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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디치 Sep 10. 2020

화폐혁명

암호화폐가 불러올 금융빅뱅

 우리가 늘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익숙한 게 돈, 화폐이다. 끊임없이 부과되는 세금을 납부하는데, 또는 뭔가를 이용하는데 돈을 사용하고 있다. 아니 눈을 뜨고 다시 잠들기까지의 모든 활동은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아침에 일어나 뭔가를 먹고 이동을 하는데 드는 비용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우리는 이 모든 걸 화폐를 매개로 한다. 가령 돈이 아닌 쌀로 위에 언급한 걸 모두 해결한다고 해보자.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데 쌀을 얼마나 들고 가야 할까? 마트에 가서 생필품을 구입하는데 쌀이 얼마나 필요할까? 떠올리기만 해도 현기증 난다. 우리는 돈을 평소 교환가치로서 가장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가진 자산을 돈으로 이야기한다는 걸 안다. 경제학에서 화폐는 크게 세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교환의 매개 수단,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 수단이다. 앞에서 이 세 가지를 모두 언급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무선 전화의 서비스는 얼마나 가치 있을까? 이 역시 화폐단위로 측정되어 우리는 매일 사용요금을 내고 있다. 우리 삶이 화폐적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화폐가 가지는 기능에 주목하여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화폐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화폐가 가지는 의미를 잘 이해하면 미래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가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우리가 이용하는, 현재 화폐가 보여주는 여러 현상을 살펴보고 미래의 화폐가 가져야 할 요건을  살펴보자. 


<화폐혁명> 표지

 갑자기 재앙이 도래했다고 가정해보자.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통신망은 붕괴되었다. 당연히 교통체계도 작동하지 않는다. 이 상황이라면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당연히 식량 확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루만 제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우리는 힘을 내지 못한다. 보통 상황이라면 하루 금식을, 곧 어떻게든 식량을 확보한다는 보장이 있기에 다이어트 정도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재앙 상황에서라면 주변에 식량이 많은 사람을 찾아가서 식량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누군가 당신을 찾아와서 식량을 달라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내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 언제 정상 상황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에서라면 쉽게 식량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식량을 주어야 할 상황이라면 당신은 무엇으로 식량을 내줄 것인가? 그때도 돈을 받고 식량을 내줄 것인가? 아마 돈은 고려 대상이 아닐 것이다. 이 시점에서 돈은 교환의 가치를 가지지도 않을뿐더러 단순히 섬유 덩어리 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현실에서 목격한다.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국가에서 상황이다. 2009년 짐바브웨는 100조 달러 지폐가 발행되기도 했다. 

짐바브웨 100조 달러

1990년대 브라질이나 1990년대 러시아에서도 있었다. 이들 나라에서는 노동자들이 급여를 받자마자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기 바빴다. 급여를 받은 다음날에는 전날에 비해 구매 가능한 물건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조개나 도자기, 뼈 등이 화폐로 사용되기 시작한 후 동전이나 은전이 출현하고 지폐가 등장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폐가 등장하고 신용화폐가 나오기 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실물 화폐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은 2019년 직불카드 및 신용카드 결제 비율이 60%에 달하며 머지않은 시점에 현금 소멸을 기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화폐 형태의 눈부신 발전을 목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돈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가 낯설지 않은 지금 잊지 않아야 할 게 있다. 

다양한 간편결제 수단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재앙적 상황에서는 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은 국가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때만 의미가 있다. 우리가 고립되고 외부와 교류하지 못하면 돈은 교환의 의미나 가치 저장 매체로서 의미가 사라져 버린다. 화폐는 신용 그 자체다. 국가 시스템이 잘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 화폐가 가지는 여러 속성은 이 본질, 신용이 지켜진다는 전제하에 유지진다. 신용이 붕괴되면 우리에게 중요한 건 실물 그 자체일 뿐이다. 화폐로 비롯된 미래의 현상, 저자가 말하는 화폐혁명은 신용이 잘 지켜지는,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싫어하는 인플레이션은 현재 시스템에서 필수 불가결하다. 우리가 은행에 저축을 하고 투자활동을 하는 건 화폐를, 신용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그에 대한 대가인 이자를 바라기 때문이다. 세 사람만 존재하고 제한된 화폐만 가지고 있는 폐쇄경제를 가정해 보자. 내 돈을 누군가에게 빌려주었는데 그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고 내 돈을 되돌려 줄 때 원금 외에 이자까지 더해 돌려주려면 화폐가 추가로 발행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화폐를 교환에만 사용한다면 발생하지 않을 화폐의 추가 발행이, 수신과 여신이 은행을 매개로 벌어지고 투자가 일어난다면 발생한다. 이자가 없으면 상품이나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으니 자본주의 내에서 인플레이션, 신용의 추가 발생은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니 경제학자들이 정반대 현상인 디플레이션을 싫어하는 건 당연하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우리가 가진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그러니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은 누구나 싫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다들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정부를 성토하고 정치권에 거칠게 이의를 제기한다. 이 현상은 정부나 정치권이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조절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보편적인 바람의 발현이다. 이는 한 국가 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국가 간 무역거래 시에도 똑같이 일어난다. 다만 개별 국가에 존재하는 화폐가 국가 간 결제 화폐로 작동하지 않는다. 주로 사용되는 화폐를 기축통화라고 하며 국제사회에서 역학 관계를 그대로 반영한다.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패권을 차지하고 달러화를 기축 달러로 만들었다. 기축통화가 되면 누리는 이점은 엄청나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인 경상수지 적자, 재정수지 적자는 어마어마하다. 각각 6210억달러(701조 1090억원), 3100억 달러이다. 미국이 이렇게 엄청난 빚에도 버티는 건 기축통화로서 지위, 즉 돈을 찍어서 빚을 감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금본위 체제를 예고도 없이 한순간 무너뜨려 버렸다.      

 금융자본주의의 문제는 이제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돈이 돈을 번다. 전통적인 부유해진다는 의미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생산해서 판매를 통해 이익을 거두고 부를 쌓아 올린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의 거대 금융기업은 그 의미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월가에서 대출을 거의 무한대로 해줄 수 있는 금융의 증권화(유동화) 기법을 개발했다. 모기지는 금융기관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그 저당권을 토대로 발행한 만기 20~30년의 장기채권을 의미한다. 월가는 이런 저당권들을 모아 금융 상품화해서 자금을 환수했다. 저당유동화이다. 이 기법을 사용하면 만기가 많이 남아있는 채권들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다. 은행은 이 유동화를 다시 대출에 이용해 유동성(화폐)를 무한대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즉, 은행은 투자은행을 통해 채권을 증권화시켜 주식시장에서 바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니 예대마진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은행은 유가증권 연계상품으로 영업활동을 다변화했다. 이는 다시 금융의 증권화를 급성장시켰다. 이를 더 키워 소득, 직업, 재산이 없는 사람도 대출이 가능해졌다. 부실이 자라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보유하고 있는 장기주택채권을 조기 회수하기 위해 같은 금융그룹 내 투자은행을 통해 MBS, ABS(유동자산 저당증권), 불량채권을 우량채권과 섞어 우량 신용등급의 CDO(부채담보부증권)을 만들었다. 여기에 절정은 CDO의 위험에 대한 보험 성격의 CDS(신용부도 스와프)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한데 있다. 은행은 CDO를 만들고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CDS를 만들었다. 헤지펀드들은 고위험 고수익에 투자한다. 유명한 헤지펀드들이 이 CDO와 CDS에 투자하면서 부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문제는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렸다고 생각한 미연방준비은행이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 후였다. 주택 구입자들 -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이 금리 인상으로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CDO, CDS가 부실화되었다. 이후는 도미노였다. 2008년 3월 베어스턴스가 13조 4,000억 달러 상당의 파생상품 거래를 포기하고 파산신청을 했다. 2008년 9월 15일 2,000억 달라가 넘는 자산을 가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2008년 세계경제 위기의 전개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은 100조 달러가 넘는 돈을 찍어냈다. 이로 인해 새로운 화폐를 열망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가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 이미지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암호기술을 도입한 가상화폐이다. 이 블록체인 기술은 공개되어 많은 암호화폐를 만들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개별 거래를 암호화해서 네트워크 상의 참가자들에게 거래 원장을 모두 공개해 거래를 위조, 변조를 원천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 원리는 은행과 달리 모든 이용자의 과반수 합의에 기초한다. 암호화폐를 전송하면 그 사실이 모든 이용자에게 공개되고, 그 거래가 맞다고 과반수의 사람들이 검증해주면 그 사실은 영구적으로 변경 불가능하게 확정된다. 조작이 불가능하고 암호화로 거래 내역이 보호된다. 물론 아직 전 세계인들이 동시에 사용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안정화되지는 않았다. 개선할 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그 개선점들은 몇 년 안에 해결된 정도의 난이도 일뿐이다. 

먼저 암호화폐가 가지는 장점을 보자. 첫째, 암호화폐 거래는 신용카드 거래나 핀테크 결제와 달리 안전한 P2P 직접 송금방식이라 수수료가 거의 들지 않는다. 게다가 전자결제 대행업체에 내는 월 이용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 둘째, 국제송금 시간이 단축되고 수수료도 거의 들지 않는다. 셋째, 암호화폐는 발행량이 사전에 프로그램되어 있어 인위적인 통화량 증가나 감소 없이 운영된다. 곧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없다. 넷째, 법정화폐는 국가가 법으로 강제로 신뢰를 부여한 반면, 암호화폐는 사용자끼리의 합의에 의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반면 정부 시각에서 암호화폐가 가지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암호화폐의 출현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가지는 시장 통제 권력 중 하나가 화폐 발행권이며, 이를 이용해 국가 경제를 조절해 왔다. 그러나 암호화폐처럼 정부의 손 밖에 있는 주체가 화폐를 발행한다면 정부는 독점 권한을 잃는다. 국가가  발행하지 않은 화폐가 시장에 추가로 유통되는 것이므로 화폐 유통량이 제어가 안 되고 나아가 국가경제 조절도 불가능하다. 암호화폐가 국가를 위협하는 것은 세금이다. 암호화폐는 거래 내역을 당사자만 아는 익명성이 강화되어 있다. 국가가 세금을 부과하는 게 불가능하다. 국가가 재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거두어야 하는데 세금을 부과하지 못하는 건 치명적이다. 화폐 통제권과 세금 징수권을 포기하지 않는 정부는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한다. 민간 암호화폐의 규제와 국가 주도 암호화폐의 발행이다. 정부는 이미 두 방향에서 시행하고 있다.      

 화폐혁명은 결국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서 자유롭고 강한 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화폐의 탄생으로 귀결된다. 화폐혁명을 실행할 강력한 수단이 암호화폐이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월가의 헤지펀드들이 움직이고 있으며 세계의 많은 정부들이 자국에 유리한 암호화폐를 만들려고 하거나 진행 중이다. 가시적으로 실물화폐 사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나라도 존재한다. 새로운 기축통화를 차지하기 위한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본사와 제휴한 외부 필자에 의해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 서평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본사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필자 : Nebul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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