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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디치 Sep 25. 2020

힘의 역전 2

달라진 세계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까? 교육, 보건, 정치, 산업 등 당장 궁금한 영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발생되었고 앞으로 변이는 얼마나 일어날지는 꽤 많은 시간을 들여 연구해야 알게 된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연구진들이 투입되었지만 발생 10여 개월이 되어가는 지금도 코로나는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우리는 언제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까? 다시는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지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일상, 뉴 노멀을 말한다. 세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메디치 포럼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았다. 이를 따라가 보자.


   

 하루에도 수십 건의 안전 안내 문자를 받는 일상에 익숙해지고 이웃 지역으로 이동해서 조문하는 게 꺼려지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처럼 자유롭게 해외여행하는 건 당분간 기대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람이 이동하지 못한다고 해서 물자까지 운송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누려온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대부분의 것들을  외국에서 수입해왔다. 이것마저 막힌다면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지고 이와 관련된 산업은 후퇴하게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물자의 교통을 허락한다면 어느 순간 코로나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완전 폐쇄 국가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면 다자협력을 통해 코로나 재발을 막아 물자를 유통할 수밖에 없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이에 대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세 가지 변화를 제시한다. 첫째, 코로나가 1~2년 안에 해결되면 다자협력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요구가 높아질 테지만 코로나 사태가 중장기화되면 ‘성곽 도시’의 등장, 신 중세의 등장도 배제하지 못한다. 둘째, 감시 사회가 강화될 것이다. 방역을 위해 필요했던 조치들이 과도하게 사용되면서 국가가 모든 데이터를 갖고 국민들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 셋째, 신황화론과 같은 새로운 인종 증오주의가 등장할 수 있다. 이미 미국, 호주,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아시아인들을 코로나 바이러스 취급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 사태 자체 관리 실패를 중국 탓으로 돌리는 선동을 일삼고 있으며 그 선동이 잘 작동하고 있음을 본다. 우리는 이 세 가지의 변화가 굳어져 새로운 질서로 재편된다고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가졌던 선진국에 가졌던 관념을 깨뜨렸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여겼던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의 코로나 대처를 보면서 왜 저렇게 밖에 하지 못할까라는 의아함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과 어떤 점에서 차이를 가지고 잘 대처했을까? 우선 우리 정부는 IT기술을 충분히 활용해서 환자들의 동선 정보를 공개해 국민들의 경각심을 키우고 자발적인 격리를 이끌어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미국에서는 마스크나 봉쇄를 거부하는 자유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시민들이 코로나 확산을 키웠다. 즉,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단합이 적어도 코로나 사태에서 만큼은 선진국이었다. 이 소프트파워를 키워 국제사회에 더 공헌할 수 있는 국제공헌국으로 자리매김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다니엘 튜더 명상앱 "코끼리" 대표


 ‘한국은 매일 체온을 측정하고, 다중 검진하고,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이웃이 감염되면 문자로 알려 준다’, ‘유행병으로 인해 자리가 많을 비어있을 거라 기대하고 서울의 멋진 거리에 있는 식당에 찾아갔다가, 손님이 많아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인들에게 우리나라에서 보여주었던 위의 모습들이 놀랍게 받아들여졌다고 다니엘 튜더 명상앱 코끼리 대표는 이야기한다. 그의 지인들은 이는 한국이 잘하고 있기도 하지만 영국이 너무 못하고 있어 실망이라고 표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이 잘하고 있는 점은 귄위주의 요소가 있다가 한다. 사실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내역을 국가가 광범위하게 추적하는 건 비상사태라는 단서 조항을 달고 개인의 정보를 쉽게 접근하고 이용하는 권위적 국가권력이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를 국민들이 쉽게 용인하는 건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유교적 권위의 인정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미국과 영국의 국민들이 강하게 주장하는 자유주의가 우리나라에 언제인가 강하게 녹아들면 지금과 같은 일사불란한 태도는 기대하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적어도 현재의 코로나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는 우리나라의 권위주의에 수긍하는 국민들의 태도가 사태의 악화를 막고 그나마 제한된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건 분명하다. 다니엘 튜더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가 가진 특성을 언제나 외부의 창으로만 보면 열등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특성이 민주적이고 행복한 나라로 가는데 기여한다면 당당히 드러내며 서양 우월주의에 주눅 들지 않고 동남아시아 인근 국가들에 대한 불편한 우월감을 버리는 성숙한 모습을 상상한다. 오리엔탈리즘을 우리 스스로 내면화시키고 확대 재생산하여 아시아인들과 연대하지 못하는, 서구인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퇴행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 태도를 버릴 때야 말로 다니엘 튜더가 말하는 ‘제 말은 듣지 마세요’를 제대로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김세연 前 국회의원

    

 여당인 민주당은 국민대의를 잘 수행하고 있냐고 물으면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2020년 9월 현재 국민 과반은 긍정 답변을 하지 않는다. 지난 4월 실시된 총선거에서 여당이 대승을 거두었던 이유 중 하나는 ‘투표는 해야 되겠는데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미래통합당은 도저히 찍어 줄 수 없다. 그래서 싫어도 찍을 곳이 없어 민주당을 찍었다’라고 표현한 투표권자들의 존재이다. 우리나라 거대 정당들은 일단 보수적이며 비슷한 당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에게 보수 정당이라고 인식된 미래통합당이 좀 더 극우로 치우쳐져 있다. 민주당이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견제해야 할 야당이 수구화 되어 다양성과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계파 간 상호 학살 공천에 의해 소신을 가진 정치인들을 제거하여 갈 길을 잃었다. 미래통합당이 건강해야 우리 정치도 선진화되고 민주당이 긴장하고 제 역할을 다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미래통합당이 중도적, 합리적 목소리를 가진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정당의 가장 큰 목표는 정권을 쟁취하는 것이고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역량 있는 정치인을 양성하는 건 정당이 행해야 할 중요한 과업이다. 이런 면에서 미래통합당은 공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거기에 역량 있는 정치인을 양성하기 위해 청년 인재들을 꾸준히 수혈해야 함에도 청년 인재들을 키우기보다는 보여주기 식 들러리로 동원했다고 김세연 前 국회의원은 주장한다. 그는 나아가 보수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의 문제라는 인상적인 이야기를 한다. ‘인류 사회 진보의 흐름은 수용하되 급진성이나 과격성을 배제해 안정적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공동체가 변화에 적응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수 정당의 역할이다’가 그것이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코로나19 사태가 만든 경제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점점 심각해지는 실업률, 자영업자의 폐업률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번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2015년 메르스 위기와 성격이 매우 다르다.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한 가지만 발생해도 불확실성이 매우 커져 그 충격이 몹시 크다. 그런데 이번 위기는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도시가 봉쇄되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팔려고 해도 시장이 폐쇄되어 있고, 무언가를 제조하려고 해도 부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실물의 유통이 막혀있다. 피가 흐르지 않으니 경제가 제대로 대사 활동을 하지 않는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반세계화가 거세지는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물질들은 거의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 온 물품을 가공해서 만든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물품은 우리가 가공해서 만든 물품을 판매해서 얻은 돈으로 사 온다. 따라서 반세계화가 지속되면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우리나라는 다자 질서 회복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모범적으로 방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다른 나라 코로나 사태가 빨리 종식되도록 도움을 주고 보호무역주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 점을 강조하며 우리 제도가 상대방에게 어떤 통상 공격이나 분쟁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미리 검토하는 작업이 중요하며 사전 시스템을 잘 갖추어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김동환 대안금융경제 연구소장

 

 우리나라의 주가는 3월 초 급격히 하락 하기 시작해 3월 말 코스피 지수가 1500선이 붕괴되었다.  다시 1500선을 언제 돌파할까 우려했지만 단 2개월 여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우리 정부도 이미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동원했다. 제로금리 수준으로 돌아갔다. 금리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상식과 달리 부의 양극화는 더 심각해졌다. 주가지수 회복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잉여 자산이 있는 사람들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보다 투자를 더 열심히 한다. 자산이 많은 사람은 대체로 투자에 능숙해 부의 증식이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재미있는 사회현상이 일어났다.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유입하여 많은 수익을 거두었다. 이는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가 용이해지고 개인의 직접 투자에 대한 욕구가 커진 상황이 맞물린 결과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성공은 다른 개인 투자자들을 시장으로 이끌어 들일 것이다. 현재의 자산 인플레이션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당분간 계속 관찰되는 현상일 것이다.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세계 1위의 비율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바꾸는 산업정책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산업 경쟁력을 잃지 않아야 균형 있는 성장을 이루어 낼 거라 말한다.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코로나19로 봉쇄된 사회에서 맛있는 외국산 고기를 언제까지 맛볼 수 있을까? 세계인들은 육류나 육가공품을 먹지 않거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하면 식물성 대체식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지구인컴퍼니에서 오랜 시간 연구 끝에 식물성 고기 제품을 개발 성공해 출시했다.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는 밥상의 역전을 처음부터 계획하고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민 대표는 지구인컴퍼니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기왕이면 세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착한 소비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끌어내는 비즈니스를 꿈꾸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에 기여하고 싶고 꾸준히 준비하여 상황을 역전시킬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라 다짐한다.   

이원재 LAB2050 대표

   

자유 안정성은 개인들의 삶을 안정시켜 불안감을 줄이고, 안정성을 기반으로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할 때 성립한다.  사람들에게 안정을 주려면, 그 사람들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 기본소득을 주고, 주거에 투자하고, 교육에 투자하면 안정을 주게 된다. 그 실천은 돈이 있는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원재 LAB2050 대표는 시민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국가의 목표로 삼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흐름을 유지하는 힘을 바꾸는 일, 힘의 역전은 다 방면에서 이루어진다. 지금은 미약한 흐름이라도 이 흐름들이 모이면 우리 사회는 기존의 흐름에서 벗어날 것이다. 각자 영역에서 힘의  역전을 꾀하는 이들의  모습은 치열하다. 우리는 그들을 지켜보고, 나아가 우리도 각자 삶의 영역에서 나름대로 힘의 역전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제2회 메디치포럼 현장 사진들




본사와 제휴한 외부 필자에 의해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 서평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본사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필자 : Nebula20


* <힘의 역전2>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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