, 비뇨기계 등의 장기의 균형을 잡고 있다. 그런데 자궁이 없어지면??? 

자궁을 없애면, 자궁이 있던 자리는 비면서 그 자리에 다른 장기들이 밀고 들어와서 유지되었던 균형이 무너질 것 같다. 실제 자궁을 적출한 여성 상당수가 배뇨장애(요실금이나 배뇨통 등)을 겪고 있다.



2.  호르몬을 보충하면 괜찮을까?                                          

                                                                          

자궁은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러가지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곳이다. 대표적인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비롯하여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 등이 자궁 내에서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의 상당수는 에스트로겐 중심의 호르몬 치료가 대부분이며, 그 이외의 호르몬 치료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경우 완경이 되면,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테스토스테론과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량이 많아지는데 이는 근육이 생기게 하여 근골격계 질환을 일정 수준 유지하도록 한다. 즉,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면서 급속도로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아지는데, 이에 대한 보완책이라 할 수 있다. 

자궁적출술을 시행한 환자에게 에스트로겐 중심으로만 호르몬 보충을 하는 것은 소금을 치지 않은 김치 같은 대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에 자궁적출술은 정말 마지막에 고려해야 하는 치료 방법이라 생각한다.

                                                   

아이를 낳았다고 하여 자궁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3. 자궁 적출하는 김에 난소까지?

                                                                                                    

간혹 난소암까지 예방하자며 난소절제술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봤다. 각종 호르몬이 분비되는 난소까지 적출하게 되면 여러 갱년기 증상이 동시다발로 나타날 수 있을 듯 싶다. 정상적으로 완경이 되면, 어느 정도 몸이 적응하는 기간이라도 있지만... 수술로 자궁과 난소를 다 없애는 것은 갑작스런 인체의 호르몬 충격을 주지 않을까? 

갱년기 증상은 그러지 않아도 많은 여성들이 힘들어하는 문제 중 하나다. 오죽하면 "중2병과 갱년기 엄마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로 갱년기 여성의 심리 상태 또한 상당히 불안하면서도 변화무쌍하다. 자연스럽게 오는 갱년기도 이러한데, 수술로 급작스럽게 완경을 한다면?

그런데 갑작스럽게 갱년기 증상이 온다고 하면, 그 정도는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 자궁과 난소를 적출한 여성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잘 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얼굴이 홍조를 보이고 갑자기 열이 뻗치는 느낌이 든다던지, 음식을 먹어도 맛을 잘 못 느끼는 등의 문제들이 한번에 쓰나미 밀려오듯 달겨들 것만 같다.



4.  여성 상실감, 그건 어떻게 할까? 

                                                                                                   

자궁을 적출하게 되면 많은 여성들이 상실감에 빠진다고 한다. 아마 유방암 환자들이 유방 절제할 때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성관계 역시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다. 여성으로 살면서 가졌던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 그 여성성의 상실... 

어떤 분은 자궁을 적출한 이후에 살아가는 의미를 잃어버렸다며, 힘들어 하기도 했다. 남성의 고환을 제거한다면 남성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자궁 적출은 이와 비견할 수 있는 상실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당한 정신적 충격이 오지 않을까? 

자궁 적출술을 한 여성들이 우울증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주변에서 자궁 근종 등의 이유로 자궁적출술을 권유 받았다고 하면, 다른 병원도 가 보라고 이야기한다. 자궁은 한번 없어지면 다시 생기지 않는다. 소중하게 다루고 아껴야 하는 존재가 자궁이 아닐까?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해도, 여성의 건강에 있어서 자궁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함이 분명해 보인다. 

그저 아이를 낳았다고, 자궁을 없애도 된다고 하는 건 잔인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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