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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디치 Dec 08. 2020

플랫폼 전쟁

미디어 패권을 둘러싼 전쟁에서 한국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어느 날 갑자기, 예전에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가 보고 싶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20여 년 전이었다면 비디오 렌털 샾을 방문했을 것이다. 고화질 화면에 관심 있다면 DVD 타이틀을 구입하거나 대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비디오테이프는 자취를 감추었고 최근에는 DVD 타이틀도 특별히 소장하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구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는 콘텐츠를 직접 대여하거나 소장하기보다는 온라인으로 직접 구입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가? 여기에 세계적인 기업들의 전쟁을 벌이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익숙한 환경을 계속 이용한다. 어떤 기업의 미디어 콘텐츠 사용 환경에 익숙해지면 계속 그 환경을 사용하려고 한다. 즉, 한 플랫폼에 익숙해지면 다른 플랫폼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대화의 창구로 사용하는 앱 카카오톡 보다 더 좋은 앱이 나와도 계속 사용하는 건 이 같은 이유다. 다만 어떤 플랫폼에 충성도가 높을 정도로, 완전히 익숙해져 다른 환경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을 정도로 만들려면 압도적으로 이용률이 높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애플 등의 거대 기업들이 기울이는 노력을 소개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한다. 이를 살펴보자.

     



 넷플릭스는 비디오테이프의 소매가를 넘어선 연체료 부과에 화난 헤이스팅스에 설립되었다. 이후 넷플릭스는 DVD와 월 구독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성공하였다. 이어 2007년 스트리밍 방식으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성공했던 이유는 스트리밍과 월 구독 기반 서비스를 최초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전쟁> 표지

 넷플릭스가 성공할 때 경쟁업체들은 콘텐츠를 헐값에 제공했다. 넷플릭스가 성공하는 동안 경쟁자인 아마존이 견제하기 시작했다. 경쟁자인 아마존을 따돌리기 위해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이어 하우스 오브 카드로 유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제작했다. 또, 온라인 서비스에서 고객이 선호할 것이라 추측하는 콘텐츠를 첫 화면에 제공해 경쟁사에 비해 적은 예산과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했다. 넷플릭스가 2014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략을 내세웠다.  

1) 콘텐츠의 규모 조절과 몰아보기

2) 독점 계약과 더 길어진 러닝타임

3) 지역 독점 콘텐츠에 오리지널 타이틀 붙이기

4) 평범한 콘텐츠로 황금시대를 점령하라

5) 고전 중인 로컬마켓은 최고의 현지화로 돌파하라

6) 원수였던 케이블 TV, 유료방송 기업들을 파트너로 끌어들여라. 

넷플릭스가 내세운 전략은 주변 상황이 녹녹지 않음을 반증한다. 

     

<시장을 주도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

 넷플릭스에 이어 아마존을 살피기 전에 관련 용어를 정리하자.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는 보고 싶은 영상을 원할 때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TVOD는 건당 주문형 비디오로 개별 콘텐츠로 구매해서 감상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무한도전 추격 전편을 회차당 1000원에 구매하는 형태다.

SVOD는 구독 주문형 비디오로 넷플릭스의 경우다. AVOD는 광고를 보고 나서 구독료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형태로 유튜브가 대표이다. OTT는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형태이며 모바일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모든 서비스를 말한다. 


 아마존이 2016년 12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출시했을 때는 아마존 언박스 VOD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아마존은 넷플릭스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프라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 아마존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월정액의 현지화와 중국 시장 건너뛰기

2) 글로벌 딜과 AWS의 힘

3)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와 오리지널 확장

4) 소규모 콘텐츠 제작자들과 파트너십을 맺어라

5) 스포츠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6) 쇼핑 없이도 비디오를 볼 수 있는 요금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IMDb의 방대한 자료를 활용한 엑스레이 기능을 통해 콘텐츠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마존은 이 기능을 활용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한다.     


 애플은 하드웨어 제조업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시장에서도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다. 이른바 애플 세금이라고 알려진 수익이 그 예이다. 애플은 앱을 제작한 회사가 흑자든 적자든 상관없이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설치하고 결제한 구독형 서비스에 한해서 매달 15%의 수익을 가져간다. 이를 애플 세금이라고 한다. 애플은  애플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콘텐츠와 플랫폼을 마음껏 유통해서 수익을 거둔다. 아이튠즈에서 영화와 음악을 구매한다. 애플이 돈 번다. 애플 TV에서 넷플릭스와 HBO Now에 가입한다. 역시 애플이 돈 번다. 앱스토어에서 스포티파이를 내려받아 가입해도 애플은 돈 번다. 최상위 플랫폼과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을 가진 애플은 강력하다.     

 

10여 년간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7억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TV 시장보다 온라인 비디오 시장, 영화 시장의 성장이 엄청난 국가가 중국이다.  완다는 다양한 미국 콘텐츠 업체들을 인수했다. 2016년 완다는 레전더리 픽처스를 35억 달러에 인수했다. 완다는 중국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뤘으며 미국의 극장을 인수해 미국의 1위 극장 체인은 완다의 소유가 되었다.

중국에서 미국 드라마는 소후TV다 라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 드라마의 제작비가 날로 증가하면서 저비용 고효율 콘텐츠로 미국 드라마가 대두되었다.  소후TV는 4개의 시즌으로 끝난 프리즌 브레이크를 살려내 시즌5를 제작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이 들어와 있지 않은 나라다. 애플의 아이튠즈 비디오 서비스도 들어와 있지 않다. 넷플릭스는 1억 명이 사용하는 유료 서비스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단일 국가 안에서 5억 명이 넘게 사용하는 비디오 서비스가 두 개나 있다. 아이치이와 텐센트 비디오가 그것이다. 

 아이치이는 자체 제작 네트워크 드라마를 통해 성공했다. 드라마의 목적은 TV 방영이 아니라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있다. 아이치이는 VIP 등급인 사람들에게만 특정 콘텐츠를 제한적으로 공개하거나 조금 일찍 공개하는 전략을 유지했다. 또, 대만에서 성공사례를 통해 아이치이는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텐센트는 중국 내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큰 장악력을 가진 회사다. QQ메신저는 5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텐센트 미디어의 플랫폼이다. 텐센트 비디오는 QQ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텐센트 비디오는 이용자층이 젊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텐센트도 자체 제작과 네트워크 영화를 무기로 고객을 확보했으며 일정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텐센트는 NBA 경기를 매일 중계하여 누적 이용자 수가 4억 명에 달하고 관련 조회수는 200억 회가 넘어갔다. 텐센트의 QQ Music의 글로벌 브랜드 JOOX는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시장을 장악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성장하는 중국 플랫폼 기업-완다, 소후, 텐센트, 아이치이>


이러한 중국의 상황에 따라 저자가 말하는 한국 미디어 기업이 취해야 할 한국 콘텐츠의 생존전략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1) 동시 방영이 아닌, (해외 플랫폼에) 먼저 송출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2) 사드 때문에 방영이 취소된 중국 드라마를 수입하자.

3) 한국도 (콘텐츠에 대한) 지적 재산권 확보에 전념하자.


 디즈니가 가지고 있던 지적재산권은 애니메이션 기반 캐릭터와 ‘캐리비안의 해적’ 뿐이었다. 디즈니가 지적재산권 확보를 위해 2006년 픽사를 74억 달러(8조 2000억 원), 2009년 마블 스튜디오를 40억 달러(4조 5000억 원), 2012년 루카스 필름을 40억 달러(4조 5000억 원)에 구매하여 큰 성장을 이루어냈다.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와 같은 스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태양의 후예의 극 중 유시진 대위 캐릭터를 키워 다음 시즌이나 관련 상품 등을 더 개발해야 했다. 브랜드 작가, 제작사, 배우는 있는데 작품 그 자체 브랜드는 없는가? 저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한국 미디어 기업은 중국을 시장이 아닌 경쟁자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중국 콘텐츠 환경과 관련 있다. 중국 시장의 콘텐츠 생산 속도는 엄청나다. TV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들은 높아지는 배우들의 몸값에 대응하기 위해 비디오 플랫폼과 TV에 동시 방영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TV와 온라인 비디오를 시청하는 시장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성공하면 큰 이익이 따르지만 실패하면 자금 회수는 어림없어진다. 그래서 치열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로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콘텐츠 업체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웹툰, 소설, 게임, 공연 등으로 지적 재산권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운다. 제작비가 엄청나게 증가하더라도 후속 시즌을 만들고 이를 해외 콘텐츠 판매로 충당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즉, 중국도 콘텐츠의 세계화를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국 미디어 기업은 중국에의 수출이 막힌 것보다 중국 콘텐츠의 세계 시장 진출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넷플릭스는 아이치이와 손을 잡았다. 아이치이가 이와 같은 선택을 한 이유는 강력한 경쟁자인 텐센트 비디오 때문이다. 텐센트 비디오가 북미 콘텐츠를 주도하고 있고 네트워크 영화 쪽은 텐센트 비디오의 공격적 투자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텐센트 비디오는 NBA와 NFL의 중계권을 가지고 있다. 아이치이와 넷플릭스의 계약은 중국  시장을 연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중국은 거대한 공급 시장에 그치지 않고 우리와 경쟁해야 할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국으로 바뀌었다.      

1억 6500만 명에게 받는 월정액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넷플릭스를 규모로 이길 수 있는 플랫폼은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하는 통신사를 내세우면 초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훨씬 수월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참여한 웨이브는 이용자들에게 접근성이 높다. 특정 요금제 가입자는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거나 혹은 웨이브 전용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고려할 수 있다.  벤처 기업 왓챠에서 파생된 왓챠 플레이 같은 사례도 있다.      

저자는 한국 콘텐츠가 해외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면서 넷플릭스를 언급한다. 넷플릭스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몰아보기다. 1개 시즌 12개 에피소드면 하룻밤 새면 볼 수 있다. 둘째, 복합장르•프로그램이다. 취향이 서로 다른 여러 고객의 카테고리에 동시에 추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 드라마다. ‘커피 프린스’ 이후 한국 드라마는 큰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세계적으로 독특한 테마를 구축하고 있어 고객의 시간을 충분히 뺏을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넷째, 시즌이다. 미국 드라마는 시즌이 연속되는 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다. 인기 드라마로 자리 잡으면 후기 시즌을 시청자들에게 요청받아 일정 시청률을 보장받는다. 다섯째, 트렌드이다. 보통 3~4년 안에 배포된 콘텐츠는 시청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재미를 유지할 수 있는 콘텐츠의 생명력이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제작할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한국이 중국과 경쟁에서도 살아남으려면 중국 이외의 시장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OTT 개요>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며 북미에서 2019년 가구당 평균 4.5개의 서비스를 구독한다는 통계 수치를 보면 한국 역시 각자 취향에 맞게 다수의 OTT 서비스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어떤 콘텐츠가 특정 플랫폼에 있다고 하면 찾아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공생의 가능성을 말한다. 이와 별개로 유튜브는 계속 잘될 것으로 예측한다. 모든 콘텐츠를 돈 주고 볼 수는 없으며 광고 수익을 유튜브 시장에게 뺏긴 방송국은 오히려 유튜브에 재편집 영상을 올리거나 디지털 콘텐츠의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수익을 추구한다.     

콘텐츠의 소비가 예전과 달리 개인 단위로 분화한 요즘, 돈 값을 하는 플랫폼은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유튜브만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결국 길은 콘텐츠에 있다. 

<앞으로 펼쳐질 무한경쟁 플랫폼 : 이미지 출처 SK hynix NEWSROOM>


본사와 제휴한 외부 필자에 의해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 서평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본사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필자 : Nebul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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