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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디치 Dec 21. 2020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교역의 중심, 동·남중국해를 둘러싼 패권 전쟁

 어느덧 2020년의 끝이 다가오는 요즘, 한해를 돌이켜보면 올해만큼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불편한 감정이 고조된 적이 있었을까 한다. 그 시작은 역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중국이 아니겠냐는 지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더욱 악화된 계기로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중국 여러 매체로부터 ‘한복’이 중국 고유의 전통문화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었다. 여기서 나아가 조선시대의 복장 또한 명나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등의 왜곡이 이어짐에 따라 동북공정의 하나가 아니냐는 비판도 크게 일었다.

 두 문제는 결이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과 중국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필자는 지금의 이러한 감정이나 시선이 어떠한 논리나 근거, 혹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분석을 방해할 것이고 나아가 이후의 한중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본서는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그 이웃한 해역에서 일어난 역사를 통하여 보다 현재의 중국을, 그리고 중국의 대외정책을 이해하기에 적합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역자의 말에서도 나오듯 본서는 한국 사람들이 그간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던 중국의 다양한 모습들을 풍부한 사연과 자료를 바탕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국역되지 않아 접근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표지


중국은 언제부터 동남중국해와 연결되었을까?     

 본서는 일본, 류큐(오키나와),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중국 간의 관계사를 통하여 현재 진행형인 동⋅남중국해의 영토 분쟁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오랜 시간 중국과 다양한 형태로 접촉해왔다는 것이다. 

<동남중국해에 위치해 있는 중국과 주변 국가들>


 이 국가들을 모두 중국과 가장 일반적인 조공-책봉의 사대관계부터 시작하여 중국인 이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정착하고 현지에서 적응하거나 정부와 충돌하는 등의 형태로 긴밀하게 관련이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꾼 것은 16세기 이후로 이어진 서양세력과 근대 제국주의의 등장이었다. 

 미국의 등장으로 일본과 중국의 전통적인 관계가 변화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은 일제의 대륙 진출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당사자가 되었으면서 동시에 현재까지도 댜오위다오를 비롯한 동중국해 해역 분쟁을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외교 상의 큰 과제로 안고 있다.

  류큐 역시 영국의 개입으로 인하여 기존의 류큐국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일본의 ‘오키나와현’으로 강등되었다. 중국과의 교류 중에 누렸던 잠깐의 평화가 무색하리만치 철저하게 독립국의 지위를 상실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오키나와의 74퍼센트는 주일 미군기지로 활용되었고,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의 사람들로부터의 각종 차별과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베트남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해진다. 중국은 오랜 기간 베트남을 중국화 하기 위하여 통혼정책 등으로 노력을 기울였으나, 오히려 베트남 현지에 동화되어 갔다. 리 왕조는 중국 송나라의 침공을 막아내고 독립적인 국가로 성장하기도 하였다. 리 왕조의 근원은 푸젠성 출신의 화교였으며, 베트남 자체도 여러 민족과의 통혼으로 인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는 구조였다. 이런 중국-베트남의 관계가 국제의 이해관계에 의해 흔들렸던 것은 베트남을 식민지로 삼기 위해 프랑스가 접근했을 때와, 베트남 전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고자 미국이 개입했을 때였다.

<베트남 리 왕조의 태조 리 꽁 우언(李公蘊)의 동상: 출처- 오피니언뉴스>

 국가와 국가 사이의 외교보다는 생계와 경제활동을 목적으로 한 상인, 장인들의 교류로 관계가 시작된 중국-필리핀의 관계 역시 수백 년간 이어진 스페인의 점령, 그리고 미국의 등장과 일제의 침공으로 크게 변화하였다. 필리핀의 일부 세력들은 미국이 중국을 비롯한 외부 위협으로부터 지켜줄 우방이라고 생각했으나, 미국은 결코 순수하게 그들을 도울 마음으로 다가온 것이 아니었다.

 말레이시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무역과 교류를 중심으로 중국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으나,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일제를 비롯한 각국에서 우수한 화력을 앞세워 침공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 정세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 파트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화력을 앞세워 말레이시아를 침공한 국가들은 결국 제1⋅2차 세계대전에서 승패를 불문하고 그 ‘화력’ 앞에 상당히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말레이시아를 점령했던 일본의 경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 공격을 받았던 나라였다. 반면 중국, 그리고 말레이시아에 정착한 중국계의 사람들은 서구의 개입으로 복잡하고 불편하게 엮였던 오랜 갈등을 전통적으로 해왔던 ‘교역’의 형태로 다시금 해결해나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동아시아의 영토분쟁 지역 : 출처-에듀넷>

 

본서에서 다루는 여러 국가들과 중국 사이에는 공통적으로 <① 무력을 앞세운 제3국의 개입 ② 제3국의 중국 탄압>이라는 이미지가 나타난다. 필자는 이 부분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며, 또한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역시 급변하던 19-20세기 세계사 속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할 수 있는 국가였다. 이러한 다양성을 보지 않은 채 지금의 중국이 보여주는 몇 가지의 면만을 가지고서 단순하게 그들의 수천 수백 년의 역사를 재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선배가 있다. 그 선배한테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한창일 때, 이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선배가 대답한 것은 ‘미국은 전면에 나서기 전에 중국을 거론하며 책임을 전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이 한 명의 생각이 중국의 의견을 대변하진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본서를 보고 난 후에는 충분히 중국사람들 사이에서도 보편적인 생각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만 본다면 우리가 일제의 식민통치에 고통받았던 그 시기에 중국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국권을 통째로 빼앗긴 상태에서 겪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서구 열강의 무력 앞에서 자신들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지난 수천 년을 아시아 혹은 세계의 패자로 군림하던 그 중국이.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패배했을 때, 청일전쟁에서 패배했을 때, 수도 난징을 일제에 빼앗겼을 때, 가장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던 것 역시 당사자인 중국이었을 것이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국민과 자국의 이권이 타국으로부터 철저하게 짓밟히는 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무력한 상태를 경험했었다.

 그렇기에 지금 중국을 살고 있는 사람들 역시 한편으로는 피해의식일 수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한 호소일 수도 있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치 한국이 일제의 식민통치를 잊지 않고자 하면서 동시에 일본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외국과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자국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이익이 되면 좋은 나라인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나라인 것이다. 그런데 그건 상대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필리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영원히 완전무결하게 우리의 편이 되어 줄 외국이란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의 모든 역사가 이미 입증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스스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구상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의 중국을 비롯한 세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이익과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추상적이고 어려운 문제가 되겠지만 적어도 현상유지만 하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 달라지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의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어야만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와는 별개로 중국이 지금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최대 강국의 반열에 오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그 내면을 살펴보면 많은 문제점과 비판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중국이 지금까지 각지에서 발생한 영토분쟁에서 양보와 타협을 주로 했던 것은 그들이 약해서도, 누군가의 눈치를 봐서도 아니었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국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결단력은 결국 그 손해가 중국에겐 치명적이지 않으며, 다른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국은 지금도 이미 어느 정도 내수가 가능할 정도의 경제 구조와 규모를 갖추고 있다.

 조별 과제를 할 때 제일 단합이 잘되는 조와, 조원 하나하나가 실력자들만 모여 있는 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필자가 경험하기로는 단합은 대부분의 경우에 실력을 압도하지 못한다. 집단이 되어야 강해지는 경우는 어느 한쪽이라도 흐트러지는 순간 쉽게 와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자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실력자들이 모여 있다면 처음에는 의견이 맞지 않아 소음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그 시기를 견뎌내면 각자 자기가 맡은 일만 하는데도 아주 좋은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많았다. 이것은 실력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많은 경험을 겪고 그것을 토대로 축적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국이 후자에 가까운 국가라고 생각한다. 중국 영토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중국인들은 그동안 놀라운 수준의 발전과 생명력을 입증했다. 이 역량들을 한곳에 집중했을 때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 이것이 지금 중국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중국을 몰아세운 것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식민지 개척에 몰입하며 중국을 경계하고 탄압한 국가들이었다.



본사와 제휴한 외부 필자에 의해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 서평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본사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필자 : U.Nell

* <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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