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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약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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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사엄마 Jan 11. 2017

임상시험이 마지막 기회인 사람들

신약 임상시험, 살기 위한 희망의 끈을 잡는 사람들

임상시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

더 이상의 치료법이 없는 사람들에게 임상시험은 한 줄이 희망이다


젊은 암 환자들은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합니다. 사연이 어떻든 상관 없습니다. 하루라도 더 살고 싶고, 암을 치료하고 싶어합니다. 불행스럽게도 젊은 사람들에게 찾아온 암은 잔인합니다. 세포의 회복 속도가 빠른 젊은 사람들의 암 세포는 노인의 암 세포에 비해 퍼지는 속도가 빠릅니다. 그만큼 치료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약이 암세포와 잘 싸워서 이기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암세포를 이기기 위해, 항암 치료를 합니다. 예전에는 화학요법이라고 하여, 각종 화학물질을 알려진 regimen (암의 종류별로 치료방법이 정리되어 있는 것을 지칭한다)대로 처방했습니다. 문제는 이들 화학요법이 몸에 상당한 무리를 주는 것은 물론, 부작용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암을 치료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낮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표적항암제(target therapy,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항암제)라 하여 다양한 형태의 항암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먹는 약부터 주사약까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부작용도 전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표적항암제들은 화학요법제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는 사실입니다. 


약이 있어도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해

돈 없이 치료 받는 유일한 방법은 임상시험이다


획기적인 표적항암제로 불리던 글리벡(Gleevec)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입니다. 국내에는 2006년부터 시판이 되었습니다. 2017년 1월 10일 현재, 이 약은 1정당 1만1천원 수준입니다. 성인의 만성골수성백혈병(CML, Chronic Myleoid Leukemia)에 매일 4정씩 복용하게 되어 있는 이 약은 하루 약값만 4만4천원, 30일 기준으로 130만원이 넘습니다. 물론 암 진단 받은 환자들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한달에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으로 약을 복용할 수 있습니다. 


글리벡으로 잘 치료하다가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행히 이 경우에는 2차 치료제로 타시그나(Tasigna)와 스프라이셀(Sprycel) 등이 있습니다. 물론 이들도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물론 글리벡보단 약값이 더 부담되긴 합니다만, 한달 약값으로 20만원 정도 부담해서 10년 이상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그나마 행운아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제가 있어도 한달 약값만 수천만원에 가까워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국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범위이나, 해외의 임상시험 결과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면역항암제로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옵디보" "키트루다"는 백금기반의 화학요법에 실패한 비소세포성폐암 환자들에게 투여가 가능한 약제입니다. 이들의 건강보험 기준은 항PD-L1 반응율(TPS) 검사에서 일정 수준 이상 나와야 적용이 가능합니다. 


만일 검사 기준에 통과하지 못한 환자는 건강보험 작용이 되지 않아, 약 투여를 하려면 오롯이 환자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단, 옵디보의 경우 정부와 건강보험 적용 기준에 대해 상당히 진전된 협상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옵디보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질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100% 약값을 내려면 한달에 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 정도 약값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면역항암제의 약값은 한달에 1천 만원이 넘는다"


결국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제약회사가 비용을 지불하는 임상시험에 어떻게든 들어가야 합니다. 임상시험에 들어가면, 시험마다 조건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약값을 제약회사가 부담합니다. 이마저도 안 되면, 제약회사에서 지원하는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라도 들어가야 약값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환자는 더 이상의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말기 암환자의 상당수가 한 줄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살아가기 위해 그들은 임상시험에 몸을 내어 맡깁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치료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미약품의 기대 신약이었던 폐암치료제 올리타를 투여하다가 중증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한 사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임상시험에 참여하여 암을 이겨낸 사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암을 이겨내지는 못했더라도 생명을 연장할 기회를 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또 다른 임상시험을 찾아나설지도 모릅니다. 


임상시험, 동전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험대

어둠보다 빛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임상시험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마지막 생명의 끊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끈입니다. 하지만 그 임상시험이 독이 되어 생명을 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임상시험에 참여하려는 말기 질환 환자들에게는 더 이상의 퇴로가 없습니다. 그들은 무조건 나가야 합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임상시험이란 전쟁터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또한 임상시험이 있기에 우리가 좀 더 안전한 약을 투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신약을 개발하는데 꼭 필요한 임상시험, 하지만 그 임상시험이 누군가에게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잇는 것임을 다시 한번 기억해 봅니다. 




참고문헌. 

  1.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http://health.kr  

  2. 면역항암제, 간.뇌하수체 등에 염증 가능성. 한국일보. 2016.5.9. https://www.hankookilbo.com/v/dfb8760f958c46d9a5d89518c388cc7c

  3. 키트루다,옵디보 '항PD-L1 반응률' 급여기준 선정. 닥터뉴스. 2016.9.26.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754

  4. 심평원 옵디보 급여기준 재논의 '가닥'. 닥터뉴스 2017.1.7.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842

  5.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올리타정' 치료 효과 있으면 통과? 주간동아. 2016.10.20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7&aid=000002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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